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식용유·소 내장이 바이오디젤로 변신
일찌감치 유럽 선진국들은 화석연료와 위험한 원자력 발전의 대안 에너지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발전 및 보급시켜 환경 보존은 물론 경제적 효과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등 국가의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본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선진 사례 취재 계획에 참여, 9월22일부터 30일까지 고유가 시대 대안 에너지인 재생가능 에너지 선진국인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를 방문했다. 앞으로 본 지면을 통해 국내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 지역 사례와 함께 신재생 에너지 선진국의 사례 등을 연재하고 우리지역의 대안도 모색해볼 예정인 가운데 이번호에서는 독일의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폐식용유가 바이오 디젤로 변신해 자동차 기름으로 쓰고 트랙터를 움직이는 기름으로 쓰인다’
오스트리아에서 이같은 사례를 접하고 정말 깜짝 놀랐다. 음식물 쓰레기에 불과한 접시에 묻은 폐식용유는 그냥 세제를 풀어서 수돗물로 씻어 버리고 치킨 집의 폐식용유는 비누를 제조하는데서 수거해가는 정도가 고작인 우리의 현실에 비춰볼 때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가 자동차 연료, 농기계 연료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시내에는 152대의 공용시내버스가 100%의 폐식용유를 이용해 만든 디젤로 움직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라츠 시에 있는 300대의 트럭 역시 바이오 디젤을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디젤로 만드는데 필요로 하는 폐식용유는 모두 그라츠 시내에서 충당하고 있다.
2005년 기준 통계를 보면 한해에 가정에서 배출된 폐식용유 양은 70톤, 식당에서는 180톤, 여기에 오스트리아 전역에 있는 170여 군데의 맥도날드에서 1천톤이 충당되고 있다. 이들 폐식용유 95%는 그대로 디젤로 변환돼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과연 어떻게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가 바이오 디젤로 바뀌는 것일까.
그 비밀은 BDI(Bio Diesel International, 바이오 디젤 인터내셔널)와 에코서비스(Oekoservice), 뮤렉(Mureck) 시에 있는 SEEG( 남 스트리아 단백질에너지 생산 협동조합)에서 찾을 수 있었다.
①기술을 개발하고 컨설팅을 하는 BDI와 ②폐식용유를 수거하는 에코서비스(Oekoservice), ③디젤을 생산하는 SEEG가 서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재생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살펴본다.
■BDI, 폐식용유에서 바이오디젤 생산
오스트리아 그라츠 시에 있는 BDI는 바이오 디젤 발전을 이끌어낸 중심축이다.
유럽에서는 바이오디젤은 유럽 품질 규격기준인 EN14214가 붙어야 인정이 되고 세계적으로도 이 기준을 통과하면 고품질로 인정을 받게 된다.
바이오디젤 원료로는 유채기름이나 콩기름, 면화유 등을 원료로 하는 각종 식물성 기름 뿐만 아니라 동물성 유지를 이용한다. 알다시피 바이오 에너지의 급성장으로 인해 식량작물을 재배하는 대신 바이오 에너지 원료작물 재배면적이 늘어남에 따라 세계적으로 국제 곡물가 인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순수 식물성 바이오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원료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 해답을 그라츠의 BDI에서 찾아볼 수 있다. BDI는 직접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공장 개념이 아니라 기술개발과 기계제작 및 설치시 기술자문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식물성 유지 뿐만 아니라 폐식용유와 소 내장 등 동물성 지방에서도 바이오 디젤원료를 추출해냈으며, 최근에는 미역 등 해초에서 바이오디젤을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바이오디젤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온도에서 기름이 굳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채기름은 영하20도에서도 굳지 않을 정도로 바이오 디젤로서는 매우 고급 품질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원가가 비싸다는 흠이 있다.
그래서 BDI는 원가도 싸면서 곡물가에도 영향이 없고 또 환경보호도 할 수 있는 버려지는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에 눈을 돌렸다.
폐식용유와 동물성지방 사용으로 ℓ당 1유로30센트 하는 일반 디젤보다 10센트 정도 싸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효과는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오스트리아는 일반 디젤에도 5%의 바이오 디젤을 반드시 섞도록 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인해 바이오 디젤 산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반 디젤에 바이오 디젤 1%를 혼합하도록 하고 있고, 2012년에는 3%까지 혼합비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유채씨 기름을 이용한 식물성 바이오 디젤을 생산한 지 3년 후인 1994년 BDI는 세계 최초로 쓰레기장에 버려질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 등에서 것으로 바이오 디젤을 만드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전 세계 25개국으로부터 50개 이상의 특허를 획득하고 26개 나라에 시설을 설치해 2007년에는 9천만 유로(원화로 1천500억원)의 기술매출을 올릴 정도로 바이오 디젤 산업분야의 선두적인 위치에 있다.
