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두꺼비는 살았나요 죽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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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꺼비는 살았나요 죽었나요?
  • 보은신문
  • 승인 2005.04.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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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주 희(보은읍 이평리)
오랜만에 당신이 사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촘촘히 있던 다락 논은 경지정리로 지형이 바뀌었습니다.

당신이 다니던 산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은 간 데 없고 길 옆으로 콘크리트로 된 큰 배수구가 생겼습니다.

작은 소류지 가장 자리에 당신이 올라 매달려 놀던 낮은 땅, 버들강아지 습지와 갈대 습지는 파헤쳐 바닥에 모래만 보이는 연못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살던 풀 습지는 없어지고 준설한 흙만 쌓여 있습니다.

당신이 오르내리던 산은 고속도로 공사로 잘려 나가고 파헤쳐져 옛 모습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당신의 보금자리가 무참히 짓밟힌 모습을 보는 순간 한발 짝도 걸을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온몸이 가라앉는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후회와 분노가 파도처럼 몰려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고 머리 속은 이걸 어쩌나 이걸 어쩌나 되뇌이고 있습니다.

오래 전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당신이 무리 지어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봤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본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처음은 사진 촬영이 목적이었습니다. 한참 산란기였나 봅니다.

몇 일인가 자주 당신을 찾아가 이 모습 저 모습, 둘 셋이 엎어져 있는 모습,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려 재롱 떨다 점프하는 동작, 실개천 바닥을 기어가는 앙증맞은 행동을 촬영하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 외에 대전서 당신을 관찰하고 촬영하러 오시는 교수 한 분이 더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삼각대를 받쳐놓고 매일 있으면 자연 소문이 날 것이고 몰지각한 사람이 알게 되여 남획하게 되면 당신들을 영영 보지 못할 것 같아 우리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소문 내지 않고 촬영도 그만하고 찾아보는 것도 삼가고 당신들이 편안하게 자연 그대로 살게 두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전국 생태계 사진 촬영을 다녔지만 두꺼비 서식지로 우리나라에 이만한 곳이 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곳을 누군가는 관리해야 하기에 보은군 환경과에 알리고 주위 환경을 변화시키지 말고 사람들이 모르게 낮은 철망을 치고 감시 관리할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두꺼비를 한약재로 쓰기 때문에 소문이 나면 멸종된답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군 환경과에서 연을 그곳에 심는다기에 반대하였습니다.

내 생각에는 연 생육 적지도 아닐 뿐더러 한적한 상태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반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잊고 찾지 못했습니다.

누굴 원망합니까? 내 잘못이죠. 참 오늘 후회 많이 했습니다.

군청 공무원을 믿고 잊고 있었다니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두꺼비를 어디 가서 찾을까요? 찾을 수 있을까요? 아는 분 있으면 말 좀 하여 주세요.

이럴 때 그놈들 사진이라도 있으면 보고 위안될 것을, 여러 롤 찍은 필름 현상하고 인화하다보면 소문 날까봐 한 장 인화도 안하고 수십 통을 버렸으니 산에서 무리 지어 오는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청주 원흥이 방죽 두꺼비는 오랜 시비 끝에 생존을 보장받게 되였는데 우리 두꺼비는 보은에 태어난 탓에 말 한마디 못하고 죽었는가 흔적이 없네요.

오호! 통재라. 아무리 훌륭한 문화재가 있으면 무엇하며 아무리 좋은 생태계가 있으면 무엇하며 아무리 좋은 자연 환경을 가졌으면 무엇합니까?

능력이 있는 자에게 있어야하고 유지하고 보존하고 가꿀 자격이 있는 자에게 있어야지, 자격이 없는 자에게 있는 것은 짐일 뿐입니다.

두꺼비 서식지를 포크레인으로 파내고 연을 심는 사람들에게 더 할 말이 없습니다.

kim2663@empal.com,
http://kim2663.hi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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