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연(回甲宴)과 보은(報恩)
상태바
회갑연(回甲宴)과 보은(報恩)
  • 보은신문
  • 승인 1990.11.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인성
지난 여름에는 비가 자주 왔으나 우리 보은은 비교적 큰 재해가 없어, 풍년을 맞이했다. 이제 추수가 끝나고 나면 혼사에 회갑연이 많아, 가을의 풍성함과 같이 길사(吉事)가 많을 것이다. 그중 회갑연도 많은 것이고 풍성하리라 생각된다.

이 회갑연은 다른 길사와 달라서 부모님이 자식을 낳아 길러 주신 은혜에의 보답이 깃들인 길사이며 회갑을 맞이한 당사자나 자손들은 무척 신경이 쓰이고 자식의 도리를 어찌하면 다할까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코자 하는 일이다.

아기를 잉태하여 잘 지켜주신 은혜(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 해산 하실 때 고통 받으신 은혜(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자식을 낳아 아기가 충실함을 알고서 근심을 놓는 은혜(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자식에게 먹이신 은혜(인고토감은·咽苦吐甘恩), 자식은 마른데 누이고 자신은 젖은 자리에 누으신 은혜(회건취습은·廻乾就濕恩), 젖을 먹여서 길러주신 은혜(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깨끗하지 않은 것을 씻어주신 은혜(세탁불정은·洗濯不淨恩), 자식이 멀리 출타하면 걱정하시는 은혜(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 자식을 위해서라면 나쁜 일도 하시는 은혜(위조악업은·僞造惡業恩), 죽을 때까지도 자식을 걱정하시는 은혜(구경연민은·究竟憐愍恩)…

이상은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중에서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르신 은혜만을 간략하게 소개한 것이다. 이런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보은(報恩)이며, 이 은혜에 보답하고자 회갑연을 성대하게 치르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수긍이 안 되는 것은 제 부모에게 보은(報恩) 하는데 축의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친지의 돈으로 보은(報恩)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으니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부모님의 은혜에 보은하는 것을 화려하고 성대한 잔칫상으로 대신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역시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다. 살아가면서 항상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처신하는 것이 성대한 회갑연보다 더 훌륭한 보은(報恩)의 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생각하며 삽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