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속리면 만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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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속리면 만수리
  • 송진선
  • 승인 200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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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리 계곡 그늘 뒤덮여 피서지로 이름난 만세동
만수리(萬壽里), 아니 만수계곡은 속리산 만큼 유명한 곳이다.

2001년도에는 한국 관광공사가 추천한 7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만수계곡은 전국에 알려져 있어 피서철만 되면 4㎞에 달하는 계곡은 사람들로 빼곡이 들어찬다.

더욱이 계곡은 아름드리 나무그늘 아래 펼쳐져 있어 한 낮에도 뜨거운 햇볕을 피해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여기에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고 있으면 시릴 정도로 물이 차가우니 더위를 피할 만한 곳이 이 곳보다 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여름철만 되면 만수리는 군내 어느 피서지보다도 대박나는 마을이다.

벌써 수년째 농협 충북도지회의 하계 휴양시설이 운영되고 있고 농협에서 운영하는 팜스테이 농장도 운영, 도시 소비자들이 이곳에서 영농체험도 하고 피서도 한다.
게다가 뒤로는 천왕봉이 솟고 산림을 울타리 삼았을 정도로 만수리는 산세가 좋고 물도 좋고 공기 좋아 도시민들의 별장지로도 이름을 얻고 있다.

현재 4가구 정도가 이곳에 별장을 짓고 주말이나 휴일을 이곳에서 보내며 도시에서 찌든 오염을 깨끗하게 정화시키고 간다. 삶을 재충전해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별장지로 땅 매입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유명해진 만큼 불편한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람 공해, 차량 공해이다.
도로도 좁고 계곡도 좁고 야영장 규모다 작다. 그런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만수계곡의 물맛을 느끼기 위해 여름만 되면 무조건 들어오고 본다.
짜증을 느낄 때도 한두 번 이 아니다.
휴가철 2박3일, 아니면 3박4일간 피서를 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짜증을 느낄 정도인데 원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어떠할까.

■4㎞ 빠져나오는데 1시간 걸려
만수리 이장 황상연(45)씨는 일단 계곡에 들어온 사람들이 주차를 제대로 하지 않고 또 도로도 좁아 만수리 입구에서 만수동 원마을 까지 4㎞를 빠져나오는데 1시간 이상 걸렸다고 한다.

주민들이 여름철 겪는 불편은 이뿐만이 아니다. 피서객들이 쓰레기 봉투에 오물을 담아놓고 가지만 새들이 쪼아놓기 때문에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가 일쑤라고 한다.

또한 피서객들이 계곡내 식당 등을 이용해 식사를 해결하기보다는 거의 모두 음식을 준비해와 취사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 마을에 돈을 떨어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민들이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상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만수리는 마을 대부분이 산림이며 계곡 등으로 이뤄지고 농지가 없어 주민들의 소득원이 거의 없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다.

국립공원구역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자기 소유의 토지를 갖고도 임의대로 경제활동에 이용할 수가 없고 법적 제한을 많이 받아 사실상 공기가 좋고 물이 맑다는 이점 외에는 국립공원구역에 거주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거의 없고 오히려 불편하기만 하나고 주민들은 털어놓았다.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도 좁아 넓혀야 하지만 공원구역이기 때문에 확장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규제일변도인 공원정책에 마을 주민들이 고운 시선을 보낼 리가 없다.

■만수계곡 관리 주민에게 맡겼으면
게다가 2000년 주택과 주택사이가 100m 이상 떨어지고 5호가 안되는 지역은 취락지역에서 제외시킨다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에 대해 마을 주민들이 환경부에 진정서를 접수해 취락지역 존치에 목소릴 높였고 융자금 등을 급조해 새로 주택을 신축했다.

취락지역이 축소되면 그만큼 토지 이용률이 떨어지며 재산활용에도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집을 지은 것이다.

신규 주택 등으로 마을 환경은 깨끗하게 정비돼 있지만 사실은 빚을 내서 지었기 때문에 경제사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1년 농사를 짓고 여름철 민박을 치고 해서 번 돈으로 집을 짓는데 빌린 융자금과 이자를 겨우 상환하고 나면 통장 잔고는 어느새 바닥이라고 한다.

