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의 이효석을 통해 본 보은의 오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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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의 이효석을 통해 본 보은의 오장환
  • 송진선
  • 승인 2003.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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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은 봉평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이야기, 오장환은 누구인지 조차 모를 정도로 어둑
강원도 산골의 자그마한 지역으로 군 소재지도 아닌 봉평면이 전국적 문학 관광지로 이름을 얻은 것은 소설가 이효석 선생의 역할이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가면 이효석 문학 작품의 배경지 하나하나를 만날 수 있다.

9월 초순 봉평은 메밀 꽃이 한창이다.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막 기지개를 핀 꽃들로 산허리는 물론 곳곳이 ‘소금을 뿌린 듯’ 눈이 부시다. 10만평이 넘는 메밀밭 뿐이 아니라 가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임을 과시라도 하듯 재래장터와 물레방앗간, 널다리 등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고 있다.

동이가 허생원을 업고 건넌 여울목의 풍경을 봉평의 가장 큰 샛강인 흥정천에 옮겨 통나무 널다리를 놓고 장마로 떠내려가면 봉평 주민들은 다시 새다리를 놓는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는다.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하룻밤 인연을 맺은 물레방앗간도 재현해 놓았고 바로 옆에 설치된 마굿간에는 소설에서처럼 허생원과 조선달, 동이가 끌고 다녔을 법한 당나귀 3마리가 고삐에 묶여 있고 당나귀들은 주말이나 특별한 행사기간에 장터와 메밀밭, 흥정천으로 소풍을 나간다고 한다.

1907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에서 태어났던 이효석의 생가는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면 앞마당에 단풍나무와 물푸레나무가 한 그루씩 서있고 왼편으론 사용하지 않는 우물이 있는데 가산의 생가는 지금의 집 주인 최모씨가 관광객을 위해 연중 개방하고 있다. 이효석 문학관은 생가와 약 1.5㎞ 가량 떨어져 있다. 문학관 전시실에는 이효석 연보, 학예연구실, 자연인 이효석의 삶, 봉평장터 재현, 창작실 안내, 가산의 문학세계, 이효석 문학지도, 이효석과 평창,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추모사업 및 효석문화제, 동반자 작가와 구인회, 가산 문학의 심연에 닿는곳, 문학교실 등이 갖춰져 있다.

특이 1930년대 봉평장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휘장 아래 멍석을 깔고 피륙을 팔던 드팀전부터 어물전까지 재래장터에서 흔히 보던 광경들을 되살려 냈다. 봉평 사람들은 30년전부터 가산 문학 선양회를 만들어 전국 규모의 백일장을 열고 유족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가산의 묘를 단장, 매년 기일마다 추모제를 지내고 있을 정도로 가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000년에 제정한 이효석 문학상과 효석 문화제도 개최해오고 있다. 해마다 메밀꽃이 필 즈음인 9월에 열리는 효석 문화제에 한 소주회사가 협찬금 2억원을 제시하며 시음대회를 열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지만 가산 문학의 숨결을 되살리자는 문화제의 정체성과 맞지 않아 거절했을 정도다. 더욱이 관주도가 아닌 지역 주민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다른 지역 축제보다 재미가 없다고 해도 댄스가수가 노래하는 일이 없고 국악 관현악단의 공연과 창, 부채춤 등 전통 공연이 주를 이룬다.

온통 이효석 일색이어서 고리타분한 문화제로 여길만 하지만 효석 문화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오히려 인근 관광지까지 둘러보기 위해 하룻밤 묵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그렇다면 월북작가였고 해금된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오장환시인에 대한 보은군 주민, 기관, 단체 등이 보이는 푸대접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보은군이 계획한 오장환 생가 복원 및 문학관 건립이 오장환의 시 정신이 녹아있고 오장환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터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오장환을 기리는 문학전을 단순한 문학행사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지역축제로 승화시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2월에 태어난 효석의 문화제가 9월 메밀꽃 즈음에 개최하는 것과 같이 오장환 문학제 개최 시기를 속리축전과 중첩되는 출생일에 맞출 것이 아니라 해금된 날이나 첫 시집 발간일 등과 같이 의미를 부여해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

어쨌든 이번 오장환 생가복원 및 문학관 건립을 계기로 지역 문인과 출향 문인 등 지역민들이 나서서 오장환을 선양하는 사업 전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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