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을 하루같이 정이품송 돌봐온 박헌씨
열두굽이 말티고개를 넘어 속리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6백여년 수령의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 그 정이품송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사시사철 20여년간 무보수로 돌봐온 박헌씨(61. 내속리면 사내리 4구)의 하루는 매양 바쁘기만 하다.지난해 환갑을 맞아 머리에는 히끗히끗한 서리가 내렸지만 활동력만은 젊은 사람 못지 않다. 정이품송을 돌보는 한편으로 속리산 법주사의 관광객을 상대로 사진을 찍어주며 생업을 이어간다는 박헌씨는 “정이품송 주변의 토끼풀 같은 잡풀을 뜯어내다 손이 부르틀 때도 있지만 관광객들이 와서 넋을 잃고 정이품송을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낼 때면 가슴 뿌듯하다”고 말하면서 환한 웃음을 웃는다.
박헌씨는 지난 봄과 여름에 정이품송의 잎색깔이 긴 장마와 폭염으로 황갈색으로 변하자 제일 몸달아 하며 군과 도임업시험장 등으로 연락을 취해 대책을 요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덕택에 지금은 영양제 수간주사 등의 조치로 정이품송의 수세가 어느정도 회복되어 가고 있다.
황해도가 고향인 박씨가 정이품송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6·25때 남하하여 속리산에 정착하면서부터이다. 법주사 지정사진관에서 일자리를 구해 사진일을 시작, 틈틈이 정이품송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면서 정이품송 주위를 깨끗이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잡초 등을 제거하던 습관이 계속 이어져, 오늘에 와서는 자연스레 정이품송 주위로 손길이 간다고 말한다.
저녁에는 한 두차례 오토바이를 타고 정이품송 주위를 순찰하며, 위해가 가해지지는 않는지 살핀다는 박헌씨는 “관광객들도 예전보다는 질서 의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간혹 질서를 무시하고 정이품송 주위에 쳐놓은 로우프를 끊거나 사진을 찍기위해 정이품송 밑으로 몰려가기도 해 안타깝다”며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며 질서 의식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관광객으로서의 자세를 당부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박헌씨는 정이품송에 대해 보은군민이 다같이 군민을 갖고 단합된 의지를 모아 보은과 충북의 상징으로서 오래도록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정이품송을 돌보겠다는 박헌씨는 부인 배옥자씨와 2남3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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