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함께 모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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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함께 모여서
  • 보은신문
  • 승인 199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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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빈(시인)
TV를 보았다.
올해년 마지막 날 밤
「가는해, 오는해」란 프로그램에서
한이 많은 혼혈가수 인순이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애써 가는해를 보내고
오는해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런다고 해가 가고오는 것은 아니다.
가라고 해서 묵은 해가 가고
오라고 해서 새해가 오는 것은 아니다.

새벽같이 속리산엘 갔다.
말티재를 넘어서 말티재 너머에 있다는
또다른 세상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세심정 못미쳐에서
그 많은 소나무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병자년 새해를 보았다.
소나무가지 사이 눈 찌르는
서기를 보았다.
소나무는 그렇게 함께 모여서
오는해를 맞고 있었다.
눈 찌르는 서기를 짖고 있었다.

가라고 해서 묵은 해가 가고
오라고 해서 새해가 오는 것은 아니다.
저푸른 소나무 바람에 툭툭 눈을 텃듯
무거운 이 세속의 욕심
툭툭 털어낼 일이다.

함께 모여 서기를 만드는 나무들 처럼
손에 손잡고 함께 새로운
희망을 지을 일이다.
지금.

※ 연혁 : 1953년생. 탄부 고승 출신. 대전고등학교,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학위 취득, 1983년 ‘월간문학 신인상’당선으로 등단, 현 청주대교수, 한국문협, 충북문협 회원, 뒷목문학, 신인문학 동인으로 활동. 시집 「아버지는 두릅나무 새순만 따고」(1986), 「분리된 꿈」(1991), 「속초행」(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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