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마을 사랑 각별한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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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마을 사랑 각별한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마을 
  • 류영우 기자
  • 승인 2009.02.06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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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한면 후평리 … 156

설을 지나면서 이제 아침에 부는 바람도 제법 포근하다. 멀리 보이는 산도 봄을 준비하는 듯, 새하얀 겨울옷을 벗어 던졌다. 수한면 후평리는 보은읍에서 그리 멀지 않다. 장신리를 지나 회인면 방향으로 차를 돌리면 그 시작점부터가 바로 후평리다.
곧게 뻗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펼쳐진 넓은 뜰이 시원스럽기까지 하다. 힘겨운 농촌의 삶 때문에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가지만, 그래도 내 고향만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인심 좋고, 살기 좋은 후평리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은 그 어느 마을보다 각별하다.

#다섯 개의 자연마을
수한면사무소 앞 도로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바로 ‘마을 자랑비’다.
“우리 마을은 보은읍 소재지에서 서남쪽으로 약 2km 지점에 위치한 마을로서 옛날 세조 대왕이 병환을 고치러 속리산으로 가실 때 뒤에 지나온 넓은 뜰을 보시고 수행원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뒤에 넓은 뜰이 있어 뒤뜰이라 이름 지었다고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세조대왕의 전설이 깃 든 뒤뜰을 비롯해 후평리는 모두 다섯 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옛날 물레방아가 있었다 하여 이름 붙여진 물레방아거리는 수한농협을 비롯해 마을회관 등이 위치해 있고, 귀한 손님들이 모여 학문을 배웠다는 빈정마을은 뒤뜰과 도로를 경계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와를 만들어 굽던 곳이 허물어지자 그곳의 기와로 연못을 메웠다는 왜수마을은 항건천 건너에 위치해 있고, 1986년 병원리에 있던 면사무소 청사가 이전되면서 새롭게 조성된 마을은 새동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수한면에서 가장 큰 마을이기도 한 후평리는 5개 자연마을에 모두 97가구의 주민들이 벼농사와 채소(하우스), 한우사육으로 부농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 마을 청년들의 경로효친사상과 함께 마을 어르신들의 화합도 남다른 것이 바로 후평리다. 2일 방문한 경로당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이 윷놀이를 통해 화합을 다지고 있었다.

#경노효친 뛰어난 마을
“예로부터 인심 좋고, 상경하애하며 경로효친함이 뛰어난 모범마을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우리 후손에게 기대하노니 위의 전통을 되살리어 어른을 공경하고, 이웃을 서로 사랑하며 아끼는 자랑스러운 마을로 국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항상 생각하고 의로운 일이라면 먼저 실천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노라.”

마을의 역사와 관련된 전설과 함께 마을자랑비에 적힌 문구다.
이처럼 후평리는 경로효친 사상을 마을의 가장 큰 자랑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후평리는 매년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관광을 떠나는 행사를 열고 있으며, 경로잔치도 어느 마을 못지않게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

#노인들의 화합도 으뜸
마을 청년들의 경로효친사상과 함께 마을 어르신들의 화합도 다른 마을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후평리다.

농한기가 되면 마을 어르신들은 손수 음식을 장만해 마을회관에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 편을 갈라 매일 윷놀이도 즐기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2일 방문한 마을회관에서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많은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신나게 윷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은 윷가락의 모양에 따라 따뜻한 빈대떡도 먹여주며 덩실덩실 춤도 추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윷놀이를 즐기고 있던 올해 88살의 김수일 할머니도 흥에 겨워 경로당을 방문한 기자에게 마을자랑을 한 보따리 풀어 놓았다.

“우리 마을은 단합이 엄청 잘돼. 젊은이들이 노인네들을 잘 대해주니까 노인들도 서로 화합하며 잘 지내는 거지.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잘 노는 게 좋은 마을 아니야?”

