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만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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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만 능사인가
  • 송진선
  • 승인 200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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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가 관광상품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다. 가장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은 남도 지방의 벚꽃길이다. 해마다 일찍 꽃이 피는 3월 또는 약간 늦으면 사월 초부터 남도는 벚꽃을 구경하기 위한 행렬로 고속도로는 물론 국도, 지방도까지 몸살을 앓는다. 일부 구례의 산수유꽃 구경인파도 있지만 대부분 벚꽃 구경 인파이다.

국내 벚꽃 일번지라고 할 수 있는 진해는 벚꽃이 만개한 시즌에 군항제라는 지역 축제까지 열어 전국의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또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10리 벚꽃 터널, 하동까지 이르는 50리 벚꽃길, 구례에서 이어진 섬진강까지의 80리 벚꽃길도 유명하다.

어디 그뿐인가 마이산과 전주∼군산간 벚꽃길도 마이산 벚꽃 축제가 열릴 정도로 이름나 있으며 일명 전군 가도인 전주∼군산간 국도 일대 47㎞도로변의 화사한 벚꽃터널은 전국에서 가장 긴 벚꽃길로 유명하다. 계룡산 동학사 입구의 박정자 삼거리에서 동학사 주차장에 이르는 4㎞ 구간의 왕벚꽃도 유명하고 서울 여의도 윤중로, 대전 신탄진, 청주 무심천변 등도 벚꽃으로 봄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부분 60년대에 벚나무를 식재한 지역으로 이미 벚꽃이 터널을 이루거나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남도 지방의 벚꽃길은 여행사에서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관광상품으로 이름이 높다. 장황하게 열거한 이들 지역은 전국적으로 벚꽃 고을로 정평이 나 관광객들이 지갑을 열게 해 벌 만큼 벌어들이고 있는 곳이다.

뒤늦게 보은군이 군내 전역을 벚꽃 천지로 만들고 있다. 탄부면 고승∼하장리간, 탄부면 성지∼삼승면 원남간 지방도, 구인∼장재간 군도 보은읍 누청∼신정간 군도, 보은읍 우회도로 소공원 이평교에서 보은읍 풍취리간 보청천 제방도로변도 벚나무를 심었다. 가로수를 심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 벚나무가 심고 있다. 올해만 해도 9300여만원을 들여 살구나무 55주 보식 외에 회북면 고석∼내북 창리간 지방도와 보은 누청∼내속 사내리간, 국도와 지방도에 벚나무를 식재했다.

가로수 중 벚나무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다른 지역이 이미 재미를 볼대로 본 사업에 막차를 탄 보은군이 지금 재미를 보고 있는 지역과 같은 벚나무 터널을 이룰 기간은 앞으로도 20년 이상이 걸리는데 그 영화를 보겠다고 다른 지역이 재미를 본다는 생각에 막차를 탄 셈이다.

꽃이 피는 나무가 가로수로 아름답긴 하다. 그러나 꽃도 피지 않는 제주도 비자림로, 내장산 가는 길의 단풍나무 길은 건설 교통부가 지난해 전국의 도로 중 선정한 아름다운 도로라는 칭호를 얻었고 이전에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청주 강서동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은 전국민들에게 청주하면 떠오르는 상징물이 되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 매력을 잘 모르고 있는 속리산 매표소 입구부터 법주사 앞까지의 오리숲 길도 유명하다. 월정사 가는 길의 전나무 길이나 드라마 촬영도가 높은 춘천 마이섬의 전나무 길, 메타세퀘아 숲길, 배 자작나무 길도 유명하다. 특히 이곳은 KBS 드라마 겨울연가를 촬영, 더욱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삭막한 겨울을 걷어내고 새순이 돋기 전 활짝 핀 꽃이 아름답긴 하다.

벚꽃길이 유명하다고 보은군이 따라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례로 정이품송과 정부인 소나무를 상징화 시켜 소나무 가로를 조성한다거나 속리산 단풍을 염두에 둔 단풍나무 거리를 조성하는 등 가로수 하면 벚나무 하는 식의 고정된 시각이 아닌 새로운 접근이 관광상품화 하기 위해 가로수 길을 조성하는 지금 우리 지역에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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