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속리 부녀 소방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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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속리 부녀 소방대를 찾아서
  • 송진선
  • 승인 199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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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불은 항상 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일단 화제가 나면 대피요령, 능률적인 진화방법 등을 잃고 우왕좌왕 당황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를 좀더 조직적으로, 최대한 빨리 진화하기 위해 소방대라는 것이 존재한다. 내속리면은 국립공원인 속리산을 끼고 있고 등산객들의 부주의로 인해 산불이 발생하는 예가 종종있다. 또한 속리산을 찾는 인구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므로 관광객의 수효에 맞춰 산불 예방에 대한 홍보도 그만큼 비중을 두어야되는 현실이다.

국립공원 속리산의 총 면적은 284.4㎢로써 이중 보은 25.6%, 괴산 49.5%, 상주 24.9%에 걸쳐 형성되어 있으나 각종 국보급이나 보물, 천연 기념물 등 중요한 문화재들이 보은(내속 사내)에 산재해 있어 어느 곳보다도 화재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곳임은 자명한 일이다. 부녀 소방대라 하면 전국에서도 몇 되지 않는 드문 단체이다. 열두 구비 말티고개(해발 430)를 넘어 만나 본 내속리면 부녀 소방대는 우리 고장의 명산인 속리산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들로 대원 전체가 의기양양했다.

지난 85년 1월 31일 기존의 소방대인 남자 소방대와는 별도로 부녀 소방대를 조직한 내속리면에는 남자 소방대가 30명, 여자(부녀)소방대가 30명이 있는데 이들은 정기적으로 소방훈련을 실시하며 교육도 받고 있다. 충북내의 부녀 소방대가 조직된 곳은 보은, 청주, 충주를 비롯하여 7개소로 총 2백40명의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여자들이 소방대 일을 한다고 반발이 심했죠. 여자가 집에서 살림이나 할 것이지 남자도 하기 힘든 소방일을 하느냐고 주위에서 만류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러나 차츰 부녀자들끼리 단합하여 조직적으로 일을 잘하니까 이젠 잘해보라고 도와주고 격려하는 형편이 됐죠”라며 대원이 모두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행사가 있다고 연락하면 꼭 참석하는 열성들을 지니고 있다고 대원들을 자랑하는 소방대장 이미자씨(48)는 소방대 창립부터 지금까지 대장일을 맡고 있는 조직운영의 일인자이다.

“1년에 2번 정도 불이 났을 경우를 가상으로 소방훈련을 하는데 옷이 흠뻑 젖기도 하고 넘어져서 다치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피해를 줄이려고 조기진화에 힘을쓰다 보면 이런 저런 일 다 잊지요”라고 상기된 모습으로 활동내용을 얘기하는 최강자씨(47)는 내속리의 면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열성파라고 대원들이 입을 모은다.

원래 소방대 조직의 목적인 관광지이기 때문에 거리를 깨끗하게 하여 타지에서 오는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자는 환경미화 작업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좀더 발전하여 산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등산객에 대한 산불에방 홍보를 했지만 그때는 조직적으로 운영되던게 아니라 시한부로 1년간씩 조직되어 운영되다가 85년도에 정식으로 부녀 소방대 발대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들의 업무는 화재진화작업도 하지만 부상자 수송 및 치료를 하고 진화에 소요되는 장비동원 등 보조적인 업무가 주가 된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일은 “인간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고 실제로 불이 났을 때 부녀자들이 동원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협조하는 인원동원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그들이 취하는 행동으로 화재 진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소방대 기사 윤호중씨(50)는 부녀 소방대의 조직운영과 적극적인 활동을 칭찬한다.

한편 실제 산불진화에 동원되었던 지난 89년 5월 속리산 보현재 뒤의 일명 할딱고개라고 하는 곳에서 등산객의 부주의로 산불이 발생하여 연락을 받고 출동해 조기 진화를 할 수 있었는데 “불이 크게 날 경우 군부대의 지원까지 받고 있다”며 인명 피해가 없어서 퍽 다행이었다고 위안하는 이민자씨는 다시 한번 불조심을 강조한다.

회원의 연령층이 3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까지 구성되어 있는 소방대는 소방 목적뿐만 아니라 거리청소 자연보호캠퍼인 등도 한다. 그리고 불우이웃 돕기, 경로잔치 등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들도 애틋하다. 이중에서 특히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87년도 였을 거예요. 생활보호 대상자인 염창수씨 집에 쌀과 연탄을 들여줬더니 식구들이 전부 눈물을 흘리면서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어요”라고 기억을 더듬어 회상하는 부대장 송창자씨(47)는 물기어린 두 눈을 소매로 슬쩍 훔친다.

월 2회 2시간씩 교육을 받는 이들은 화재예방에 대한 홍보, 인명대피, 유도 및 구호요령, 화재진압 요령, 소화기 사용방법 및 소방시설 이용 요령 등을 숙지하는데 실제 화재시 동원되어 소화작업을 하는 무보수 봉사단체라고 군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앞으로 부녀 소방대의 계획은 소화기도 구입하여 전 대원에게 나눠졌으니까 민방위 훈련에도 적극 참가하여 활동할 계획이며 잊지 않고 덧붙이는 말은 관광객들에게 산불조심에 대한 홍보활동도 중요하지만 불이나지 않게 조심하고 아끼는 주인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또 포상경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걸 뭘 내느냐고 부끄러워하면서 군수상을 5번 받았고 87년에는 우수 부녀소방대로 지정되어 도지사상을 받기도했다고 말한다. 소방대는 애장 이민자(48), 부대장 송창자(47), 홍보부장 전정례944), 구호부장 이금자(44), 대원은 황명숙(39), 김정숙(41), 최숙희(34), 최말달(55), 이대훈(54), 김옥순(45), 김홍금(48), 한복자(46), 안복순(51), 마경순(50), 최강자(47), 이기분(51), 황정희(53), 황옥자(47), 유인분(51), 김영순(55), 신옥순(49), 이순자(44), 진순덕(36), 정길자(37), 김은희(40), 민영님(37), 박정자(45), 임정자(42), 이옥순(29), 전경자(34)등 30명의 아주머니들이 복장을 갖추고 소방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에서 보은고을을 지키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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