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하고, 인정 많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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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하고, 인정 많은 마을
  • 류영우 기자
  • 승인 2009.02.27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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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한면 질신2리 (157)

조금 지대가 높은 곳에서 질신2리를 내려다보면서 옛날 마을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흥미롭다. 물론 사전에 참나무 정, 구러 등 마을 이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마을 앞으로 반듯한 새 길이 뚫렸지만, 마을 안은 세월을 두며 켜켜이 쌓여온 이웃간의 정이 가득 묻어난다. 한 때 그곳을 가득 메웠을 동네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은 없지만 집집마다 한두 그루씩 서 있는 감나무와 개의 왕왕 짓는 소리는 골목의 정겨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8가구, 4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
유래된 마을이름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을 상징하는 그 이름에 대해 모두들 한 목소리를 냈다.
질신2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마을이 바로 ‘구러’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마을 이름이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의 특징을 살려 해석해 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참나무정’까지 들이 길게 펼쳐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야. 구렁이처럼 들이 길다고 해서 ‘구러’라로 불렸다는 거지.”
구렁이처럼 들이 길다고 했어 붙여진 ‘구러’마을을 지나면 말 그대로 참나무들이 많은 마을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참나무정 마을이 있다.
두 마을에 사는 주민을 모두 합쳐야 18가구 40여명이다.
‘구러’마을에 16가구 40명의 주민이 살아가고 있고, ‘참나무정’마을에는 2가구, 4명의 주민만이 거주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40여년 전만 해도 50여 가구가 거주하던 제법 큰 마을이었다는 것이 최만기 이장의 얘기다.
“한국전쟁 후 ‘구러’마을에 사는 세대수만 해도 43가구나 됐어요. 참나무정에도 7가구가 살았었죠. 당시에는 한 가구에 7, 8명씩 살았으니까, 참나무정에 사는 사람만 해도 현재 질신2리 전체 주민수보다도 더 많았죠.”
비록 살아가는 주민들의 수는 많이 줄었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씨는 옛 마음 그대로다.

▲ 아침부터 마을회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웃간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마을의 정겨움을 그래도 간직하고 있는 질신2리 주민들과 회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을
20일, 아침부터 많은 눈이 내렸다.
마을회관에는 벌써부터 많은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았고, 회관앞에는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행여나 눈길에 넘어지시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눈 쓸기에 바쁘다.
마을의 가장 어린 꼬마 은지(김은지, 삼산초 3)도 키 만한 싸리비를 들고 눈 쓸기에 힘을 보탰다.
“이제껏 마을에서 삐딱하게 나온 사람이 없었어요. 주민 모두가 온순하고, 나보다 더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큽니다.”
최웅하씨의 얘기에 마을 어르신들도 한 마디 거든다.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열명도 안 되는데 어른들을 위한 마음이 갸륵해. 매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잔치를 벌여주는 것도 고맙고, 생활하면서도 항상 마을 어른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도 고맙지.”
이럼 마을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배워서일까?
최근 질신2리로 귀농한 홍성배씨는 마을 대소사는 물론 어려운 이웃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8월에 직장을 퇴직하고 노모인 박태숙(82)씨와 함게 귀농해 살고 있는 홍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전화 부탁을 받아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주고, 마을 노인들을 자가용으로 직접 모시고 읍내에서 장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마을 주민들의 손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자비로 경로당에 필요한 반찬이나 간식 등을 제공하고 있고,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는 경로당 난방 상태를 점검하고, 주변청소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는 것.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겨울철 난방을 위해 손수 나무를 베어 제공하고, 마을 경로잔치를 위해 70여만원의 성금을 기탁하는 등 많은 선행을 베풀고 있다.

홍씨의 선행 외에도 최천만, 정종순씨 부부는 마을주민들이 편한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마을회관 터를 기증하는 등 주민들의 이웃사랑은 어느 마을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다.

#부농을 꿈꾸며
마을 어르신들의 눈에는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어른을 공경하는 따뜻한 마음도 마음이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것 또한 흐뭇한 모습일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 3명이서 마을의 땅 반 이상을 일구고 있다”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의 얘기다.

고랭지인 마을 특성상 질신2리에서는 채소들을 많이 일구고 있다. 그리고 각각 다른 작목으로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마을 일을 도맡고 있는 최만기 이장(57)은 오이, 한보동(63)씨는 배추와 무, 그리고 최웅하(58)시는 고추와 가지를 재배하고 있다.

노지에서 가꿔지는 이 채소들은 흑토(까만질 땅)라는 기름진 땅 위에서 무럭무럭 자라나, 부농의 꿈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도 유일한 흑토는 질신2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질신2리를 포함해 오정리와 용정리 일부까지가 까만 땅을 가지고 있습니다. 흑토는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최고로 좋은 땅이라고 해서 공장에서도 이곳 흙을 파서 다른 곳에 팔기도 합니다.”
최고의 땅을 가지고 있지만 주민들 모두가 품고 있는 숙원도 있다.

바로 부족한 물이다.
“질신2리는 지대가 높아서 모두가 천수답입니다. 먹는 물은 걱정이 없지만 그래도 농업용수를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농업용수만 확보된다면 좋은 땅에서 좋은 채소들을 더 많이 재배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 마을의 가장 높은곳에서, 마을을 한 아름 품고 있는 둥구나무.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마을 입구의 둥구나무(사진)와 구러마을 앞 느티나무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마을 고사를 지내고 있다.

#마을의 상징 둥구나무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 뒤 동네 한바퀴 구경에 나섰다.
새로 뚫린 도로 옆으로 난 조그만 옛 골목길을 따라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마을을 한 아름에 품은 커다란 둥구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그네도 많이 뛰었지. 어느날인가는 그네를 뛰고 있는데 구렁이 한 마리가 가지를 칭칭감고 있지 뭐야. 놀던 아이들 모두 기겁을 했던 기억도 있어.”

올해 75살의 임동순씨가 옛 기억을 끄집어 냈다.
“동네가 생기기도 전에 있었던 나무라는 얘기가 있어. 우리 임씨가 이곳 마을에 들어온 것이 8대째이니까 240년도 넘은 거지.”
이 보다 더 큰 나무가 한 그루 더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큰 나무는 한 사람에 의해 베어졌고, 작은 나무만 남았다고 했다. 그리고, 큰 나무를 벤 사람은 얼마 못가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도 마을에는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지금까지 마을 입구의 둥구나무와 구러마을 앞 느티나무를 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매년 이곳에서 마을 고사를 지내는 이유다.
돌아 나오면서 다시 뒤를 돌아봤다. 마을을 품고 있는 둥구나무의 넓은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에 따뜻한 정과 이야기를 가득 담은 질신2리 마을이 둥구나무 아래, 평화롭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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