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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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라운드 바람이 불고 있다
  • 보은신문
  • 승인 1990.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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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 필자, 서울신문 심의위원
한달여 남짓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종결 시한을 앞두고 전국이 온통 들끓고 있는 가운데,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 부문 협상을 좀더 냉철하고 거시적인 견지에서 파악, 대처방안 모색에 도움을 주고자, 우리고장 출신 언론인 김건 서울신문 심의위원에게 원고를 청탁, 이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우리도 사람입니까”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까”
“우리도 희망이 있습니까”
“앞으로도 농촌에 남아 계속 농사를 짓는 게 현명한 짓입니까”

가끔 고향에 내려갔을 때 농촌에 남아있는 젊은 농민들로부터 이런 질문공세를 받는다. 솔직히 말해 조금 더 배웠고 나이에 비해 넓은 세상을 안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고향 후배들의 WLFANAS에는 말문이 막혀버린다.

시원한 대답은커녕 당장 닥쳐올 내년의 농촌경제나 불어오는 바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의 농촌사회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오는 연말로 협상타결시한이 정해진 우루과이 라운드(다자간무역협상) 농산물 협상이 타결될 경우 우리 농촌은 붕괴되고 농민들은 생업을 잃게 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이다.

지난 86년 9월 개시된 가트(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제8차 다자간(多者間) 무역협상으로 농산물·서비스·지적(知的) 소유권 등 15개 부문의 시장자유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은 오는 11월23일의 최종 협정 문안작성과 12월 3∼7일까지의 브뤼셀 각료회담(협정채택,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종결)의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 마지막 한달여의 최종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스위스의 제네바에서는 각국의 밀고 당기는 접전이 한창이다. 이중 가장 첨예한 이해대립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농산물부문이다. 미국은 수출 및 국내 보조금의 감축수준을 최고 90%, 유럽공동체(EC)는 30%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농산물 수입국인 한국·일본·스위스등은 수입개방 유예품목을 인정할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우루과이 농산물 협상'의 탄생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분히 강자의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량부족시대였던 70년대에 크게 호황을 누렸던 미국 농산물수출국은 80년대에 들어와 모든 나라가 식량증산에 박차를 가하게 됨에 따라 국제 시장의 과잉생산을 초래했다. 따라서 농산물 수출국들은 막대한 농산물 재고가 쌓이게 됐고 농민에 대한 각종 보조금 지급 등으로 재정적 적자에 허덕이게 됐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우리나라 제5공화국 정부의 정통성 등 정치적 취약성을 최대한 이용, 쌍무협상과정에서 농산물 수입시장을 무려 84%까지 개방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아직도 한국은 6·25이후 황색지대(yellow zone)로 분류, 우리나라산 배나 사과 등을 사들일 때마다 토양비료 생산과정에서부터 수확∼포장∼수송∼가공과정까지 미국관리가 직접 와서 검사·승인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까다롭게 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치한다는 사람들, 일부 학자들은 미국 등 선진국의 주장에 대해 동조까지 해온 것이다. 결국 제5공화국때 미국과의 농산물 쌍무협정으로 양돈, 낙농, 한우기반이 무너져 내린 데다가 엎친 데 엎친 격으로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협상으로 과일, 채소, 주곡 등 기본적인 농업활동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이 강대국의 생각대로 타결될 경우, 영세 소농에다 국제경쟁력을 전혀 갖추지 못한 우리농업이 큰 타격을 받게된다는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도 지금 세계는 향후 국제경제 무역의 기존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되는 3가지 커다란 사태가 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구권의 개방, EC 통합, 그리고 우루과이 라운드가 바로 그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각 나라들이 서로의 축구 골문을 지금보다 넓히자고 협의해 결정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리만 골문을 넓히지 않고 좁은 골문을 고집한다면, 다른 나라들은 우리와 축구경기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축구의 골문을 넓혀야 하는 거역할 수 없는 국제경제 조류임에 분명하다. 세계에서 무역수지 13개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문을 넓히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무작정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문을 넓히고도 견딜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인 것이다.

영세소농 경제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농업의 개방확대와 보조금의 감축이 농민들의 농업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루과이 라운드 때문에 우리농업이 끝장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패배주의 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우루과이 라운드의 원칙과 목표대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많은 수출보조금과 국내보조금의 삭감이 각 나라에서 동시적으로 일어날 경우 오히려 우리농업이 상대적으로 국제경쟁력이 획득될 수도 있다는 새로운 국제환경의 조성을 예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산물시장의 국제적인 개방화 물결을 우리만이 거슬러 피해갈 수 없다고 전제, 어떻게 개방화의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계기로 만드느냐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결단, 그리고 정부와 농민간의 신뢰회복이 전제된다면 우리농업은 우루과이 라운드를 극복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지금까지처럼 '농촌근대화' '복지문화농촌'등 선거용 구두선이 아닌 진솔한 자세로 나와야겠다. 민족의 뿌리인 농촌과 농업을 붕괴시키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돼야 속아만 살아온 농민들도 정부와 정치에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우루과이 농산물협상 타결뒤에 불어올 태풍을 막으려면 정부와 농민이 사심 없이 서로 손잡고 뛰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는 길은 농민이 다른 산업종사자들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노동력의 절감이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고밀도 과학영농경영과 농산물 상품화 생산체제를 갖추어야 된다. 이와 함께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지켜져야겠다. 이 같은 조건들이 충족될 때 농민들의 생산의욕이 높아져 우루과이 라운드 바람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을 우리농업의 새로운 시작의 계기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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