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만에 아들 찾은 사할린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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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만에 아들 찾은 사할린동포
  • 보은신문
  • 승인 1990.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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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서럽고 기뻐서 눈물만
51년 전 첫돌도 안된 어린 아들을 두고 징용으로 떠나야 했던 아버지가 먼 이국 땅 사할린에서 돌아와 아들을 찾았다. 부인 함복화씨(64)와 아들 황용(42), 성용(37)씨를 데리고 돌아온 사할린동포 윤상훈씨(75)는 고향 땅 외속 황곡의 흙 냄새를 채 맡기도 전에 아들 윤대용씨(51)를 만나자 서로 부여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윤상훈씨는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아무런 기약도 없이 그저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한 번만이라도 아들을 보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살았다. 그 한 맺힌 서러움과 지금의 이 기쁨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느냐”며 눈시울을 적셨다. 또 아들 윤대용씨는 “처음에는 부모가 많이 야속했어요. 그러나 시대상황이 그랬으니까하고 위안을 했고, 오늘 꿈에도 그리던 부모 형제를 만나서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들은 지금 눈물과 기쁨으로 벅찬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헤어져 지냈던 51년 동안 이들이 주고받았던 편지는 고작 5통, “12년 전에 보낸 아버지 회갑사진과 3년 전에 보낸 어머니 회갑사진을 지난 89년 봄에야 받을 수 있었다”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대용씨는 얼굴 한쪽에 당국을 원망하는 빛을 슬쩍 내비쳤다. 사할린 땅에서 나고 자란 이들 같지 않게 황용씨와 성용씨는 우리말을 썩 잘하는 편이었다. “아마 고국을 잊지 못하고 그리움을 달래던 아버지 어머니의 남다른 조국애 덕분일 것”이라며 오히려 모국어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88년 올림픽때는 농사철이었는데도 일손을 놓고 TV를 보았다”고 말하는 어머니 함복화씨는 “관중속에 내 아들도 있겠지하는 생각도 들었었다”며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친구가 돌아왔다고 농악을 울리며 잔치를 벌이는 동네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는 중에도 아버지 윤상훈씨와 어머니 함복화씨는 큰아들 대용씨의 손을 놓을 줄을 몰랐다. 3월23일이면 사할린으로 돌아가야하는 이들은, 언제 다시 보게될 지 모르는 이별의 시간을 안타까와하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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