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농정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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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농정 흔들리고 있다
  • 송진선
  • 승인 199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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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식용 쌀 수입 긍정 검토" 밝혀
정부가 식용쌀을 수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식용쌀을 수입할 경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입키로 한 '최소시장 접근물량' 44만섬 중 일부 또는 전부가 될 전망이다. 농림수산부 관계자는 "쌀재배면적과 경작상황 기상상황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내기가 끝나는 오는 6월쯤 식용쌀 수입여부를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용쌀 수입방침이 확정되면 곧바로 발주와 입찰에 들어가 빠르면 오는 9월부터 수입쌀을 반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식용쌀을 도입하려는 배경과 함께 이에 따른 역기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올해 식용쌀이 수입될 경우 지난 80년 냉해로 인한 흉작으로 81년부터 83년까지 1천8백96만섬의 식용쌀이 수입된 이후 13년만이다. 수입 대상지역으로는 우리쌀과 비슷한 자포니카 계통의 미국 캘리포니아 아칸소 또는 중국, 호주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인도산 쌀을 수입한 바 있지만 공업원료등으로 사용했기 대문에 파급효과는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다.


수입해야 하는 이유
농민들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중 "부득이하게 쌀 시장을 개방하되 수입쌀은 전량 가공용으로 제한해 외국 쌀 한톨이라도 우리 식탁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겠다" 던대 국민 약속이 채 2년도 안돼 무너져 버렸다며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제기했다. 주식용 쌀 수입은 결국 벼농사를 포기하라는 정책과 다를게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식용쌀 수입이 거론되는 이유로는 쌀 재고량의 확충, 물가관리의 필요성, 쌀 수입 가격의 합리화, 통상압력 완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일차적으로 우리나라의 쌀재고량이 적정수준 아래로 떨어졌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쌀 재고는 5월초 현재 5백35만섬으로 세계식량기구(FAO)의 적정권교량인 5백 50만-5백60만섬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오는 10월말에는 재고량이 2백78만섬까지 내려가 식량안보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다는 것이 정부측의 시각이다.

이와함께 흉작의 가능성 및 물가안정 측면에서 식용 쌀 수입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쌀의 의무 수입량을 가공용으로 도입하겠다고 못박아 놓는 것이 수입가격을 흥정하는데 불리하다는 실무당국자의 의견도 있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식용과 가공용 쌀은 품질에서 차이가 크지만 가격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

현재 수입쌀의 국제 시세는 가공용인 인도 태국산이 t당 3백달러내외, 우리나라 쌀과 비슷한 최고급 식용쌀인 캘리포니아산이 4백80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쌀 수입종류를 가공용으로 한정하지 않으면 선택의 폭과 도입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급기반 파괴 행위
정부에서는 이와같은 이유로 인해 식용쌀을 수입한다고 하지만 이번 식용쌀 수입이 정부의 농업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돼 쌀을 비롯한 전반적인 영농의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식용쌀이 수입될 경우 쌀 재배농민의 영농포기 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왜냐하면 식용쌀 수입은 국내 쌀값이 국제시세와 연동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농민들의 쌀값 상승 기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식용쌀은 수입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위반으로 농정불신을 가져오고 이에따른 국내 쌀 자급기반의 붕괴 및 이에따른 식량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있다. 식량위기의 대비책으로 식용쌀을 도입한다는 대처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농지를 보전하고 영농의욕을 북돋아 식량 자립기반을 확립해야 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

즉 외국쌀을 많이 비축해 식량위기를 넘기겠다는 정부의 발상으로 인해 오히려 국내 쌀 생산기반을 허물어 뜨려 세계적인 식량파동에 무기력하게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익규 농민후계자 연합회장은 정부의 이같은 식용 쌀수입방안에 대해 "많은 농민들이 쌀농사를 포기하고 대신 특용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쌀 농사 포기를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다"며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영농의욕이 크게 떨어졌다"며 쌀에 대한 농정을 강하게 불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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