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불리워진 증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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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불리워진 증생이
  • 곽주희
  • 승인 2008.09.19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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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쓰는 마을이야기 (146) 탄부면 장암2리 
▲ 1991년 7월 건립된 마을자랑비.

비가 내리지 않아 가을 가뭄이 걱정되는 지난 16일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탄부면 장암2리 증생(甑生)이 마을을 찾았다.

# 장암2리 찾아가는 길

보은읍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가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보은IC가 있는 금굴2리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16번 군도를 타고 한 1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나지막한 야산 밑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장암2리 증생이 마을이다.

# 장암2리 증생이 마을의 유래

장암2리는 증생(甑生)이 또는 경상(景祥)리라 부른다.

마을자랑비에 보면 그 유래를 알 수 있다. 

 ‘비결에 이르되 속리산하 30리허에 우복동이 있으니 병화불입 흉년불입이라 하였다. 여기와우산복부에 자리잡아 물좋고 들좋아 살기좋은 이고장. 이곳 우복동이요. 경상리이다. 세칭 장수마을이 요. 사람마다 다정하다. 도로는 포장되여 동서로 관통되고 경지는 정리되여 좌우로 펼쳤으니 복받은 주민이요. 천혜의 지역이다. 유구한 세월속에 숫한 전설을 남겼던 마을앞 가마둠벙이 1975년 경지정리후 전지로 변모되었지만 야사는 생생하다. 보은의 사정도 탄부면 명도 증생리였다. 어어찌 의미있고 유서깊은 곳이 아니겠는가? 세월따라 산천은 변했어도 인정과 풍속은 예나 다름없으니 가위 무릉도원이요. 군자지향이다. 여기 이정표를 세움에 명왈 속리지남(俗離之南)이요 금수지서(錦水之西)라 와우산하(臥牛山下)에 촌명경상(村名景祥)이라 세세풍년(歲歲豊年)이요 인인낙업(人人樂業)이라 교속부풍(矯俗扶風)하고 상륜숭효(尙倫崇孝)라 태평연월(泰平烟月)은 여구천양(與俱天壤)이라’

장암2리 마을 뒷산이 와우혈이라하여 지형이 가마에 쇠죽을 끓여 소에게 먹이는 형국이라 증생이 또는 경상리라 하였다고 한다.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장바우와 통합해 장암리라 하고 탄부면에 편입되었다.

장바우는 장암1리이고 증생이는 장암2리가 되었다.

증생이에는 가마둠벙이라는 연못이 있었는데 지형이 소가 누워있는 형국인데 이 연못이 쇠죽을 끓이는 가마솥이라 한다.

탄부면의 가마 부(釜)는 이 연못에 연유한 것이라하나 1975년 제1차 경지정리때 메워져 지금은 논으로 변했다.

증생이 마을에는 대낫들이라고 있는데 이곳에 예전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홍종학(67) 이장은 “어렸을 적 일을 끝내시고 주막에 들러 술을 드시는 아버지를 찾으러 주막에 가곤 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매화리로 가는 길에 예전 물레방아도 있었다고 한다. 그 곳을 물방아 거리라고 한다.

소가 죽으면 묻혔다고 하는 쇠 공동묘지도 있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45가구에 180여명이나 살던 큰 마을 장암2리에는 현재 마을봉사자로 노인회장 황춘재(74)씨, 이장 홍종학(67)씨, 부녀회장 김순애(50)씨, 새마을지도자 이상구(45)씨 등 80여명이 30가구를 이루며 살고 있다.

장암2리 증생이도 대부분 논농사에 의존하고 있어 친환경보은황토쌀로 남보은농협과 계약재배한 면적이 16만200㎡에 달한다.

# 시인의 고장 증생이

증생이는 걸출한 시인을 두 명이나 배출한 마을이다.

황귀선 시인과 장은수 시인이다.

(주)모닝글로리 대표이사를 역임한 황귀선 시인은 탄부초등학교 16회 졸업생으로 한국예총 중앙회대의원, 한국문인협회문학사료 발굴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 (재)보은장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산 이은상 문학상과 한국시문학상, 이육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에는 ‘사랑에는 쉼표가 없습니다’, ‘사랑은 아파하는 것만치 사랑하는 것이다’, ‘어쩌란 말이요’, ‘세상에서 햇님에게’, ‘보청천’, ‘삼년성에 달 뜨면’ 등 시집 6권을 발간했다.

황귀선 시인은 지난 95년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사모곡을 지어 추모비를 건립하기도 했으며, 지난 2002년 9월에는 속리산 국립공원 조각공원 내에 시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특히 황귀선 시인은 (주)모닝글로리 대표이사 재직시 고향 학생들의 학습증진과 사기진작을 위해 군내 초·중학생들을 위해 학용품(노트, 연필 등)을 전달하는 등 남다른 고향사랑을 실천해 왔다.

알티전자(주) 구미공장 공장장을 지낸 장은수 시인은 사직초등학교와 보은중학교 16회 졸업생으로 재경 사직초교 동문회, 재경 보은중 동문회, 재경 탄부면민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문단활동으로는 한국문인협회 중앙위원, 광진문인협회 부회장, 광진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감사, 한맥문학동인회 부회장, 문인삭악회 회장, 여강시가회 부회장, 운현시문학회 감사, 왕인문인협회 사무국장, 살며 사랑하며 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포 문학상과 산업자원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에는 ‘전봇대가 일어서다’, ‘고추의 계절’ 등 시집 2권을 발간했으며, 저서로는 ‘향기나는 사람들의 동행’ 공저 등이 있다.