“이렇게 즐겁게 지내니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잘못되긴 했지만 호적에 98세로 된 내가 이렇게 허리 꼿꼿하게 움직이는 것만 봐도 알지 않겠어? 나 말고도 80을 넘긴 사람들 보면 모두 그 나이로 안 봐. 10년은 젊게 보지.”
마을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주민들의 화합이 바로 후평리 발전을 이끌어 나가는 중심축이다.

#마을을 빛낸 출향인들
마을에 대한 애정과 주민들의 화합은 출향인들의 고향사랑으로도 이어졌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속초 해양경찰서장을 지낸 후 청와대 경호팀을 거쳐 현재 경찰청 기획과장으로 있는 고명석(43)씨는 마을 주민들이 자랑하는 출향인이다.

속초 해양경찰서장을 지내던 시절인 2007년, 마을 주민 모두는 고 서장의 초청으로 속초 관광을 다녀온 것이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가장 반긴 것은 바로 고 씨의 아버지 고찬기(75)씨다.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주민 모두 재미있게 다녀와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엔 바빠서 자주 찾아오지 못하지만 고향에 들리면 어르신들에게도 참 잘 해요.”

고명석씨와 함께 후평리에는 마을의 이름을 빛내고 있는 성공한 출향인들이 많다.
김종수(72)씨의 아들인 김명호(51)씨는 행정학 박사를 취득한 후 현재 제주도에서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안종록씨의 다섯째 아들은 기술고시 합격, 우광재씨의 아들과 며느리는 외부고시 합격, 보은읍에서 성광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일씨의 동생인 김성식씨는 공학박사를 취득했고, 김연환(70)씨의 아들인 김태훈(42)씨는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으로 활동하며 후평마을을 빛내고 있다.

#후평마을의 상징, 둥구나무
후평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세 그루의 커다란 둥구나무를 만날 수 있다.
물레방앗거리와 왜수마을 입구, 그리고 뒤뜰마을에 있는 둥구나무는 오랫동안 마을주민들과 생활하며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뒤뜰에 있는 둥구나무는 가장 오래된 나무로 주민들의 추억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다.
“방기철(55)씨 고조할아버지가 심었다고 하니까 한 150여년은 된 나무야. 가지가 많아 줄을 매고 그네도 뛰었고, 나무그늘은 주민들의 휴식처 노릇도 했지.”
마을의 원로인 김연환씨의 얘기다.

김씨의 얘기처럼 뒤뜰의 둥구나무는 주민들과 오랫동안 함께 한 시절을 말해주듯 이제는 한쪽 가지를 담장에 걸쳐야만 서 있을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오랫동안 마을을 상징했던 둥구나무가 쓰러져 가는 모습을 안타까워 한 주민들은 둥구나무의 빈속에 새로운 버드나무를 심어 옛 추억을 이어가려고 힘을 쓰고 있다.

“썩은 가지를 잘라 주어야 하지만 주민 중 누구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주민들이 위해왔던 나무인 만큼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둥구나무 안에서 새롭게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가 잘 자라주고 있어요. 둥구나무를 대신해 마을을 상징할 수 있는 버드나무로 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문환 이장의 바람이자 후평마을 주민 모두의 바람이다.

▲ 후평마을을 상징하고 있는 뒤뜰에 위치한 둥구나무. 마을주민들의 오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 둥구나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가고 있다.

#상수도 설치, 주민들의 숙원
예로부터 후평리는 물이 좋은 마을이었다.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한 질 좋은 물은 건강한 주민을 만드는 일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지하수 오염이 잦아지면서 주민들은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은 꿈을 꾸게 됐다.
“지금까지 주민들은 90% 이상이 지하수를 파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상수도 설치로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김문환 이장의 바람은 또 있다.
바로 마을 광장 조성이다.
“마을 주민 중 큰일을 치르려고 해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또한 어르신들의 즐길 문화적 공간도 필요하구요. 빠른 시일 내에 터를 마련해 마을 광장을 조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상수도 설치와 마을 광장 조성과 함께 김 이장은 좁은 마을길 확포장, 도시가스 공급 등도 함께 이루어 질 수 있다면 더 살기 좋은 후평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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