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아픔과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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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아픔과 보람
  • 보은신문
  • 승인 199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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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게이자(내속 사내) 속리산적십자 부녀봉사회 부회장
아침 청소를 하다 무심코 보니 감사패, 공로패가 진열장에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려니하며 유심히 살펴보니 그 패들을 받은 년도도 1980년부터 1994년까지 시기도 내용도, 패를 수여한곳도 다양했다. 고향인 청주를 떠난 남편을 따라 속리산에 들어온지도 30년. 그동안 진열장에 다락에 쌓아놓은 패들은 모두 재력으로 봉사를 한 덕분에 얻은 패가 많았다. 문득, 창밖을 보니 금방이라도 함박눈이 펄펄 쏟아 질것 같이 잔뜩 찌뿌려 있고 내마음도 먹구름 덮힌 듯 가슴은 슬픔과 아픔에 덮였다.

나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 그 동안 재력으로 봉사하며 최고는 대통령 표창부터 시작하여 사회정화위원장 표창까지 받았고 그때는 지역주민들도 따뜻한 눈으로 대하여 주는듯 싶었다. 각종 지역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모두가 돈으로 해결했다. 어떤 일이든 필요한 돈만 기부를 하면 감사, 공로패도 주고 지역에서 적당한 대접도 받았다. 그러나 남편이 속리산 빠찡꼬 사건으로 사업도 망한데다 교도소 신세까지 지게되니 가정형편은 꼴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가정보다는 갑자기 변한 사회의 냉대가 더 가슴 아프고 힘들었다.

봉사활동에 대한 어떤 댓가를 바라는것도 아니었지만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의 인식이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두문불출 밖에도 안나가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 지내보았다. 그러나 학교때 연대장을 지낼정도로 활동적인 성격인데다 천성이 사람을 좋아하고 부부가 모두 남에게 퍼주길 좋아하는 태생이라 집에서 있는 생활은 도저히 견디기 힘이 들었다. 그러던 중 전 임순철면장 사모님인 서석오씨와 혜성식당의 구대서여사와 같이 양말, 조미료, 휴지등을 팔아 한푼두푼 모아 혼자서는 어려운 노인들에게 연탄을 들여놔주고 라면이나 쌀을 사서 줄때 가슴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진정한 기쁨을 맛보았다.

아! 이것이 진정하고 참된 봉사로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있는 돈을 쪼개서 불우한 이웃을 돕거나 지역봉사활동을 하는것도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몸으로 노력하여 모은 돈으로 봉사를 하는 것은 몇십배의 재력으로 봉사를 하는것은 몇십배의 재력으로 봉사를 할때보다 훨씬 가치있는 봉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의 가슴아프고 서운했던 마음도 봄눈녹듯 사라지고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차 속리산 적십자봉사회가 결성되어 부회장이란 직책을 맡아 회장을 중점으로 전회원들이 합심단결하여 지역사회를 위해 숨은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부회장직을 맡은지도 벌써 4년째이다. 이젠 후배들에게 바톤을 넘겨주려 했지만 이번에 또 재임되어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비록 고향은 아니지만 30년간 속리산에 살면서 제2의 고향으로 알고 살아왔고 앞으로 속리산을 떠나는 날이 온다해도 지역을 위하여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봉사하자는 마음을 다시한번 다짐해본다. 250시간, 500시간 봉사표 창패의 먼지를 닦다보니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신뢰받는 봉사원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과 올해에는 1,000시간을 향하여 열심히 봉사할 것을 마음깊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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