장은수 시인의 '내고향 증생이' 시 전문이다.

‘보은에서 이 십리길/ 왼쪽으로 보청천이 흐르는/ 고승교를 지나 십 여리/ 탄부 증생이 마을// 속리산 정기 여기모여/ 소를 닮은 뒷산, 한 폭의 병풍을 치고/ 꽃밭 재 올라 진달래꽃을 따면/ 해거름 가장골 앞 가마둠벙엔/ 쇠죽을 끓이느라 모락모락 김이 난다네// 대나(보청천) 비단물결/ 구비구비 흐르고/ 은빛 피라미 떼 수면 위를 튀어 오르면/ 고무신 벗어 고기 잡는 아이들// 가을들판은 황금물결이라/ 농부들 풍년가 흥에 겹네/ 그 옛날 기름진 탄부쌀 진미라서/ 임금님께 수라상 올렸네// 신작로 선돌이 안부를 묻고/ 신목이된 늙은 버드나무 한그루/ 우뚝 서서 날 반기는가/ 증생이가 내 고향일세’

# 제 지내며 화합하는 증생이

증생이 마을에는 신목이 있다. 그 버드나무에서 마을주민들은 이월초 날짜를 정해 제를 올린다고 한다.

마을주민들의 무사안녕과 풍년농사를 위해서 말이다.

이 버드나무가 있는 곳에 두 개의 선돌이 있다. 단순한 마을 표지석으로 보인다.

황춘재(74) 노인회장은 “예전에는 선돌이 컸으나 지금은 흙에 파묻혀 작게 보인다. 버드나무는 수령이 정확히 몇 년인지 모르지만 한 5백에서 7백년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매년 이월초 날짜를 정해 제관과 축관을 뽑아 버드나무에서 제를 올리고 마을잔치를 연다. 군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에는 부녀회와 청년회, 대동계, 신우계가 있어 마을의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부녀회는 빈병이나 폐비닐 등 폐품수집과 마을 애사시 음식을 해주고 받는 성의를 모아 기금을 마련, 매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잔치를 열고 잇다고 한다.

또한 효도관광도 보내드리는 등 마을의 살림꾼으로써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청년회도 마을의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 일꾼으로써의 몫을 다하고 있다.

대동계는 어른들이 조직한 것으로 1년에 유사제로 3명을 선발, 마을의 제를 주관하고 신우계는 청년들이 조직한 것으로 마을을 운영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회원이 50여명(최고령자 홍재홍(순예)옹 94세)으로 장수마을이기도 한 증생이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청년회와 신우계, 부녀회가 단결해 마을을 운영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며,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한 대동계는 아랫사람을 자애로 보살피는 등 상경하애하며 마을주민들이 행복하고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황춘재 노인회장은 “우리 마을은 회덕 황씨가 가장 먼저 터를 잡은 곳으로 남해 홍씨와 전주 이씨가 많이 살지. 피난꼬지로 유명한 곳으로 6.25 전쟁 때에도 사람 하나 다치지 않았어. 그리고 10개 성을 넘기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지. 허허허”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홍종학 이장은 “우리 마을은 우리나라 지도랑 흡사혀. 와우산 정상에서 보면 꼭 우리나라 지도 같아. 주막이 있던 곳이 제주도지. 특히 우리 마을은 박사마을로도 유명혀. 이 작은 마을에 박사가 8명이나 배출되었지”라고 자랑을 했다.

# 상수도 전기료 너무 많이 나와, 하수도 정비, 안길 포장 같이 하길 바라

장암2리 증생이 마을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

예전부터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던 것인데 수질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새롭게 상수도 시설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좋은 물을 먹을 수 있어 좋았지만 그 상수도 설치가 주민들에게는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홍종학 이장은 “우물이 식수로 적합하지 못하다고 해서 관정을 파 상수도 시설을 설치했지만 양수장 정수기가 2대로 그 전기료만 한달에 30만원 나오고 있다. 마을기금 50%, 주민 부담으로 50%씩 내서 해결하고 있지만 농촌 현실에 너무 버거운 형편으로 좀 있으면 마을기금이 고갈될 판”이라고 말한다.

상수도 설치로 주민들이 편리해 졌지만 그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으로 농업용 전기로 전환하는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황춘재 노인회장은 “이번 추석에는 물이 계속 끊기는 등 문제가 있어 이장이 고생을 많이 했다. 관정에 설치한 수중모터가 이상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것에 문제가 있는지 정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고민은 또 하나 있다.

홍종학 이장은 “하수종말처리장 설치로 마을내 하수도를 재정비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마을 안길이 엉망이 되는데 하수도 정비와 마을 안길 포장이 별개의 사업이라 같이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수도 정비와 마을안길 포장을 같이하면 더 편리하고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

하수도 정비를 하면 마을 안길은 파 헤쳐지고 엉망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기 다른 사업이지만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는 효율성 측면에서나 주민들의 바람처럼 하수도 정비와 함께 마을안길 포장을 병행해 실시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을 것 같다.

마을자랑비에 적혀있는 것처럼 인정과 풍속을 지키며 장수하는 증생이 마을의 영원한 발전과 마을주민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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