황상연 이장은 가구마다 넉넉한 집이 거의 없는데도 다들 어떻게 사는지 신기할 정도라며 어려운 경제사정을 대변했다.

그러면서 여름 한 철만 운영하고 있는 입장료 징수를 마을에 맡기면 주민들이 쓰레기 수거 및 차량 정리 등의 일을 담당하고 공동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입장료 징수계획을 마을에 맡길 것을 바랬다.

그러나 주민들의 이같은 바람은 국립공원지역이라는 특수한 지역 여건으로 인해 사실상 요원한 희망사항에 그쳤다.

■마을 전체 논 500평이 고작
계곡이 좋은 만수리가 예전에는 묘막리로 불렸다.
풍천임씨 문중의 묘막이 있다고 해서 묘막(墓幕)이라 불렸던 만수리는 묘지기 마을이라는 뜻으로 인해 1987년 만수리로 명칭이 변경됐다.

만수리란 이름의 원명이 되는 마을인 만수동, 현재의 만수리 맨 윗마을을 지칭하는데 옛날 만세암이라는 사찰이 있었고 조선 현종 때 충청도 관찰사를 지낸 풍천인 임의백의 묘가 뒷산에 생기고 일대의 토지가 모두 문중의 소유가 되었으며 묘막을 짓고 사람을 구해 관리하게 해 마을이 형성되었으므로 묘막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만 빠끔한 만수리는 과거 화전민들이 들어와 화전을 일구며 생활했던 곳이다.
냉골, 묵밭추리, 피앗재, 새막골 등은 과거 화전민들이 거주했던 곳이지만 1976년 화전정리때 모두 철거됐고 화전도 이제는 산림으로 변했다.

현재 만수리는 32농가 7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농가 반 비농가 반으로 구성돼 있지만 농가라고 해서 여느 농촌처럼 벼농사를 주 소득원으로 하지 않고 양봉, 복숭아, 표고·영지·상황버섯이 주 소득작목이다.

벼농사는 전체 농경지 중 500평이 고작일 정도로 구경하기 힘들다. 그래서 주민 대부분이 쌀은 시중에서 구입해 먹는 형편이다.

감자, 옥수수, 배추 등을 재배하며 소득 창출을 하고 있지만 나이가 많은 고령자가 많아 이 마저도 휴경하는 곳이 많아 영농을 할 수 있는 경지도 묵 밭으로 변한 곳이 많다.

아주 적은 규모인 마을 전체 경지면적으로 볼 때 휴경농지가 아깝기는 하지만 고령 농업인들은 풀밭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묵 밭으로 놔둬야 하는 농촌의 상황이 이곳 만수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5월3일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소비생활연구원에서 농산물 구입 및 일손돕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생산되는 농산물이 적고 또 농지가 적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얻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황상연 이장은 만수 마을 농산물뿐만 아니라 주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연계 판매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강효신 박사 ‘약의 집’서 자들과 매주 무료 의료 봉사
만수리에는 계곡뿐만 아니라 전국에 이름나 있는 또 하나의 명물인 대한민국 한의학 박사 1호인 강효신(73) 박사가 살고 있다.

보은읍 삼산리 출신으로 삼산초등학교와 보은중, 보은농고를 졸업하고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 및 교수를 지냈고 경산대 학장을 지내는 등 한의학계에서 가장 저명한 인물로 손꼽히는 그다.

강박사는 단군의 건국 이념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사상을 전파하는 중심인 동추한의학연구원이라는 약의 집을 건립하고 일요일이면 전국에 있는 한의사 제자들이 찾아와 무료 의술을 펼친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2시까지만 운영하는데 만수리 주민들은 물론 청주와 대전 등지에서도 찾아오고 일부러 일요일을 기다릴 정도이며 사람이 많을 때에는 1, 2시간 기다리는 것은 부지기수다.

어쩌다 한 번씩 들어오는 버스를 타고 읍내가지 가야 겨우 병원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만수리 주민들에게 약의 집의 무료 침술 봉사로 큰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오지 중의 오지. 만수리 주민들은 결코 윤택하지 않은 삶에도 만족하면서 자연의 벗삼아 사는 또 다른 자연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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