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가격은 폭락 사료 값은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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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가격은 폭락 사료 값은 고공행진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7.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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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산지가격 전년 대비 80∼90만원 뚝, 사육농가 깊은 한숨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떨어졌던 한우 산지가격이 촛불 집회 등으로 잠시 가격 하락세가 주춤했으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 시중 유통 개시로 인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보은읍 수정리에 있는 우시장을 찾았다.

우시장내 주차장은 한우를 수송하는 트럭들이 즐비했다. 한우 사육농가들은 산지 소값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아침 5시30분에 개장하는 우시장을 찾은 것이다.

전날이 옥천장날이기 때문에 옥천 우시장에도 들러 산지 소값 동향을 파악한 농가들은 보은 우시장에서 거래되는 소값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 궁금했던 것이다.

우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인가, 기대를 갖고 만난 한우 사육농가들은 떨어지고 있는 산지 가격 정보에 살갗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날 암송아지 14마리가 출하돼 9마리가 거래되고, 수송아지는 19마리 중 13마리, 큰 소(암)는 출장두수 23마리 중 17마리가 거래됐다.

가격은 암송아지의 경우 최저 135만원에 거래되고 수송아지는 최고 18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등 종전 장날(7월 6일)인 시장 가격보다 10만원이 떨어졌다.

전년의 평균가격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욱 큰데 암송아지는 80만원 가량, 수송아지는 40만원 정도, 큰 소는 100만원 가량이 하락한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풀려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는 것이 본격화됨에 따라 한우 사육농가들이 입식을 자제하고 소규모 농가들이 시장 출하를 늘리면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4월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정책이 알려진 후 한우 사육농가들이 너도나도 소를 파려는 투매현상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과는 달리 홍수출하 현상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여건이 좋지 않아 소를 구입하려는 농가가 없어 이같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2001년 5개월령의 송아지 안정가격을 165만원으로 결정한 후 송아지 값이 기준 가격 아래로 하락하면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송아지 안정제가 처음으로 적용돼 농가는 차액을 보전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은 송아지 값이 기준 가격 아래로 하락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

◆보은 우시장의 소값 동향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발표되지 않았던 4월16일 장의 소 시세는 전년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소값이 좋았다.

암송아지의 평균 가격이 198만원, 수송아지는 203만원이 넘었으며 큰 소도 ㎏당 8천원이 유지됐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이 발표되면서 4월16일 장에서는 암송아지는 156만원, 수송아지도 160만원, 큰 소는 ㎏당 7천400원으로 떨어졌다.

4월26일장에는 암송아지 단 한 마리가 출하돼 130만원을 받았고 수송아지는 3마리가 나와 120만원, 175만원에 거래됐다.

이같은 가격이 유지되다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문제삼고 농가도 정부의 쇠고기 정책을 지켜보는 등 관망자세로 인해 소 값이 보합세를 유지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5월21일 장 암송아지 시세는 173만원, 수송아지는 179만원이 넘었고, 5월26일 장에서는 암송아지 197만원, 수송아지 177만원, 6월6일 장은 암송아지 174만원, 수송아지 187만원, 6월16일 장에도 암송아지 174만원, 수송아지 172만원 등 여건이 반영되는 대신 소의 자질에 대한 평가로 가격이 매기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정식 관보에 게시하면서 한우 값은 다시 하락으로 돌아섰다.

6월26일장에 암송아지 173만원, 수송아지 174만원에 거래됐으나, 7월1일장에는 암송아지 평균 가격이 161만원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연초까지만 해도 우시장을 개장한 후 출하한 소의 상당량이 거래돼 농가가 되가져가는 물량이 거의 없었으나 이날은 거래도 활발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축협 담당자는 “전날 옥천장에 가서 시세를 보고 보은 장의 분위기를 파악해 소의 자질이 우수하면 거래가 잘 이뤄진다” 며 “그런데 오늘은 소값도 크게 떨어지고 거래도 안되고 정말 큰일이라며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풀렸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육농가들은 한숨만

농민들은 걱정은 태산이었다. 조사료 기반이 확충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소요량의 상당량을 배합사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사료 값은 올라가고 소값은 계속해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료원료로 쓰이는 옥수수가 천연 에너지 원료로 사용되는 등 국제 곡물가격 인상으로 원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 가축 사료 값이 크게 오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7000원하던 사료 값이 3차례나 올랐고 인상할 때마다 1천원 이상 올랐고 올해도 벌써 7월1일자까지 4회 이상 올라 송아지 사료는 비싼 것이 1만1천원, 큰 소도 1만300원이나 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오른다는 것.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들의 한숨이 멈추지 않는 이유다.

탄부면 고승리 김종구씨는 이날 5개월 짜리 수송아지 2마리를 가지고 나와 중간에 여러 사람들이 나서서 거래를 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자질의 송아지였지만 가격이 하락한 산지 시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던 것.

이같은 광경을 본 마로면 세중리 김종호(79)씨는 “송아지 값이야 그렇다 해도 사료 값이 오르지 않으면 견딜만한데 소값은 떨어지는 데다 사료 값은 오르니 소를 먹일 수 있겠느냐”며 남의 일 같지 않다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사료 값에 비료값 오르고 기름값 오르고 모든 농자재 값은 오르는데 농산물 값은 떨어지고 소값도 떨어지고 정부가 있는 사람들만 생각하고 농민들의 처지를 너무 모른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자살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농민들이 잘살아야 나라가 안정되고 지역경제도 살아나는 것이라고 정부의 농정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펼쳤다.

김종호씨와 같이 우시장에 나왔다는 양흥연(32)씨는 이제 소도 못 먹일 것 같다며 사료 값은 오르는데 소값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한우 입식자금 3천만원을 받아 소 사육을 시작, 현재 40여마리를 사육하면서 아내가 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부모를 모시고 자녀3명과 함께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를 수도 없게 됐다며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계속 살 수 있으려면 농가 수익이 높아야 하는데 농가 수익은 없으니 농촌에서 계속 살기도 어렵게 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나 자치단체에서도 사료 값 절감을 위해 조사료 기반을 확충한다고는 하지만 생산비를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고 앞으로 한미 FTA가 체결되면 소값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여 농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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