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보는 관광지에서 즐기는 관광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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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보는 관광지에서 즐기는 관광지로
  • 보은신문
  • 승인 199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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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 필자, 서울신문 심의위원
정부는 오는 94년을 한국(韓國)방문의 해로 정해 선포했다. 1994년은 서울이 우리나라 수도가 된지 6백년이 되는 해. 이를 계기로 적극적인 외국인 관광객 유치작전을 펴 관광달러 수입을 올리고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조치다.

국제수지 악화로 인해 수출에 의한 외화벌이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19인치 칼러 TV 1대 수출에 순이익이 2천원정도, 자동차 1대수출에 평균 2∼3만원의 순이익이 있을 정도로 국제시장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 한사람이 떨어트리는 외화는 1천달러―

상품수출에 비한다면 노다지라 할 수 있다. 이 노다지를 우리의 고장에도 많이 떨어지게 할 수는 없는가. 우리의 속리산(俗離山)은 전국의 명산중 몇 번째로 손꼽히는 명산이다. 법주사(法住寺)가 자리한 인근 경관말고도 서원계곡, 속리산 동북쪽 화양(華陽)계곡까지의 빼어난 자연 경관은 선경(仙景)을 보는 듯한 절경들이다.

그러나 속리산하면 외지인들은 고작 법주사 인근만을 연상하고 그곳만을 찾고 있을 뿐이다. 속리산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의 절경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개발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끔 고향을 찾을 때마다 속리산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올라온다.

그때마다 안타까움이 남는다. 봄이나 가을철에 꽃·단풍관광객이 붐빌뿐이며 평소에는 중·고교생 수학 여행단의 모습만이 보일뿐이다. 등산객이나 꽃·단풍관광객, 수학여행은 중고교학생들이 떨어트리는 돈은 설명안해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법주사입구 상가지역의 토산품 상점등은 장사가 안돼 파리를 날리고 있고 지쳐버린 상인들은 해가 갈수록 보따리를 싸고 외지로 떠나버린다. 한마디로 속리산 경기는 세월이 지날수록 악화돼가고 있다. 그 원인은 '보는 관광'에서 '즐기는 관광'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관광추세에 속리산 관광이 따르지 못하는 데 있는 것이다.

필자는 몇 년전 세계적인 관광지인 이태리 남부 카프리섬에 가본적이 있었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작은섬. 자연경관은 우리의 것에 비해 보잘 것이 없었지만 그 작은섬 전체가 작은 나라라 할 정도로 잘 개발돼 있었다. 먹고 마시고 쉬고 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간이 골프장까지 갖추고 있는 것을 보고 경관이 사람을 끌어들이는게 아니라 각종 유휴, 레저 시설들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속리산은 사람을 계속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보는 관광(觀光)은 한번이면 족하다. 아무리 빼어난 경관도 한번 보고나면 다시 찾아 볼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그러나 골프, 수영, 스키 등 현대인들에게 각광받는 레저시설들은 그렇지 않다. 즐기는 관광(觀光)은 연속성을 갖게돼 계속적으로 그곳을 찾게 되고 연쇄적으로 숙박시설, 음식점 등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속리산에 하루 빨리 즐기는 관광(觀光)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지방자치제 실시를 앞두고 우리고장의 재정자립도를 위해서라도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지금 전국의 시·군들은 지자제 실시에 앞서 재정자립도 확립을 위해 바삐 뛰고 있다.

충남 예산군의 경우 낚시터로 유명한 예당저수지 부근 군유림(郡有林)에 18홀의 군직영 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다. 낚시 관광객을 골프장을 끌어들여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속리산에 확정된 휴식, 위락시설계획이 한건도 없다는 데 실망감과 함께 분노마저 느껴진다.

보은관광 주식회사(사장 박상호)에서 레저타운 건설계획을 세우고 있다고는 하나 속리산에 많은 외지돈이 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일 것 같다. 여기서 왜 재발 그룹중 국내의 돈많은 사람들이 속리산개발에 참여하려 하지 않는가를 생각해 봐야한다.

우리고장 사람들이 다른 지역사람보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이지는 않은가. 단결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등등을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분명 속리산은 좋은 자연조건과 서울 등 대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편익·레저 시설 하나 갖추고 있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군민회, 군 번영회, 청년회 등이 한마음으로 뭉쳐 행정기관과 함께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서 민간자본을 유치, 수준에 맞는 시설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죽어가고 있는 정이품송(正二品松)의 운명과 함께 속리산의 인기도 점점 시들어가게 될 것이다.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자연히 돈이 우리고장에 많이 떨어질 것이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전국 군 단위 중 가장 높은 인구 감소율이란 불명예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 모두 고장의 번영과 잘사는 고향을 위해 속리산 관광개발에 힘을 합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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