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 마을, "물 원 없이 이용해 봤으면…
가뭄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밭작물의 고갈은 물론 계곡수를 상수원으로 하고 있는 마을은 5월경부터 5개월 가까이 제한급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은 기상관측소에 따르면 7월 이후 9월까지의 강우량이 올해는 292.5㎜가 내린 반면 지난해에는 962.2㎜, 예년에는 590.8㎜를 기록, 700㎜에서 300㎜ 가량이 덜 왔다. 따라서 계곡수를 상수원으로 하고 있는 마을은 지표수가 말라 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자 추석도 다가와 물 쓸 일이 많은데 걱정이라며 물을 원없이 사용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할 정도다.그나마 젊은 세대의 경우 이웃집 물이라도 이용하기가 쉽지만 노인만 사는 가정에서는 물이 있어도 힘에 부쳐 제대로 길러다 먹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 6월 군이 식수난를 겪는 마을로 조사된 것을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현재도 28개 마을이 제한급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3개 마을은 올해 6월 총 4억3200만원을 들여 암반관정을 뚫었으나 아직 농산물 수확전이라 이용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식수난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하루 두차례 제한급수를 하거나 일부 가구에서는 부랴부랴 자가수도를 설치하는가 하면 이웃집 지하수를 길러다 먹기도 하고 농업용 소형 관정을 이용하는 곳도 있다. 또 도랑물을 식수로 이용하는 곳도 있어 자칫 수인성 질병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내북면 용수리 수적골 주민들은 계곡수가 마르자 도랑물을 식수로 이용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결국 지난 27일 내북면사무소에서 운반급수를 실시했다. 역시 수한면 차정리 밤나무골도 물이 떨어지자 도랑물을 탱크로 퍼올려 가정에 공급하고 있으며 내속리면 사내4리 수정동은 9월25일 내속리면 사무소에 운반급수를 요청했을 정도다. 이 지역은 지대가 높아 지하수조차 개발이 안돼 간이상수도의 물이 마르면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탄부면 대양리 골말도 현재 3일에 한 번씩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일부 주민들은 논에 설치한 소형 관정을 이용하고 있다. 마로면 소여1리는 식수난이 더욱 심각한데 현재 식수용 관정을 팠으나 아직 수질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 25일부터 학교 뒤 11가구가 사용하던 상수도는 물이 완전히 말랐다. 더욱이 암반관정도 폐광된 갱도에 고여있는 지하수를 뽑아올리는 것이라 수질이 어떨지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주민들은 “마을에 수원이 부족해 물이 달리는 일이 십년 이상 계속됐기 때문에 이젠 물이 안나와도 그러려니 할 정도로 인이 박혔다”고 대답, 그동안의 사정을 짐작케 했다. 현재 식수난을 겪고 있는 지역은 ▲보은읍 △중초1리(상초계) △용암리 문암·대비 △종곡 삼성골 ▲내속리면 △사내4리 수정동 ▲마로면 △세중리 새뜸·북바위·안골·중뜸·중앙방·동방 △소여1리 △한중리 △갈전리 증산마을 ▲탄부면 △대양리(골말) △벽지리 아래말 ▲수한면 △병원리 가련마을 △상동정 △차정리 밤나무골 ▲내북면 △용수리 수적골 ▲산외면 △구티리 거북티 △길탕2리 질골 △장갑1리 새말·안말 △이식1리 상촌 △봉계1리 안터 △오대리 새동네이다.
군은 올해 1회 추경에 암반관정 개발비 1억원을 요구했으나 계곡수를 이용하는 마을의 항구적인 물공급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 보은 기상 관측소에서는 10월초까지 비가 없을 것이라고 예보, 앞으로 식수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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