■폐식용 수거위해 접시 대여사업까지
바이오 디젤의 천국인 그라츠시의 시민들은 바이오 디젤 생산을 위해 요구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집집마다 3∼5ℓ까지 수거할 수 있는 폐식용유 수거용 통을 구비해 가정에서 나오는 폐식용유 한 방울까지 모아 놓으면 에코 서비스센터에서 가지고 간다.
폐식용유는 가정뿐만 아니라 그라츠 시에 있는 레스토랑, 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 푸드점 등에서도 수거하고 있는데 오스트리아는 법적으로 폐식용유를 아무데나 버릴 수가 없기 때문에 ㎏당 13센트 처리비용을 지불했으나 에코 서비스센터에서 폐식용유를 수거해가면서 오히려 ㎏당 8센트를 받고 있다.
에코 서비스센터는 그라츠 시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실업자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45명의 인부가 시의 인건비를 보조받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릇에 묻은 폐식용유까지 수거하기 위해 수익 사업으로 접시 임대사업을 하고 있을 정도다. 각종 행사장에서 쓰이는 그릇의 상당부분을 이곳에서 임대해주고 이곳에 가져와 세척까지 한다.
불편하지만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은 바이오 디젤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1회용품 사용을 제한해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것에 보다 큰 목적을 두고 있다.
이같은 방법으로 에코서비스 센터에서 수거된 폐식용만 연간 150톤. 에코 서비스센터에서는 찌꺼기를 걸러 SEEG에 ㎏당 30∼40센트를 받고 되팔고 있다.
■뮤렉마을의 바이오 에너지 3총사
뮤렉마을에 있는 SEEG는 수거된 폐식용유를 모아 바이오 디젤을 생산한다. 독일의 윤데마을과 같이 에너지 자급자족을 하고 있는 마을로 유명한데 오스트리아 바이오 디젤의 탄생지로 20년 전 500여명의 농민이 출자해서 만들었다.
그라츠대학과 BDI의 도움을 받아 폐식용유를 정제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진 SEEG는 현재 바이오 디젤뿐만 아니라 마을 인근에서 채집한 나무를 태워 물을 데우고 이 데워진 물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각 가정의 난방을 책임지고 축분과 옥수숫대, 볏짚 등 농산 부산물이 한데 섞여 발효되고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메탄가스는 열병합발전의 연료로 쓰여 뮤렉마을 주민들이 1년간 충분이 쓰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등 바이오 에너지 삼총사를 생산하고 있다.
SEEG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디젤은 유채와 폐식용유를 이용해 연간 1천만ℓ의 식물연료와 바이오 디젤을 만들어 지역의 자동차와 트랙터 등 농기계의 연료로 쓴다.
그러고도 70%정도가 남아 뮤렉에서 30㎞이상 떨어진 그라츠 공용시내버스 152대의 연료로도 공급하고 있고 전국 170여개의 주유소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뮤렉의 SEEG를 방문한 날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어디젤을 차량에 주입하던 시민 슈나이더씨는 “연비 면에서 바이오 디젤이 일반 디젤보다 3% 정도 떨어지지만 큰 차이점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가격 면에서는 일반 디젤보다 10% 정도 싸기 때문에 운전자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석유에 의존하고 싶지 않고 석유를 파는 사람들이 돈을 벌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바이오 디젤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게 확립돼 있었다.
SEEG는 처음 유채를 이용해 디젤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BDI의 기계와 기술을 도입해 본격적으로 폐식용유를 이용한 디젤을 생산하고 있는데 지금도 여름에는 폐식용유를 이용하고 겨울에는 유채씨 기름을 이용하고 있다.
조합회원인 500여명의 농민들이 재배한 유채씨를 사들여 바이오 디젤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유채를 기르는 농민들은 1톤당 150유로(약 26만 원)의 가공비를 내야 한다.
그러면 530유로(약 93만 원) 정도의 기름을 받게 되는데, 만약 같은 양의 유채씨를 시장에 판매하면 380유로(67만 원)밖에 받을 수 없어, 이곳 농민들로서도 큰 이익이라고 한다.
바이오 디젤뿐만 아니라 축산분뇨와 우드칩, 농산폐기물 등을 이용해 전기와 난방열도 생산하고 있다. 뮤렉 주민이 1년간 쓰고도 남는 6천MWh의 전기를 생산해 마을에 공급하고 SEEG공장에서 마을까지 13㎞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300가구에 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다.
이로인해 각 가정에서는 석유로 난방을 했을 때보다 30% 더 싼 값에 난방을 하고 있으니 가정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쓰고 남은 쓰레기와 발효된 부산물은 퇴비로 활용해 고품질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데 매우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자연순환, 자급자족, 환경보존이라는 대명제를 실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뮤렉 SEEG는 2001년과 2006년 유럽 재생에너지 정책을 이끄는 기구인 유로솔라로부터 세계 에너지 대상과 유럽 태양에너지 대상을 받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