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의 명절, 풍요와 감사의 명절,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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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의 명절, 풍요와 감사의 명절, 추석
  • 보은신문
  • 승인 199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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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과 자연에의 감사의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해야
유난히도 비가 많았던 올 한해… 한반도의 젖줄이라 일컬어지는 한강이 불어 둑이 무너지고 전국 곳곳이 수마에 휩쓸려 많은 수재민을 낳은 무척이나 길게만 느껴지던 여름도 이제는 가고 수확과 풍요의 계절 가을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이제 예년보다 늦은 추석(秋夕)을 맞이하였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더불어 추석한가위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2천년의 뿌리 깊은 유래를 지닌 추석은, 우리 농경민족만이 누릴 수 있는 명절(名節)이다. 설날과 함께 우리 고유의 2대 명절이라 일컬어지는 추석은 달(月), 특히 만월(滿月)의 명절이며 풍요와 감사의 명절이다.

또한 정월 대보름이 1년 농사의 풍년을 미리 기원하는 날이라면 추석은 일단 힘든 농사를 마쳤다는 농공감사제(農功感謝祭)이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속담도 있듯 추수를 앞둔 여유 있고 풍요로운 달의 제전(祭典)이 곧 추석인 것이다.

▲추석의 유래
기록상으로 추석은 그 유래를 신라시대 제3대 유리왕9년(A.D.32)의 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왕녀가 인솔한 두 무리가 7월16일부터 날마다 길쌈을 하여 8월15일에 그 판가름을 내었는데, 진편이 이긴편에게 음식과 술을 대접하고, 춤과 노래를 즐기니, 이를 가위(嘉俳, 가배)라 불렀다(삼국사기 유리왕편)'고 전해지는 것에서 기록상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우리민족은 농경생활에 몸담아 오면서 농경, 특히 벼농사의 모내기와 추수를 위한 제례의식을 연중 가장 달이 밝은 날을 택하여 지내왔을 것으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자연과 조상에의 제례, 힘든 일을 마친 후 모두가 더불어 즐기는 '가위'날이 바로 오늘날의 추석인 것이다.

수확의 풍요를 상징하는 추석, 한가위는 열양세시기( 陽歲時記)에서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에서라도 예에 따라 모두 쌀로 술을 빚고(新稻酒), 닭을 잡아 찬을 만들며, 온갖 과일(新果)을 풍성하게 차려놓는다'고 전하듯 풍요롭게 지내며, 이를 이웃과 더불어 놀이와 춤을 즐기면서 한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둔다.

▲차례(茶禮)
추석은 또한 추원보본(追遠報本)의 행사이다. 대대로 조상과 자연에의 숭배와 예의를 중시했던 우리민족은 풍요로운 수확을 조상의 보살핌 더분이라고 믿었고, 따라서 첫 수확물을 조상에게 먼저 올려 고(告)함으로써 신곡(新穀)을 거두게 됨을 보답한 것이다.

따라서 추석전에 항상 벌초(伐草)하여 조상의 묘를 돌보았고 추석당일 오전에 차례와 성묘를 했다. 차례 지낼 때의 제물(祭物)은 꼭 햅쌀로 빚은 반달모양의 송편과 술(新稻酒), 햇과일을 올린다.

▲기풍(祈豊)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는 8월은 수확의 달이다. 이때에도 다음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양식으로서의 기풍(祈豊·풍년을 기원)습속이 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 진도지방의 경우 '밭고랑 기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추석전날 저녁에 아이들에게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연령수대로 고랑을 기게한다. 그렇게 하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고 몸에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는 '올게심니'라는 것이 있는데 추석 무렵 벼, 수수, 조의 이삭을 골라 묶어서 방문루나 기둥에 걸어놓는 것을 말한다. 이것 역시 다음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행위이다. 올게심니했던 곡식 이삭은 떡을 해서 사당에 천신(薦新·새로 거둔 작물을 제당에 먼저 올림)했다가 먹거나 다음해에 종자로 심는다.

