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경찰 이경자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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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경찰 이경자서장
  • 남광우/보은신문 이사
  • 승인 2019.01.1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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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1년여 간의 임무를 수행하고 이임한 이경자 경찰서장에 대한 주민들의 칭찬이 뜨거운 것 같다. 대개 경찰서에서 나오는 소식이란 게 사건. 사고에 얽힌 거라서 안타깝거나 어두운 소식이 많았지만 지난 1년은 달랐다. 밝고 따듯한 소식이 지역 언론에 자주 등장해 주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은근히 경찰서 소식이 기다려지기 까지 했다.

  필자도 경찰서와 연관된 조직의 위원직을 맡고 있어 종종 그분을 볼 기회가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지역신문의 보도로 한 달에 두 세 번씩 소식을 접하곤 했다.

  때로는 신문기사가 기자의 글보다 사진 한 장에 더 많은 것이 담겨 있을 때가 있다. 내가 주목한 사진 몇 장이 있는데, 한 장은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 앞을 못 보시는 듯한 노인께 무릎을 굽히고 얼굴을 맞대며 대화를 나누는 사진과 다른 한 장은 앞치마를 두르고 경찰서 주방에서 비빔국수를 만드는 경찰서장의 사진이었다.

  이후 유심히 그분을 지켜보게 되었다. 수고하는 부하 직원들에게 비빔국수라도 한 그릇 대접하고 싶었다는 그 사진을 보며 부하 직원으로서 보은의 경찰관들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여러 사진들 중엔 상을 탄 직원들이나 새로 전입 온 직원들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찍은 사진인데, 그는 늘 주인공을 가운데 세우고 자신은 한쪽 가장자리에 섬으로써 그들을 빛내주고 있었다. 

  이경자 서장은 재임 중에 양로원, 다문화센터, 노인회관, 장애인 회관, 경로당, 노인대학 등을 부지런히 다니며 강연은 물론, 사회복지사나 적십자 회원처럼 봉사하고 소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젠가 내가 기관장이나 유지들 만나기도 바쁘실 텐데 라고 하자 ‘사실 그분들보다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할 분들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더 찾아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경자 서장은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배움에 대한 열정이 커서 문화원에 등록하여 공예를 배우고, 경찰서 내에 직원들과 기타 동아리 활동하면서 기타를 배우고, 외국어 배우는 모임을 만들어 함께 학습했다. 또한 배움은 배움으로 그치지 않고 군민께 즐거움을 드린다며 대추축제 땐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기도 했고, 유명가수를 초대해 직원과 주민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어 주민들을 기쁘게 했다. 알고 보니 그가 문화원 문화교실 학생이 된 것은 배움도 배움이지만 아무 거리낌 없이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는 건 떠나기 얼마 전에 차 한 잔 나누며 알게 됐다.

   그가 내세운 “관심.조심.안심”이라는 3심 운동으로 치안은 물론이어서 보은군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3분의1로 줄었고, 직원 만족도는 충북도내에서 1위에 올랐다. 그는 아름다운 봉사자로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주민에게 기쁨주고 임기를 마쳤다. 그런 서장이었기에 떠나는 그에게 평범하거나 어려운 군민들이 더욱 사랑하고 박수를 보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한다. 어느 직원은 신문 댓글에 30년간 모셨던 서장님 중에 제일이었다고 적었다.

  이 서장은 이제 경찰청 본청으로 들어가 해외 경찰업무를 하는 외사국 대외협력과장으로 부임하는 걸로 알고 있다. 부디 그곳에 가서 나라를 위해 임무를 잘 수행하리라 믿고 있다. 얼마 전 그가 문화원에서 정호승 시인의 ‘봄길’ 이란 시를 낭송 했다. 그 시에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구절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의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날엔 고을에 현감이 왔다 갈 때 선정을 베푼 이에겐 송덕비(頌德碑)를 세워주고, 악행을 한 수령에겐 소금을 뿌렸다고 한다. 우리 고장 곳곳에도 크게는 역사에 남을 일을 하신 분들, 작게는 마을을 위해 애쓴 지도자를 추모하는 송덕비가 많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이향래 군수를 기리는 송덕비가 농업인들에 의해 세워지기도 했었다. 이경자 서장이 임기를 마치고 떠났기에 나는 그동안 하지 못한 칭찬을 이제야 하는 걸로 그에 대한 송덕의 마음을 지면에 새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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