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빛나는 신록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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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빛나는 신록을 보라
  • 보은신문
  • 승인 200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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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이제 정점을 향하고 있다.
어느 시인은 ‘서리 맞은 단풍이 꽃보다 더 붉구나’라고 가을 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지만 신록이 피어오르는 5월의 산색은 시인이 아닌 평범한 우리들로서도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고 생기있다.

초봄에 비가 많이 내린 탓에 모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요즈음 물 걱정이 없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뭄의 고통을 깊이 알지 못한다. 물이없어 모를 제 때 내지 못하거나, 심어놓은 모가 타들어 갈때 말 그대로 농민들의 애간장이 탄다.

다행히 금년에는 아직 물 걱정을 하지 않으니 그것만으르도 큰 위안이 된다. 농수로를 가득 채우며 힘차게 흘러가는 물소리를 잠시나마 농업과 농촌의 어려움을 잊은 채 작은 희망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만의 행복이다. 당장에 필요한 농사비용을 어떻게 조달해야 할까에 생각이 미치면 이내 머리가 아프다.

비료, 농약, 농기계, 인건비등 농사와 관련된 모든것이 올랐지만 정작 완성품인 농산물의 가격은 내려가는 실정이다. 물밀 듯 밀려오는 외국 농산물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하루종일 무거운 모판을 옮겨주고 기계가 빠트린 곳에 모를 심어주는 힘든 작업(농촌에서는 이 작업을 땜방이라고 한다) 끝에 농촌 아낙네들의 손에 쥐어지는 돈의 액수가 3만 5천원이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귀한 식량을 생산하는 이분들의 정직한 땀의 대가로서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한 철 부지런히 벌면 50만원쯤 될 것이다.

잠깐 눈과 귀를 신문과 방송에 돌려보자. 연일 보도되는 각 종 비리의 끝에는 검은 돈이 있다.

그 액수가 매 번 억대를 훨씬 넘는다. 잘 나가는 전문경영인의 연봉도 몇 억은 보통이다. 한강이 잘 보인다는 장점(이른바 한강 조망권)만으로 집갑이 2억이나 더 비싸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농촌 아낙네의 셈법으로는 널찍한 아파는 꿈도 못 꾸고 한강 조망권 하나만 확보하기 위해서도 정확하게 5714일, 15년 6개월을 일해야 한다. 꽃 같은 20대에 결혼하여 마흔 중년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같은 하늘 아래의 공기를 마시고, 같은 땅에서 솟아나는 물을 같이 마시는 사람들의 사회에서 이런일이 상식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오는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부처님 탄신일이기도 하다.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오신 날이 하필 온갖 비교육적 문제점이 터져 나오는 한국의 교육계에서 가장 긍지를 가져야 할 스승의 날과 금년에 우연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교육계에 종사는 모든 분들에게 자각과 반성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울러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기 위해 어느 고을을 방문하셨을 때 이를 환영하기 위해 부자들이 크고 화려한 등불을 많이 걸었으나 갑작스러운 비바람에 이 등불들은 모두 꺼지고 하루 종일 구걸한 적은 돈으로 저녁거리 대신 작은 등불을 사서 부처님을 환영한 어느 가난한 사람이 바친 작은 등불만이 꺼지지 않았다는 이른바 빈자의 등이라는 설화가 상징하는 진실한 마음의 소중함을 우리 모두가 깊이 새기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다시 한 번 눈을 들어 저 푸른 신록을 보자. 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 모두가 진실 된 마음으로 서로 섬기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뻗쳐오르는 생명의 기운과 환의를 함께 나누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면서 5월의 한가운데로 달려 나가자.
최규인 삼년산향토사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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