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세의 노송(老松), 정이품송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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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세의 노송(老松), 정이품송의 위기
  • 보은신문
  • 승인 1990.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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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불꾸불한 말티고개를 넘어 속리산 법주사로 가는 길목에서 누구나 한번쯤 거쳐가는 정이품송(正二品松)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유래와 신비성을 갖추고 있다.

정이품송은 일명 연송(輦松)이라고도 하는데 그 까닭은 세조(世祖)10년(1464), 세조가 신병 치료차 법주사로 행차할 때 왕이 탄 가마(연·輦)가 소나무에 걸릴까 염려하여 “연 걸린다”고 말하자 이 소나무가 가지를 번쩍들어 무사히 통과하였다는 사연에 따라 연송이라 했다고 한다.

또한 세조가 신병치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연송앞에서 비를 만나자 이 나무 밑에서 무사히 비를 피하였고, 이에 따라 세조는 이 노송에게 정이품(正二品 판서급)의 품계를 하사하였다 한다. 정이품송은 높이 15m, 가슴높이의 둘레 4.5m, 가지의 길이는 동쪽 10.3m, 서쪽 9.6m, 남쪽 9.1m, 북쪽 10m의 노거주(老巨樹)로 1962년 12월3일 천연기념물 제103호 지정되었다.

◇ 정이품송의 현재 상태
정이품송은 지금으로부터 5백50년전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 자체 아름다움은 보는 이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하여, 속리산을 찾는 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으나 이제는 노쇠하고 병충해의 피해로 인해 조금씩 나무 자체의 기력을 상실하고 있다.

연송의 가슴높이 둘레는 4.5m에 해당되나 1.2m만 소나무껍질로 덮혀 살아있고 그 외 부분은 부패되어 79년도와 89년도에 걸친 수술 후 시멘트(수피)로 덮어 놓았다. 그러나 지난 3월17일 문화재위원 임경빈, 중앙임업시험장 곤충과장 변병호, 문화재 관리국 조경관 김경희씨가 나와 진단한 결과 응애, 솔잎 혹파리의 병충해 피해가 있음을 발견해냈고, 뿌리가 약해 영양흡수가 미흡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3월23일 더 많은 병충해의 발생·침입에 대비, 서울나무종합병원에서 소나무좀, 바구미침입예방 방제사업을 펼쳤다. 정이품송을 해치는 주원인은 응애, 소나무바구미, 소나무좀, 솔잎혹파리의 병충해 피해와 복토로 인한 지상부위의 부패등으로 영양분이 제때 흡수가 잘 안되는 것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나무종합병원에 따르면 응애의 경우는 육안으로의 확인이 곤란한 미세곤충으로, 소나무의 즙액을 빨아먹고 사는 작은 벌레로서 현재 연송의 잎사귀가 향토빛깔을 띠는 것은 응애가 잎즙(엽록소)을 빨아먹기 때문인 것으로 진단했고, 소나무좀은 수관을 뚫고 들어가서 그 안에 살기 때문에 껍질이 벗겨져 죽는 것으로 판명했다.

또 소나무 바구미는 나무 쇠약시의 침해가 우려되며 솔잎혹파리는 대거 발생시 솔잎에 80∼90% 정도 감염되면 죽을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이품송을 병들게 하는 것은 70년대 초 정이품송의 우회도로 확·포장 공사시 도로부위와 어느 정도 수평을 맞추려고 나무 밑 주변에 복토를 메꾼 작업이 정이품송의 병목현상을 빚어놓아 영양분 공급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충북도 임업시험장 이세표 장장은 “나무에도 호흡에 지장을 주면 치명적인 위해가 따른다”며 “정이품송에 복토를 하게 되어 정이품송의 호흡장애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0㎝에 해당하는 복토를 작년에 나무종합병원에서 제거하였으나 70년 초부터 작년까지 방치해 왔던 상태라 복토로 인해 덮힌 부분중 많은 부분이 부패되어 있을 뿐 아니라 덮힌 부분의 둘레가 가슴부위 둘레보다 1m가 모자라는 병목현상을 빚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나무종합병원 강전유 원장은 “복토를 했어도 공기조화가 되도록 해야했고 수분이 없도록 해야 했었다”며 “복토로 인해 연송 자체내에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어 복토를 하고 나서 나뭇가지 중 일부가 말라 죽었다”고 아쉬워했다.

◇ 정이품송의 보호
그 동안 정이품송에 대해서는 79년 부패부 외과수술을 비롯, 82년 솔잎혹파리 방충망 철책 및 방충망을 설치했고 87년 스프링클러설치, 방제약품 살포, 89년 외과수술(79년 수술부분), 단근처리 및 복토제거(50㎝)작업등을 펼쳐왔다.

정이품송에 대해 무보수로 근 20년동안 보살펴 온 내속외면 사내리 박헌(62)씨는 “토끼풀등 주위 잡풀을 뜯어내다 손이 부르트고해도, 관광객들이 와서 넋을 잃고 감탄을 자아내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올해도 폭설로 인해 한밤중에 집식구와 같이 나와 눈을 털어 내는 등 고생했지만 폭설로 인해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흐뭇해했다.

정이품송에 대한 이런 일련의 노력들이 뒤따르고 있지만 더 오래도록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토양, 생태, 생리, 병충 등에 전문가들을 더 많이 참여시켜 병목현상부위에 대한 영양섭취를 위한 방안의 모색 등 전문가들의 뜻을 모아 빨리 조치해야만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충북도 임업시험장 방제계의 박철하 계장은 “지금으로선 전문가들에 의해서 노령화 된 정이품송을 더 오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군이 문화재위원 및 임업시험장의 예찰·보호관리에 따른 자문을 받아 보호관리하고 있으나 올해 배정된 도비 1백만원, 군비 1백만원의 보호사업비는 태부족한 편이라 좀더 잘 보호 관리할 수 있도록 충북한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이품송의 희생은 각 분야의 지원대책과 전 국민의 관심속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나 특시 정이품송 보호사업비의 재정적인 지원과 문화재관리국의 좀더 많은 지원대책이 크게 요구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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