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책 좀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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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책 좀 읽어주세요.
  • 보은신문
  • 승인 2001.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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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회관에서 여름방학 특강으로 글쓰기 수업을 끝내면서, 유난히 더웠던 날씨에도 많은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들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글쓰기 교실을 맨 처음 시작할때 만해도 아이들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했던 걱정들이 이번 수업에서는 너무 많이 와서 두 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할 정도였다.

대입논술의 중요성이 언론에서 강조되고 글쓰기의 필요성을 깨달은 엄마한테 등 떠밀려 온 아이들이 많겠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책의 중요성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업을 하면서 작년보다도 더 아이들의 독서능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누구 탓으로 돌려야 할까?
세상은 점점 아이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TV, 컴퓨터, 오락실, 게임기, 학원으로 아이들이 재미만 쫓아서, 성적만이 최고라는 어른들의 성화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점점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고, 그저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주변을 돌아보기는 커녕 나만 편하고 나만 좋으면 된다는 무책임한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다.

3∼5살 어린이들의 책 읽는 시간이 한 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학령기가 되었을 때 성적이 0.5점씩 증가하고, 반대로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한 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성적은 0.1점씩 떨어진다는 미시간 대학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었고, 또 다른 통계에서는 하루에 30분씩 책을 읽어주면, 5살이 됐을 때 마치 900시간의 영양분을 뇌에 더 공급한 것과 같고, 이 시간이 주 30분으로 줄어들면 770시간만큼의 영양분이 부족하게 된다고 한다.

유치원에 들어갈 시기에 60시간 이하의 영양분만을 공급받은 아이는 아무리 실력이 있는 교사라도 보충할 수 없을 만큼의 뇌 영양분 결핍상태가 된다고 하는 통계결과를 살펴 볼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정작 주어야 될 것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지금 당장 수학문제 하나, 영어 단어 한 개 더 외우는 것과, 내 아이 인생이 진정한 우등생을 만드는 선택에 있어 어느 쪽이 현명한 선택일까? 어른으로서 마땅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되는지를 우리 어른들은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한 권의 책으로 시작해 보자.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해 오면서 “우리 아이는 너무 책을 안 읽어요. 어떡하면 좋죠?”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렇다면 이 아이가 어릴 적부터도 그렇게 책을 멀리 했나를 한번 생각해 보자.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귀찮을 정도로 책을 읽어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랬던 아이였는데 언제부턴가 책을 멀리하게 되면서 이제는 아예 책하고는 담을 쌓고, 엄마는 애가 달아 책 읽으라는 잔소리에 아이는 책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게되고 책을 골치 덩어리로 밖에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은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책을 골라서 우리 어른들이 한번 책을 읽어주도록 해보자. ‘아빠, 엄마가 책 읽어 주는 날’ 을 정해놓고 꾸준히 읽어주다 보면 ‘혼자 읽는 맛’을 느끼고 싶어하고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책의 선택에 있어서도 겉으로 보이는 아이의 신체적인 발달이나 나이, 학년에서 벗어나 그 아이의 책 나이를 정확히 파악하여 우선은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쉬운 책으로 선택하여, 역할을 나누어 연극을 하듯이 맛깔나게 읽는 분위기를 만들다 보면 책에 대한 흥미를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고, 아빠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동화를 들으면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되어 가슴이 따뜻한 아이로 자랄 것이다.

동화를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대부분 일 것이다. 그러나 동화 속에서 잊혀져 가는 유년의 기억도 떠올리면서, 그 속에서 내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가 읽을 책을 부모가 먼저 읽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면, 그저 읽고만 마는 독서습관에서 읽고 난 후의 독서지도까지 할 수 있으며, 사느라 힘든 우리 어른들에게도 잠깐이라도 쉬어서 위로 받을 수 있는 그럼 쉼터가 되어 줄 것이다.

<정해자의 신나는 글쓰기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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