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책 홍보 일변도에서 탈피, 주민문제 중심으로
’90년 5월로 반상회 시작 15주년이 되었다. 그러나 15년이라는 퇴적된 시간의 양에 비하면 반상회의 운영은 오히려 점점 퇴색되고 있고 그에 상응하는 개선책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음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매월 25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반상회에 대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반상회의 운영이 정부시책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검토와 활용을 모색하고 고려해봐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고 있다.▲반상회 운영역사
행정의 최소 단위인 반(班)은 행정이 가장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단위를 묶은 것이다. 반상회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인 1949~1956년에는 국민반으로 편성돼 국민화합과 반공활동을 효과적으로 펴기위한 방쳔으로 추진되었다. 그리고 1957~1960년에 국민방으로 개칭 국가재건을 도모했고, 1967~1972년 일부에서 반상회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했다. 이때는 국민조직 강화와 정치기반을 다지는 의미로 실시되었다. 또한 1973년부터 1975년까지는 새마을 반으로 재편성되었고 새마을 운동을 활성화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본격적인 반상회의 명칭으로 행정이 집행된 것은 1976년 5월이었다.
공업화로 야기된 도시민들의 이웃과의 두절을 정례적인 모임을 통해 풀고 또한 지역사회 발전과 정부시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따라서 반상회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의 모임이 이뤄졌던 1976년부터 ’80년대 초반까지의 반상회 운영은 주민의 높은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교사리에 사는 조용두씨(68세)는 "예전에는 반상회만 한다고 하면 전부들 모여서 떡도 해먹고 세상사는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요즘 ‘반상회가 뭐 필요하냐’ ‘시간낭비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것은 ’80년대에 접어들면서 매스컴의 발달로 반상회에서 홍보하는 정부시책이나 시국상황이 TV등의 언론매체를 통해 전달되므로 반상회 운영의 주제는 자연히 식상된 형식적인 주제에 머물고 또한 정부시책 홍보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상회에 배포되는 ‘대추고을 소식’이 무엇인지 모르는 주민들이 아직 많다. 타블로이드판 4면의 이 반상회보는 그 내용이 정부 지침사항만을 다루고 있어, 실제로 내마을 내지역에서 제기되는 주민들의 의견이나 내용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은 ‘대추고을 소식’에 거의 관심이 없는 실정이다.
▲주민 여론조사
실제로 지난 6월4일부터 16일까지 군내에 거주하는 25세이상 남녀 5백명을 무작위 선정하여 반상회 운영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상회가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2백50명이 반상회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1백15명, 그저 그렇다 1백20명, 잘 모르겠다에 15명이 응답해 반상회가 주민에게 주는 신용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반상회에 꼭 참여하는가의 질문에는 꼭 참여하고 있다는 사람이 1백20명, 가끔 참여하고 있다는 주민은 2백60명,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 1백14명, 관심없다는 대답이 6명으로, 반상회 운영에 주민들의 반응이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반사오히 운영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은 응답 주민중 1백15명이 남이 오니까 나도 참석한다고 대답했고, 기관에서 나오라고 하니까 1백40명, 기타 1백2명으로 나타났고, 주민화합의 차원에서 참여한다는 것과 정보를 얻기위해 참여한다고 응답한 주민은 각각 1백56명과 18명으로 나타나 반상회 운영이 수동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상회에서 토의되는 내용도 시국관련 내용과 정부시책만을 다루고 있고, 주민숙원 사업등 지역발전을 위한 토의내용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따라서 반상회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는 사람이 2백30명, 참여할 시간이 없어서 1백52명, 반상회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라고 응답한 주민도 1백18명이나 되었다.
또한 매달 발행되는 ‘대추고을 소식’은 어느 정도 읽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부 읽고 있다 51명,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고 있다 99명, 가끔 읽고 있다 1백32명, 전혀 읽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주민은 2백18명으로 나타났다.
반상회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운영시간이 맞지 않는다 1백19명, 지역문제 보다 정부시책 내용만을 다루고 있다 1백24명, 운영이 너무 형식적이다 1백45명, 기타 1백12명이 응답해 똑같은날 매 번 운영되는 것 보다는 현안문제가 발생해 해결이 시급할 때 운영되는 방법을 제시한 주민도 있었다.
▲반상회 운영 개선 필요
내북면 화전2구(이장 도전)에서는 도시에 비할 때 반 회원이 몇 명 안돼 마을주민 전체가 모이는 반상회로 운영되고 있다. 반상회는 매달 계(契)모임식으로 운영, 마을 주민중 2명이 유사(有司)가 되어 음식을 마련하고 참석자들은 주민숙원사업을 논의,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삼산 대림아파트(반장 박은영)에서는 각 가구별로 아파트 세대주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입해 집집마다 부착시켜 놓고 반상회에 참석하지 않은 집에서 전화연락을 취해 반상회에 꼭 참석하도록 유도해 주민 참여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영씨(40세)는 "현행 반상회는 사실상 주민 친목도모와 지역문제 토론의 장으로서 라기 보다 일방적으로 정부시책이나 홍보하는 구실 밖에 못하고 있다"며 "우리 아파트에서는 이런 것을 탈피하여 실제로 주민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피부에 와닿는 지역문제를 토론하고 있어 호응도가 높다"가 말했다. 당초의 반상회는 매스컴의 부족으로 언로가 없을 때 언로역할을 담당하고 이웃들과의 벽을 허무는 시간으로서, 역할담당을 성실히 수행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매스컴의 활성화로 정부 홍보내용이 언론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특별한 토의 주제없이 매달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모여 재삼 정부시책 홍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게 주민들의 여론이다.
이에 비추어볼 때 매달 25일에 정례적으로 운영되는 피동적인 모임으로서의 지속보다는 주민들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모여 토의하는 능동적인 반상회 운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반상회보의 내용도 이미 식상해버린 주제의 반복보다는 다양한 내용의 게재로 주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를 초두에 두고 있는 이즈음이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한 반상회 운영방법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저작권자 © 보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