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를 공예품으로 탄생시킨 솜씨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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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를 공예품으로 탄생시킨 솜씨 자랑
  • 보은신문
  • 승인 2005.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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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대 신개울 짚공예 전승 노인들
겨울철 경로당의 풍경은 어떤가.

마땅히 일거리가 없는 주민들이 모여 화투장을 맞추고 있거나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박장대소를 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는 곳이 많다.

막걸리를 말띠기로 받아놓거나 소주를 짝으로 들여놓고 병나발을 불고 있거나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부어라 마셔라 하며 흥청망청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술이 얼큰해지면 언성이 높아지고 사소한 것에 시비가 붙어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일 철이 돌아오기 전까지 농촌 주민들은 가정의 난방비도 아낄겸 해뜨면 경로당으로 하나 둘 모여들어 금새 왁자지껄한 사랑방으로 변한다.

대부분의 경로당 모습일 것이다.

산외면 산대2리 신개울 마을 경로당은 주민들이 모두 모여있기는 했지만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바닥은 지푸라기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들은 겨울철이라고 놀지 않고 짚으로 솜씨를 자랑할 수 있었다. 바로 짚 공예품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짚으로 만든 공예품은 공예품이라고 하기 전에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들이어서 일부러 전승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여자가 베를 짰던 것처럼 필수 기술이었기 때문에 집집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사랑방에서 짚으로 생활도구를 만들었다.

지금은 플라스틱이나 유리, 사기제품 등에 밀려 짚으로 만든 제품은 이제 농촌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고 짚공예품을 만드는 기술조차 알지 못해 조상의 문화가 사라지는 위기를 맞은 것.

그래서 신개울 마을은 지난해 농업기술센터에 짚공예 전승 사업을 신청, 지난해부터 짚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성의 싶당 짚공예연구소를 견학하고 대전 뿌리공원을 견학, 공예품을 눈에 넣어 온 주민들은 우선 지난해에는 40만원, 올해도 50만원어치의 비를 맞지 않은 일반벼 품종의 짚을 구입했다.

그나마 만드는 방법을 희미하게 나마 기억하고 또 눈썰미가 좋은 조만호 노인회 총무를 주축으로 류근원 회장과 노인회원들은 아예 짚으로 물건을 만들어 보지 않았던 3, 40대 주민들에게도 새끼를 꽈서 엮고, 묶는 기술을 선보이며 물건을 만들어 냈다.

아침 7시 아침밥을 먹고 나면 나며 하나 둘 경로당으로 나와 그때부터 짚공예품을 만들기 시작 밤 10시, 11시까지 매달린다.

2m×5m 규모의 멍석은 4인이 1조가 돼서 1주일은 꼬박 매달려야 하나를 만들 수 있다. 짚신도 쉬운 것 같지만 하루 꼬박해야 4켤레 정도 만든다. 그만큼 시간과 정성 인력이 많이 소요된다.

짚 공예를 하지 않았을 때는 일하느라 거칠어졌던 손도 겨울철 농한기 때면 다시 보드라워졌는데 짚공예를 하고부터는 굳은 살이 박혔을 정도다.

굳은 살은 비록 박혔지만 만들어 놓은 하나의 완성품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는 전승반들은 그동안 만들어 놓은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판매도 할 참이다.

요즘도 찜질방, 약제상 등에서 멍석 등 구입문의를 하고 있다며 아직 확보하고 있는 물건이 적어 판매를 하지 않았는데 물량을 좀더 확보하면 적극적으로 공예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옛 문화도 전승하고 농한기 돈도 벌고 주민들은 짚공예품을 이용, 나름대로 세운 계획이 실현되면 짭짤한 소득을 올릴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 11월 농업인대회에서 신개울 주민들은 짚 공예품을 선보였고 현재는 경로당 2층에 풍물연습도 하고 짚공예품도 전시한 전시관을 만들어 진열해놓고 작품이 쌓여가는 것에 모두가 즐거워 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짚 공예품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들이 많다.

짚신, 멍석을 비롯해 맷방석, 삼태기, 망태기, 종두리가 있다.

문이 열릴 때 문고리가 벽을 쳐서 벽이 패이지 않도록 하는 문받이, 비옷이 없을 시절 비올 때 입었던 도롱이도 있다.

초가집 용마루에 얹는 용고쇠, 새를 잡는 새 덮치기, 옛날 단지 뚜껑으로 사용했던 두트레 방석, 다듬이 돌 받침대, 낫 꽂기, 여치집, 부채, 윷놀이 판, 물항아리를 머리에 일 때 머리 위에 얹던 똬리, 술을 거를 때 쓰던 용수도 있다.

축구공도 있고 씨앗을 담아놓았던 씨오쟁이며 닭 둥우리, 달걀을 넣는 달걀 꾸러미 등 이름도 생소한 제품이 주민들의 손에 의해 탄생하고 있다.

처음 배운 사람들은 한 개 한 개 완성할 때마다 솜씨가 나아지고 있어 점차 자신감을 얻고 있는 짚공예 전승은 류근원(74) 노인회장과 조만호(66) 총무를 비롯해 류문기(75), 류홍열(69), 송광영(65), 류인태(64), 류인기(64), 이성재(62), 김재룡(62), 류지정(53), 송광준(53), 류재헌(52), 류재성(52), 류형렬(51), 류재풍(46), 류정열(45), 류청열(45), 류재춘(45), 이종환(34)씨가 참여하고 있다.

할머니, 아주머니들도 능숙하게 씨줄과 날줄을 맞춰 가마니 틀 앞에 앉아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짚공예품을 만들면서 주민들은 틈틈이 경로당 2층에서 풍물 연습을 하는 등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류재헌 이장은 겨울철에 주민들이 모두 읍에도 안나가고 짚공예를 만들고 있다며 짚공예품을 만들면서 종전보다 마을 주민간 단합도 잘된다, 지난해에는 도 농촌생활자원사업 시범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 자랑에 주민 자랑을 풀어놓으며 공예품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연결 좀 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구입 문의 542-4083 / 010-4646-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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