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정이품송 정기어린 장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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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정이품송 정기어린 장수마을
  • 곽주희
  • 승인 2005.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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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속리면 상판리내속리면 상판리2 37번 국도를 따라 가다 장재 저수지를 지나 굽이굽이 말티고개를 넘어 가다보면 만나는 마을이바로 상판리다.

상판리는 역사와 전설이 너무나도 많은 마을 중 하나이다.
6∼7개의 자연마을이 합쳐 상판리라는 큰 마을로 탄생했는데 각각의 자연마을마다 역사와 전설이 있다.

역사와 전설이 곳곳에 살아있어

말티고개를 넘은 세조의 일행이 내속리면 상판리에 다다르니 길가에 우산 모양을 한 큰 소나무가 한 그루 우뚝 서 있었다.
세조는 소나무 아래 잠시 쉰 후 다시 길을 떠나려고 연(輦)을 타고 보니 늘어진 가지에 연이 걸릴 것 같았다.
‘연 걸린다’라고 세조는 연을 메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축 늘어져 있던 소나무 가지 하나가 하늘을 향하여 올라가고 있었다. 참으로 기특하고 신기한 일이었다.
또한 세조가 피접(避接)을 마치고 한양(서울)으로 돌아갈 때 이 소나무 아래 이르자 갑자기 소나기가 왔고 세조 일행은 이 소나무 아래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세조는 ‘올 때 신기하게 나를 무사히 지나도록 하더니 이제 갈 때는 비를 막아주니 참으로 기특하도다’ 하면서 이 소나무에게 정이품의 품계를 하사했다.
이후부터 이 소나무를 연거리 소나무 또는 정이품송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판리는 새목이, 웃늘근이, 장터, 지방바우, 진터, 생왕동(새양골), 칠송정을 병합해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로 1947년 속리면이 분할됨에 따라 내속리면에 편입되고 면소재지 마을이 되었다.

자연마을 7곳이 모여진 상판리

새목이는 정이품송 동남쪽에 있는 마을로 뒷산 모양이 새의 목처럼 생겼다고 한다. 이곳 안쪽에는 새명당이라고 칭하는 곳이 있는데 큰 바위가 있는 곳에 촛불을 켜고 고사를지내는등 치성을 드리는 곳이 있다. 아마도 명당이라고 믿기 때문은 아닐까.
생왕동(새양골)은 지방바우 동북쪽에 있었던 마을로 옛날에는 골짜기에 이무기가 살았는데 몇 년의 기도 끝에 용이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현재는 마을은 없어지고 속리산 유스타운이 있다.
웃늘근이는 상판리 양지쪽에 있는 마을이며, 장터는 지방바우 남쪽에 있는 마을로 전에 장이섰던 곳으로 면사무소 앞 마을을 칭한다.
지방바우는 상판리의 중심이 되는 마을로 현재 속리중학교와 보은농협 내속지소가 있는 곳으로 바위가 문지방 모양을 하고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문턱바위라고도 한다.
진터는 장터 동북쪽에 있는 마을로 정이품송 남서쪽이며, 세조 임금의 딸 공주와 김종서의 아들이 각각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숨어살았다는 원수끼리 맺어진 부부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군사들이 진을 친 곳이라 진터가 되었고 숯을 굽는 가마가 있다하여 가마골이라 불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칠송정은 수정초등학교 법주분교가 있는 마을로 옛날 안정 나씨(安定 羅氏) 칠형제가 한 그루씩 소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도로개설로 나무는 없어졌고, 한 그루만이 학교안에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이 나무 웅이에서는 몇 년전부터 송이가 자라기도 한다.
상판리는 수정초등학교 법주 분교 아래부터 은구 모퉁이까지에 거쳐 있는 마을로 곳곳에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지금은 없어진 은구 모통이의 은구석은 세조가 복천암에서 기도를 끝내고 병이 낫자 기쁨을 참지 못해 속리산 안에 있는 모든 스님들을 모아 복천암에 있는 바위에 줄을 메고 끌고 가다가 힘이 빠져 멈추는 곳까지의 모든 토지를 절 소유로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스님들이 있는 힘을 다해 바위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이품송이 바라보이는 산모퉁이에 다다르자 힘이 빠졌는지 물욕이 다했는지 바위는 움직이지 않았고 세조는 이에 그곳까지의 토지를 법주사 소유로 내주었다.
그때 그 바위를 은구석(恩救石)이라 하고 그 바위가 멈춘 모퉁이를 은구 모퉁이라 부리게 되었다.

전통을 이어가고 장수마을

정월 초이틀, 사흘에 상판리 주민들은 생기복덕을 따져 제관을 뽑고 산제사를 지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월 초이틀 새벽 5시30분쯤 제관 3명이 마을의 안녕과 자식들의 입신양명,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지난 70년대 미신타파 등으로 없어진 것을 마을주민들이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또한 지난 3년전부터 출향인들과 함께 상조계를 만들어 43명의 회원이 마을에 애사가 있는 경우 상여를 매는 등 상부상조하는 친목계를 만들었다.
이밖에 2003년부터 7월 백중놀이를 재현해, 마을 단합과 친목을 도모하며 잘사는 농촌을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상판리에는 노인회장 라명환(74)옹, 이장 유대봉(62)씨, 부녀회장 박창순(51)씨, 새마을지도자 이관우(45)씨를 비롯해 84호 180여명이 살고 있다.
이중 65세 이상 노년층 인구는 70여명으로 마을 전체인구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마을부녀회와 상판의용소방대에서는 매년 노인들을 위해 1년에 한번 경로위안잔치를 베풀고 있으며, 마을 총회시 부녀회에서는 음식을 장만하는 등 마을 일을 내일처럼 솔선수범하고 있다.

상경하애하는 장수마을

농업과 상업을 복합으로 하고 있는 상판리의 경지면적은 논이 20ha 밭이 19ha로 비교적 경지면적이 협소하지만 벼농사와 고추, 담배, 콩, 팥, 감자를 주로 재배하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축산을 병행하여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축산은 우리의 고유한 전통 한우를 환경과 체질을 고려한 규정된 고급축사 시설에서 집단 사육 및 공급함으로써 도내는 물론 전국에서도 속리산한우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가마골에는 (주)매일유업의 사슴(100마리), 곰(40마리)목장도 있어 관광 지역 및 산악지형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는 곳이 바로 상판리다.
한편 속리산으로 향하는 내속리면사무소 주변으로는 식당, 슈퍼 등 상가가 형성되어 있어 10여가구가 생업으로 삼고 있다.
상판리에 지난 94년에 신축한 노인회관은 2년전 작고한 김복수씨가 토지 110평을 희사해 건립한 것으로 주민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노인회관 옆에는 고 김복수 송덕비가 있다.
주민사랑방인 마을회관 건립 희망
유해조수가 되어버린 백사슴 골치

상판리 주민들이 가장 골치를 아프게 하는 것은 법주사에서 방생한 사슴들이라는 것.
사슴들이 마을 산에까지 내려와 애쓰게 심어놓은 콩이나 팥 등 밭작물을 마구 먹어버려 그피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다 잡아 먹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유대봉 이장은 말한다.
상판리 주민들의 숙원은 30여년전 지은 마을회관이 주차공간도 없고 너무 협소해 다시 신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마을 총회는 노인정에서 하지만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하지요. 현재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마을회관을 팔아 대지를 마련, 넓은 주차장을 가진 마을회관을 지었으면 좋겠지요.” 유대봉 이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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