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을 좀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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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좀 내려야겠다
  • 보은신문
  • 승인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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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 탄부 장암)시인이 쓴 독자칼럼
한국의 전통 목가구 중에서 정이 많이 가는 것이 목침(木枕)이다.
필자가 어릴 때 기억으로 어른들이 낮잠을 자거나, 여름에 대청에서 잠깐 누워 있을 때 주로 사용한다. 물론 원초적인 베개는 우리가 오늘날에 볼 수 있는 왕겨나 메밀껍질을 넣어 만든 베게는 아니고 나무로 만든 베개의 형태였을 것이다.

목침(木枕)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나무토막으로 만든 베개’라 적혀있다.
아무런 장식없이 나무 둥치를 잘라 만든 것이 기본이며, 널빤지를 써서 만든 목침, 중간에 청판을 끼우고 풍혈을 투각한 목침, 접었다가 조립하는 휴대용 접개목침, 머리 뒤통수가 편히 닿도록 그 부분을 양가죽이나 토끼가죽으로 씌운 것도 있다.

목침의 주재료는 소나무, 감나무, 오동나무, 괴목, 대나무 등이고 이런 것으로 만든 목침은 체온을 은근히 받아들여 어느 정도 온도를 유지하여 주며, 금속이나 도자기보다도 부드러운 감촉으로 피부에 닿아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친근감을 주었다.

재질이 단단한 참죽나무를 네 귀퉁이에 사용하기도 한다. 소나무 판재를 사용하면 소나무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어서 좋고, 오동나무는 가볍고 살을 댈 때 촉감이 부드러워서 좋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목침이 인체에 기를 순화시켜주는 도구로서 건강에도 유익한 침구임을 적어 놓았다.

크기가 작으면서도 실용적이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목침이나 퇴침을 만지작거리며 장난감처럼 정이 가는 물건이 목침, 퇴침이다.

젊은 층보다는 40대 중반 이상의 장년층일수록 요즘 목침을 좋아하는 것은 옛날 향수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목침의 포인트는 후두부(後頭部)를 자극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년이 되면 신경 쓸 일이 많고, 신경을 쓰다 보면 뒷목이 땅기면서 뻑적지근해지기 마련이다.

이 부위를 어떻게 풀 것인가.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목침을 베고 누워 있는 것이다. 누울 때 푹신한 베개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딱딱한 목침으로 뒷목의 경직된 부분을 압박하면 지압 효과가 발생한다.

누워 있는 상태에서 곧바로 지압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목침을 애용하였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좋은 목침은 점차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목침의 형태나 장식이 다양해져 갔다. 또한 목침에는 신침(神枕)이나 약침(藥枕)이라 하여 목침 안에 약재를 넣어 사용한 약침이나 향침 등이 있고 목침 안에 서책을 넣어 둠으로써 선비들이 문향을 즐기려는 매우 이상적인 아취를 정신적으로 이입시킨 목침도 있다.

이렇듯 목침은 원시적인 침구에서 시작되어 건강을 위한 침구로 발전하고 휴식용 침구로 유행하기까지 우리 곁에서 친근한 목공예 품으로 존재해 왔을 뿐만 아니라 재질이나 조형적인 면에서도 예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퇴침의 가로 세로 크기도 인체공학이 가미되어 있다. 사람이 옆으로 누웠을 때 목을 받쳐 주어야 하는데, 가장 편안하게 목을 받쳐 주려면 목과 어깨의 길이만큼 목침이 차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누워 있는 상태에서 수평이 유지된다. 보통 한국 사람이 옆으로 누웠을 때 목에서 어깨까지의 평균 높이는 15㎝이고, 뒤로 편안하게 누웠을 때의 높이는 11㎝라고 한다.
그래서 전통 퇴침의 가로는 15㎝, 세로는 11㎝에 가깝다.

얼마 전 모 지역신문에서 앞으로 선거가 1년이 남았는데, 군수에 출마할 인물이 13인이나 된다는 보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훌륭한 인물이 많다는 것은 분명히 그 지역의 자랑이다.

속리산에도 전통 목공예품점이 있다. 여기서 잘 살펴보면 건강에 좋고, 잘생긴 목침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목침을 베고 열을 좀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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