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쓰는 마을이야기 13번 째 - 보은읍 노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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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쓰는 마을이야기 13번 째 - 보은읍 노티리
  • 임향묵
  • 승인 2005.05.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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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재배역사 당도높은 사과생산, 부촌 이뤄
노티리는 노티고개 아래에 있다하여 노티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노티고개는 예로부터 보은읍에서 회인고을로 통하는 지름길목으로 고개의 형상이 노승이 바랑을 지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하여 노티(老峙)고개라 부른다는 전설과 함께 고개가 하도 높고 길어서 넘다가 세월이 다 흘러 늙는다하여 노티고개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산 속 깊숙이 터를 잡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노티리는 자연마을로 이곳 마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큰말을 비롯해 대추밭말, 딴동네(딴통메), 중충말이 있다.

이 중 딴동네는 노티 남쪽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마을로써 마치 다른 동네같다는 의미에서 딴동네라고 불리고 있으며, 중충말은 큰말 남쪽에 있는 마을로 예부터 한 채의 집이 한 자연마을을 이루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이곳은 과거 ‘조노티’, ‘윤초개’, ‘허대비’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로 미뤄 조씨성을 가진 이들이 처음 노티리를 형성하고 마을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다른 이웃마을들에서 그 마을 초창기 사람들의 무덤이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것에 반해 노티리에서는 조씨성을 가진 이들의 무덤이나 흔적을 전혀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뒤로 이곳 마을에 뿌리를 두고 사는 사람들은 오래된 집이 13대째 내려오고 있으니 400여 년 전부터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군의 지원과 마을기금을 더해 새로 증축한 마을회관은 마을의 입구를 지나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다.

넓은 터와 함께 자리한 마을회관에 들어서면 넓은 공간 외에도 눈에 뜨는 것은 ‘금연구역’이라는 글자와 ‘마을훈’이라는 액자이다.

‘웃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자’, ‘이웃을 내 집같이 사랑하며 협동 단결하자’, ‘분수에 맞게 살며 검소한 생활로 소득을 증대하자’, ‘주방으로부터 환경오염을 방지하는데 앞장서자’라고 쓰여있는 마을훈에서 이곳 노티리 주민들의 검소한 생활과 따뜻한 마을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금연구역이라는 글자에 대해 김종구(67) 이장은 “깨끗한 환경을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너나할 것 없이 주민모두 금연을 하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한사람이 금연을 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마을 주민 모두가 금연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워 재채 묻자 “주민들이 회관에 모여 처음엔 밖에 나가서 피고 오곤 했는데, 이제는 서로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모두 끊었다”며 그렇지만 아직 김종구 이장 자신과 다른 한명 만은 피우고 있다고 귀뜸해 주었다.

또한 “노티리는 적은 인원의 마을로 그 결속력이 좋아 단합이 잘 되는 마을”이라고 자랑이 대단했다.

마을의 경조사에 가장 앞장서 일을 하는 청년회(회장 임명수, 52세)를 비롯해 새마을지도자(박창원, 47세), 부녀회(회장 윤순화, 49세), 노인회(회장 이남우, 78세)가 모두 이장인 자신을 도와 마을 발전 등에 기여하고 있어 7년 동안 탈 없이 마을을 이끌 수 있었다 한다.

노티리도 다른 마을들처럼 매년 마을의 안녕과 주민 건강을 기원하는 산제사를 지내며, 마을 잔치를 하고 있다.

12만평에 이르는 사과재배
현재 54가구 100여명이 살고 있는 노티리는 사과가 제일먼저 떠오를 정도로 명품사과로 유명한 마을이다.

지난 1978년 군의 지원을 받아 처음 4만평에 사과재배를 시작한 후로 현재는 논을 밭으로 개관 한 것까지 포함, 전체농지의 절반이자 밭 농지의 7∼80%를 차지하는 12만평에 전체가구 수 54가구에서 33가구나 재배를 하고 있을 만큼 노티리는 사과마을이라 할 수 있다.

이곳 사과는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은 것이 특징으로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처음 재배를 시작했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많은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는 대전으로 출하하고 있어 꾸준한 소득증대를 가져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부산 등 타지역으로의 출하도 겸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2년전부터는 대만으로의 수출 길도 열어 노티사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특히 대만으로의 수출은 국내보다 값싼 가격의 수출이라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은 없지만 앞으로 더 많은 수출 길을 모색하여 노티사과의 우수함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과재배를 하기 위해 노티리는 다른 마을보다도 좀 더 빠른 모내기를 시작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마을들이 5월 초∼중순경에 모내기를 하는 것에 비해 노티리는 5월초에 시작한다.

5월엔 사과 적과를 시작해야하므로 모내기를 일찍 끝내지 않으면 일손도 부족하고 일이 번거롭기 때문에 미리 모내기를 끝내고 주민들은 모두 사과 일에 매달려야 한다.

사과로 인한 소득증대는 이 마을을 보은에서도 손꼽히는 부촌마을로 만들어 가구당 소득이 평균 연3∼4천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과연 효자종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노티리 마을 입구에는 한준철 송덕비가 세워져 있다.
노티사과 단지를 조성하여 농가 소득증대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훈장을 받기도 한 그의 공적을 높이 사 마을 주민들이 송덕비를 세운 것이다.

우수한 사과생산을 위해 농노포장은 필수
노티리는 지난 99년 기반사업을 마친 노티저수지로 인해 중초, 용암, 장속 일부와 함께 풍부한 물을 공급받게 되었다.

이처럼 물도 풍부하며 마을의 소득도 높고, 좋은 마을 회관에 지난 4월엔 도교육청과 1사1촌 자매결연까지 맺은 이곳 노티리 마을에 더 이상의 바램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질문한 마을 숙원사업에 대해 김종구 이장은 단연 농노포장을 들었다.

매년 군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지만 마을에서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시골마을에서 농노포장은 어느 마을에서나 주민들이 원하는 바램 중의 하나일 것이다.
더욱이 주민의 60% 이상이 사과작물을 취급하는 노티리에서 농노포장은 무엇보다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사과와 같은 과일작물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만큼 포장되지 않은 길에서 운반할 때 아무리 신경을 쓴다하여도 조금의 손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종구 이장은 포장을 원하는 주민들의 욕구를 모두 들어주지 못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한편 자신의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한다.

마을의 소득과 관련된 일인만큼 세심한 관의 배려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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