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연말정리도 뜻깊은 새해를 맞이합시다
한해를 마무리해야 도리 12월만 되면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망년회를 한다. 지나간 한해동안의 희비를 모두 씻어버리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자는 의미의 망년회는 자기발전을 위한 계기보다는 그저 먹고 마시고 노는 값싼 행사로 치우쳐 늘 씁쓸한 기억만이 남는다.종류도 다양해서 학교 동창, 군대 동기, 회사 동료, 사회단체 등 적어도 한 사람이 서너번, 많게는 여섯 번 정도의 망년모임에 참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망년회란 말이 우리의 입에 올려져 연말이면 의례껏 흥청망청 술잔치를 벌이는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망년회의 유래
세밑을 난장판으로 정리하는 망년(忘年)은 본래 일본풍습으로 서기 6세기부터 섣달 그믐날에 친지들끼리 어울려 술과 음식, 춤과 노래를 즐기며 흥청대는 풍습이 전해져 내려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세모는 동지날 팥죽을 쒀 먹으며 가족과 함께 보냈고 특히 섣달 그믐은 제석(除夕), 혹은 수세(守歲)라 불러 모두가 지나가는 한해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 날을 기다리는 경건한 의미의 세시풍속으로 지내왔다.
그러던 우리의 연말 세시풍속이 일제시기를 거치면서 소란스런 일본식 망년회로 바뀌었고 특히 짧은 시간동안 급속하게 진행된 산업화를 통해 전통사회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음주로 자기상실감을 달래려는 사람이 늘어나 연말 풍속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본다. 또한 외래문화인 크리스마스를 잘못 이해한 채 수용, 성스런 행사를 들뜬 연말의 연장으로 인식하면서 연말행사는 거의 12월 한달을 가득 채울만큼 확대되었고 사람들은 차분한 연말보다는 각종 요란스러운 모임을 통해 자기위치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망년회의 실태
망년회의 진행과정은 거의 도식적이다. 식사를 하고, 술을 거나하게 마시며 고성방가를 일삼는다. 직장에 다니면서 사회단체에도 가입해 있다는 김모씨(34)나 홍모씨(31)는 너댓군데의 망년 모임에 참석, 매번 음식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폭음을 한뒤 노래와 춤으로 모임을 마감한다는 것이다. 매년 비슷하게 형식적인 망년회를 치르지만 뚜렷한 보람을 느끼지도 가슴이 뿌듯하지도 않고 다만 '남들이 하니까 안할 수도 없는 통과의례' 처럼 그들은 말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건전한 송년회를…
시간과 돈을 낭비하면서 무의미하게 보내는 망년회보다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며 한해를 마감하는 가족행사가 좋을 것이다. 소홀했던 친지들과 문안편지를 나누고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전통음식을 마련하여 간소한 송년회를 갖는 것은 가족화합을 다지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케익 대신 무지개떡이나 백설기, 팥죽을 준비하고 마실 것으로는 배숙이나 수정과, 아이들에게 줄 간식으로 곶감이나 전과 등을 준비하여 윷놀이, 연날리기, 널뛰기,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즐기며 조상들의 재치와 슬기, 지혜를 배우는 것은 건전한 연말정리는 물론 자녀교육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작권자 © 보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