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분위기는 바로 올해 4월9일 열리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로 관심이 옮겨갔다. 현재 4명의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으로는 옥천지역에서 이용희, 김서용, 김건 후보, 영동에서는 심규철 후보가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지역별 다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92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4번의 총선을 치르면서 출마자 모두 지역연고를 떠나 인물 또는 정책을 득표 작전으로 내세우며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후보자의 출신 군별로 뿌리 깊은 지역연고 위주의 선거전이 되풀이되어 왔다.
실제로 14대 총선에서는 옥천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박준병 후보가 당선됐고, 15대 총선에서는 보은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어준선 후보가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서는 영동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심규철 후보가 당선됐고,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옥천지역에 연고를 둔 이용희 후보가 당선됐다. 군 대항 선거전으로 치달아 우리지역을 대표할 참신한 인물 선택을 저해할 요인을 사전에 방지하고, 오는 4월9일 열리게 되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정책대결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본사에서는 지난 제14대 총선에서부터 제17대 총선까지를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44년의 정치인생을 걸어온 열린 우리당 이용희 후보가 지난 2004년 4월15일 열린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4선 고지에 올랐다.
이용희 후보는 옥천·보은·영동지역 투표자 7만5천505명 가운데 50%인 3만6천991표를 얻어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 후보는 고향인 옥천의 투표자 2만8천924명 가운데 65.2%인 1만8천861표를 얻어 23.2%인 6천699표를 얻는데 그친 심규철 후보에 1만2천여표 차이로 앞선 것을 비롯해 보은군 1만9천567명의 투표자 가운데 53.1%인 1만382표를 획득해 2위 심 후보에 4천42표를 앞섰다. 옥천군과 보은군에서 얻은 표만 2만9천243표.
이는 심 후보가 옥천·보은·영동 전체 선거구에서 얻은 총 득표수인 3만142표에 버금가는 득표수로 영동군에서 7천748표를 보태 영동군에서 1만7천103표를 득표하며 추격한 심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 선거 중요변수는 ‘탄핵’
당시 총선은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한 비판여론이 워낙 드세 각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비전이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전달될 수 없었고, 정책선거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유력 후보의 출신지역인 옥천이나 영동의 소지역주의 투표성향에도 불구하고 보은지역의 투표성향은 탄핵 여파라는 점을 증명해 주었다.
이용희 당선자가 영동군에서 얻은 7천700여 표는 지난 15대와 16대 때 얻었던 3천300표와 4천400표보다 훨씬 많아진 것. 또 옥천군에서 이용희 당선자가 얻은 득표율도 66.%에 달해 박준병씨와 맞대결을 펼쳤던 16대 때는 물론 15대 때 얻었던 47%대의 득표율을 크게 상회하는 결과를 낳았다.
탄핵 여파로 영동군에서는 선거 때마다 자신이 얻었던 비율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고, 옥천군에서는 소지역주의가 더해져 득표율을 더 높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탄핵이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보은지역 투표결과였다.
출마자가 없었던 보은지역의 경우 어떻게 표심이 나타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용희 당선자가 53%의 득표율로 32%를 얻는데 그친 심규철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정책 대결 후끈
당시,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들은 옥천신문사가 주최하고 군내 30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2차 국회의원 후보자 정책토론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해와 유권자를 무시한 야합이라는 지적을 들었다. 4명의 후보가운데 심규철 후보와 서준원 후보만이 유권자들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며 토론회에 참석했지만 이용희 후보와 김건 후보는 토론회 일정이 바쁘다며 토론회 불참을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실현 불가능한 공약과 선심성, 즉흥적인 공약으로 선거에 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먼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공약 속에 포함시킨 ‘무임승차 형’ 공약들이 눈에 띄었다. 심규철 후보는 ‘떠나기 싫은’ 농촌건설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용희 후보도 지역의 지역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며 이미 추진 중이거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사업들을 공약으로 내세워 ‘굳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아도 될 공약’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선거 때마다 각 후보들이 내 걸었던 복지부분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들도 계속됐다. 심규철 후보는 △장애인 고용확대 및 직업재활 교육 강화 △‘전동 휠체어’ 구입 시 국고지원 추진 △읍면별 게이트볼장 건립추진 △농·어촌 경로당 난방비 지원확대 △영·육아 보육비 및 보육시설 지원 확대 등 장애인과 여성, 노인에 대한 복지 공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약들이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추진 중인 사업이거나, 예산문제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들이어서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밖에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다소 무모한 공약들도 눈에 띄었다.
이용희 후보가 제기한 △옥천지역의 그린벨트 해제 공약 또한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으로 총선을 앞두고 일부 조정된 상태에서 또 다시 해제하겠다는 공약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류영우 기자
보은신문·옥천신문 공동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