▲풍속(風俗)
추석이 있는 중추가절에는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함께 너그럽고 흥겨워지는 민심을 있어왔다. 반보기는 한자로 중로상봉(中路相逢)이라 하는 것으로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 일자와 장소를 미리 약속하여 서로 나아가 만나는 것이다.

옛날 시집간 여인들이 마음대로 근친할 수가 없었을 때에 친정어머니와 시집간 딸이 서로 중간지점을 택해, 서로가 즐기는 음식을 마련하여 가지고 가서 한나절동안 이야기하며 회포를 풀거나, 한마을의 여인들이 이웃마을 여인들과 경치좋은 곳에 가서 정을 두터이 하며 하루를 즐기는 것이 반보기이다.

반보기라는 말은 중간에서 서로 만났으므로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에 더하여 추석에 얽힌 점복풍습(占卜風習)에 관해 참고로 살펴보면 이런 것들이 있다. 즉, 추석에 달이 보이지 않으면 개구리가 알을 배지 못하고, 메밀도 결실을 못한다는 것과 구름이 너무 많거나 한점도 없으면 다음해 보리농사가 흉작이라는 것, 구름이 적당히 떠서 있으면 풍년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또한 추석날 비가 오면 다음해엔 흉년일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것은 특히 우리 충북지방에서 주로 믿어온 것이다. 또 충북지방 고유의 풍속중엔 8월14일을 작은 추석이라 하여 송편과 햅쌀술, 기주떡을 빚고 달맞이를 하러 산에 오르는 풍습이 있다.

▲민속놀이
1년중 가장 달이 밝다는 추석은 달의 명절로서 아이들은 술래잡기와 조리따기, 문턱넘기의 놀이를 즐기고 특히 소놀이와 거북놀이, 강강수월래가 추석 고유의 민속놀이라 할 수 있다. 강강수월래는 이미 널리 알려진 민속놀이로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때 왜군을 상대하기 위해 의병술(疑兵術)로 사용한, 협동과 단결, 화합을 의미하는 우리민족 고유의 원무(圓舞)이다.

전라남도 남해안 지방에서 유래되어 전승된 놀이라고 하나. 예로부터 만월아래 원무로써 하는 놀이는 미개한 원시시대 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전라남도 고유의 민속놀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 강강수월래이다.

소놀이와 거북놀이는 멍석등으로 소나 거북처럼 꾸며 두사람이 뒤집어 쓰고 부자집을 찾아다니며 농악과 춤을 추며 놀고 음식을 먹으면서 여러집을 돌아다니는 마을단위의 놀이이다. 이중 거북놀이는 충청북도에서 많이 행해지는 민속놀이로서 십장생의 하나인 거북을 상징한 것이 특징이고, 소박한 농촌의 삶이 엿보이는 흥겨운 명절의 민속놀이로서 이웃과의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한 풍습이라 할 수 있다.

고대부터 우리 민족은 5월과 10월에 제천의식을 지내 풍년을 기원하고, 풍작에 대한 감사를 표해왔으며, 더불어서 가무(歌舞)와 먹고 마시는 것을 즐김으로써 화합을 도모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추석은 가을걷이에 즈음한 조상에의 추원보본(追遠報本)의 예절과 새로운 음식으로 더불어 즐김을 중요시한 우리농경민족의 중대한 세시풍속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현대속의 삶을 사는 우리는, 오랜 역사와 생활경험을 통해 얻어진 세시풍속, 즉 추석의 의미를 되새김으로써 내것은 경시하고 남의 것은 중시하는 현대판 사대주의를 일소시키고, 우리 고유의 명절속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지붕위에 널어둔 진홍의 대추색깔과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빨갛게 익어가는 감의 모습 이같이 풍요로운 가을 정취속에서 우리는 이웃과의 화합과, 조상과 자연에의 겸손한 감사의 마음으로 올 추석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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