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경쟁력 갖춘 보은-농업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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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경쟁력 갖춘 보은-농업③
  • 보은신문
  • 승인 1995.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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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쌀로 세계최고 쌀 도전
WTO체제의 출범으로 이제 보은에서 생산된 농산물도 세계 각처의 것들과 경쟁 상태에 돌입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방법을 추구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농민이 있어 소개한다. <편집자주>

영농의 대규모화, 자동화·기계화의 미흡으로 인한 낮은 생산성 때문에 외국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뒤떨어지는 국내 농산물이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해 이제는 국산끼리의 제한적 경쟁에서 벗어나 적자 생존의 정글의 논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급박함에 처해 있다.

여러 조건이 외국산과 비해 매우 불리한 현재의 상황에서 나름대로의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농민들이 해가 뜰 때마다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결코 쉽지 않은 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농민에게 좋고, 소비자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파괴된 자연 회복에 이바지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농법(農法)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농민에게 안전한 농사, 소비자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농법, 자연보호, 이 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농법을 개발한 최재명씨(62)는 자신의 농법을 확신에 찬 어조로 설명했다.

최재명씨는 최씨 성받이들이 많이 사는 음성군 대소면 성본리 1구, 일명 최성미마을에 살고 있다. 최재명씨가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수천명의 농업관계자들을 불러모은 일명 '최재명 농법'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유기농법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쌀 가격이 국내 최고를 호가하고 있고, 경제적이면서 생산성이 높다는데 있다.

◆농약에 쓰러진 후 무농약으로 다시 서
최성미마을에서 태어나 14세부터 농업을 시작한 최씨는 농사를 짓기 시작한지 47년만인 지난해 독창적인 최재명농법을 완성 단계로 끌어올렸다. 최씨가 농약 사요을 포기한 것은 아주 개인적인 체험에서 비롯됐다. 지난 80년 6월 담배 밭에서 진딧물농약 '메타시독스'를 뿌리던 최씨는 농약 중독으로 분사통을 등에 맨 채 쓰러졌다.

3일간 사경을 헤매다 겨우 회복됐지만 그 뒤부터 최씨는 농약 냄새만 맡아도 구토 증세를 일으키고 머리가 아파 제대로 걸음을 옮겨 놓을 수가 없었다. "농민이나 소비자나 먹고 살려고 농사를 짓는 것인데 이렇게 독한 농약을 써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최씨는 중대한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부터 농약을 쓰지 않겠다."

34년 동안 계속 써왔던 농약을 쓰지 않기로 한 최씨에게 '80년에 돌아온 것은 주위의 비난과 형편없는 수확량이었다. 농약을 쓰지 않는 최씨의 논에서 온갖 병충해를 옮긴다고 같은 동네 사람들이 아우성을 쳤고, 가을에 23마지기의 논에서 거둔 수확량은 평년의 80가마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0가마였다.

줄어든 수확량과 병충해를 극복하는 방법은 지력(地力)을 키우는 것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최씨는 그해 농사가 끝나면서 퇴비 만들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여 이듬해 봄에 논 1마지기에 평균 경운기 2대분의 퇴비를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잡초와 병충해로 '81년에도 수확량이 평년작의 70%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꾸준히 논에 퇴비를 넣은 결과 82년에는 평년작과 다름없는 수확을 올릴 수 있었다. 그 동안 농약을 하지 않은 최씨의 논에서는 메뚜기, 미꾸라지, 우렁이 등이 되살아 났고, 인근의 농민들도 최씨의 유기농법을 받아들여 15가구가 농약없이 논농사를 짓게 되었다.

그러나 지력을 회복하는데 최소 3년이 걸리고, 논에 넣어야 할 퇴비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잡초 처리문제 해결이 어려워 최씨를 따라 했던 대부분의 농가가 유기농법을 포기하고 만다. 이후 최씨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식용 우렁이'였다.

◆최재명 농법이란
최재명농법이 완성될 수 있었던 핵심적인 계기는 최씨가 '91년도에 그 동안 방에서만 키우던 식용 우렁이를 우연히 야어장에 넣으면서였다. 왕우렁이라 불리는 남미산 우렁이가 양어장에 있는 여린 잡초를 뜯어먹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에 최씨는 논에 우렁이를 넣어 잡초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우렁이들의 배설물이 쌓여 퇴비 역할도 해내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후 최씨는 독특한 농법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우렁이를 넣는 시기와 방법, 우렁이의 월동에 대한 체계를 세웠다.

최씨는 기계나 수작업으로(직파재배는 벼잎이 여리기 때문에 우렁이가 뜯어먹어 이 농법이 사용될 수 없음) 모내기를 한 후 일주일 후에 부화된 새끼 우렁이를 평당 열 마리 정도 논 가운데에 뿌린다. 이때 논에 물을 충분히 대주어야 하고 쥐등 우렁이 천적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논에 있는 배수구에 망사자루를 설치해 우렁이가 비가 올 때 흘러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면 우렁이는 어린 잡초를 뜯어먹고 배설물을 논에 공급해 제초제가 필요 없을 뿐만아니라 장기간 이농법을 시행할 경우 퇴비의 양도 줄일 수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논에 넣은 몇 마리의 붕어, 미꾸라지, 민물새우(일명 새뱅이)가 빠른 속도로 번식하게 된다. 이렇게 사용한 우렁이는 가을철 물을 뺄 때 잡아들여 수온 15도 이상되는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사육하면 이듬해 3월부터 산란을 시작해 다음에 또 사용할 수 있다.

◆쌀 8㎏, 5만원받아
최재명 농법으로 수확한 쌀은 현재 주문판매를 하고 있는데 8㎏ 소포장 한 포대에 5만원을 받고 있다. 지난 '94년에 최씨는 7천여평의 논에서 쌀1백가마를 수확했다. 쌀로 올리는 고소득뿐 아니라 올해부터 최씨는 붕어, 미꾸라지, 우렁이, 민물 새우등도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최씨의 유기농법이 농산물 검사소로부터 인정을 받아 올해부터 품질인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씨는 이러한 성과에 대해 "14년동안 농약을 하지 않으면서 방법을 모색한 결과일 뿐이다."고 자평하면서 자신의 농법을 전파하는데도 힘을 기울여 현재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쌀의 향후 전망에 대해 최씨는 "유기농법으로 고품질의 쌀을 생산하는 것만이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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