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 자연을 닮아가는 들꽃사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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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 자연을 닮아가는 들꽃사랑회
  • 송진선
  • 승인 2005.05.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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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무수한 들꽃 가슴에 품어
전국의 산하가 붉고 희고 노란 꽃들에서 초록까지 색색의 물감을 흩트려놓은 것처럼 흥건하다.
이런 잔치에 이름 모를 야생화도 한 몫 당당히 끼어 있다.
워낙 겸손할 정도로 소박해서 언뜻 눈에 띄지 않지만 조금만 몸을 숙이고 풀숲을 제치면 청량하면서 단아한 자태가 드러난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이 풀꽃들에게 그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면 어느 새 하나의 의미가 되어 다가온다.
때가 되면 홀로 피고 지는 강인한 야생화의 생명력은 그 누군가의 ‘꽃’이 되고픈 우리의 존재감과 욕망을 자극한다.

맨 먼저 얼음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를 비롯해 노루귀, 알록제비꽃, 노랑제비꽃 깽갱이풀, 개불알꽃, 민백미꽃, 동강 할미꽃, 섬말나리, 노루오줌, 하늘말나리, 벌개미취, 산오이풀, 동자꽃, 능소화, 상사화, 뻐꾹나리, 산솜방망이, 각시석남, 둥근잎꿩의비름, 해로라비난초, 야고, 구절초….
이름마저도 아주 토속적인 것들이 많다.
우리 들꽃의 생명력을 느끼며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아름다운 모임을 소개한다.

11명의 회원이 풀꽃 같은 향기 나눠
들꽃 사랑회. 회장은 안승함(70, 산외이식)씨이고 회원은 총 11명이다.
들꽃이 좋아 마당에 들여놓은 들꽃이 어느새 한가득, 사람이 지나다니던 길은 줄이고 그 곳을 들꽃들이 차지했다.
이렇게 들꽃 세상이 돼 버린 곳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11명의 회원이 다 똑같다.
정원을 보면 입이 딱벌어진다.  농부가 농작물을 가꾸듯 들꽃들도 이들의 정성을 먹고 자란다.

아마도 하루라도 들꽃과 대화하지 않으면 하루 일과 중 하나를 빼놓은 것 처럼 들꽃을 사랑하는 일이 일상이 돼버렸다.

들꽃사랑회원인 안승함 회장을 비롯해 총무 김정섭(내북 봉황)씨, 한윤동(보은 신함)씨, 김두환(외속 장재)씨, 이재문(삼승 우진)씨, 홍이웅(마로 송현)씨, 유재완(보은 교사)씨, 조옥순(보은 월송)씨, 이현숙(보은 성주)씨, 김창임(내북 봉황)씨, 이방원(내북 창리)씨는 마당의 빈 공간에 고추며, 배추며 채소를 가꾸는 것보다 풀꽃들을 일부러 키운다.

현재 회원 중에는 김정섭씨가 300종류에 개체수는 400점 정도를 보유, 회원 중 가장 많이 갖고 있을 것이라고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말했다. 그래서 농업기술센터에서 시범 사업으로 야생화 농장 사업을 지원했다.

들꽃들이 자라는 곳은 깨진 단지 안이나 단지 뚜껑, 기와장, 나무, 돌에 뿌리를 붙이고도 있다. 그냥 땅속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것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 이들의 정원은 한 번 둘러본 사람이라면 마당에 자연석을 쌓고 아주 작은 연못도 만들고 그리고 돌 틈에 작은 들꽃을 심고 깨져서 버려져 있던 먼지 쌓인 단지에 흙을 넣고 들꽃을 심어놓은 정원을 가꾸는 눈으로 당장 바뀔 것이다.

취재를 위해 들꽃 사랑회 회원들의 집을 한 번 들러보고 야생화를 가꾸고 싶다, 아니 가꿔야겠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 그 강한 욕구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들꽃 한 번 둘러보고 들에 나갔다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세상 시름을 다 잊는다는 이들이 분신처럼 키워온 들꽃을 지난해 들꽃사랑회 야생화전시회에 내놓았다.

그동안 주변에서 흔하게 보았지만 화분에 심어 예쁜 꽃으로 가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그런 꽃들이었고 풀인 줄 알았던 것들이 예사롭지 않은 화분에 심겨져 자태를 뽐내는 들꽃들에 사람들은 미쳐버렸다.

꽃을 찾는 벌과 나비처럼 전시회 내내 사람들은 벌과 나비가 돼서 야생화 주변을 맴돌았다.

그런 야생화를 가꾼 사람들은 딴 세계에 사는 고상한 사람들이 아닌 담을 함께 하며 어울려 사는 보통의 우리 이웃들이 만들어 놓은 솜씨는 금방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모두를 들꽃 예찬론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누구나 관심만 갖고 있으면 길러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마도 지난해 첫 들꽃 전시회를 보고 감흥을 얻어 마당 한 쪽에 소박하지만 앙증맞은 야생화 한 두 그루를 옮겨놓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전국 다니며 정보 얻어
들꽃 사랑회가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2003년 5월이다.
이들이 모임과는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잘 가꿔놓은 농원이나 일반 가정을 방문해 야생화를 감상하고 그곳에서 배워오고 꽃 묘를 구입해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은 야생화들은 취미 수준을 넘어 일정 경지에 올라와 있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자생식물 유전자원실 설치를 준비하면서 군내 각종 자생식물을 채집해 키우고 또 육종을 연구하면서 회원들의 가정을 방문하고 이것이 연결고리가 되어서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서로의 정원을 보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며 모임으로 발전됐다.
매달 한차례씩 모여 야생화에 대해 공부를 한다.
어느 야생화는 음지식물이고 또 어떤 야생화는 물을 많이 주면 안되고 어떤 것은 뿌리를 깊게 심어줘야 하고 하는 등등 기르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전국의 유명한 야생화 농장을 견학하고 희귀식물이 있으면 사오기도 한다. 야생화는 값이 비싸기 때문에 한 두개만 사도 몇 만원을 호가하지만 이들은 야생화를 사는데 들어가는 돈은 절대로 아깝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지갑 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휴식처가 꽃이고 꽃을 보며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오는 27일 열리는 속리축전에서 2회째 야생화전시회를 준비하는 바쁜 와중에도 들꽃 천지 속에서 빠져 행복한 미소를 짓는 회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글을 쓰는 내내 어디선가 풋풋한 들꽃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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