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향 묻어나는 이슬 같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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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향 묻어나는 이슬 같은 술
  • 송진선
  • 승인 2001.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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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명주 드디어 본격 생산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호젓한 호숫가를 돌아가서 겨우 만난 그 곳.
28년만에 내린 폭설이 혹한으로 녹지도 않고 도로에 수북이 쌓여있고 시리도록 푸른 빛을 발하는 소나무가 눈을 이고 있는 그 곳.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하얀 백발의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나올 것 같은 그 곳. 폭설이 온 다음 그렇게 아름다운 자연 산수화가 또 있을까 감탄한 그곳. 눈길을 따라 겨우 내속리면 구병리에 닿았다. 송로주를 제조하는 임경순씨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렇게 험했다.

무형문화재 술 송로주
송로주는 당초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던 신형철씨(작고)에 의해 발굴된 민속주이다. 신형철씨는 1926년 충남 서천군 한산면 출신으로 송로주의 양조방법과 고조리서(古調理書) 두 권이 친정 어머니에게서 전해졌으며, 그 어머니 역시 친정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소나무의 마디를 생 밤처럼 깎아 멥쌀과 누룩을 섞어 술을 빚어 맑게 걸러 청주를 뜨면 송절주(松節酒)요, 소주를 내리면 송로주(松露酒)라 부른다.

소나무는 원래 불로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우리 민족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술의 양조에 있어서도 다른 식물보다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다. 소나무 잎을 지에밥과 누룩을 함께 섞어 빚은 송엽주, 봄철 소나무에서 새롭게 올라오는 솔 순을 이용한 송순주, 솔루인 송화를 이용한 송화주, 생소나무 등치를 말구유 모양으로 파내 그 속에 술을 넣고 판자로 뚜껑을 덮고 진 흙으로 단단히 봉해 술이 익은 다음 마시는 와송주(臥松酒)가 있다.

또 솔방울을 소주에 담가 만드는 솔방울 술, 쌀과 솔 잎으로 술을 빚어 땅 속에 소나무 가지로 집을 짓고 술 항아리를 묻어 두었다가 7개월이 되면 꺼내어 마신다는 지주(地酒) 등이 있는데 송절주는 앞서 말한대로 소나무의 옹이를 이용해 만든 술이며 이 술이 역사적으로 전해오는 문헌자료로는 동의보감을 시작으로 해 정조 11년에 서우거가 지은 고사십이집(攷事十二集)과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와 그의 형수인 빙허각 이씨가 지은 규합총서(閨閤叢書) 등에 보이나 모두 청주(淸酒) 양조법만 전할 뿐이다.

그러나 신형철씨 가문에서 전해내려오는 고조리서(古調理書)인 `음식법'이란 책에 유일하게 송절주의 소주내리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쌀 한말 하려면 솔옹이를 생률처럼 쳐 고이 다듬어 놓고 섬 누룩 넉 되 넣고 물 서 말 부어 빚어 두었다가 멀거커든 소주를 여러 물 가지말고 장작때어 고으면 맛이 좋고 백소주를 받아 먹어야지 절통도 즉시 낫느니라』로 적고 있다는 것.

그동안 묻혀있던 송로주를 93년경 내속리면 구병리로 이사한 신형철씨(97년 작고)가 송로주 제조방법을 드러내고 또 이 마을에 사는 임경순씨에게 송로주 제조 방법을 전수하면서 송로주는 책 속의 술이 아닌 실물로써 세상에 그 실체를 드러낸 것. 그후 신형철씨가 작고하고 98년 8월 임경순씨(44)가 무형문화재 송로주 제조기능 전수자로 지정되면서 송로주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송로주 제조 방법
송로주의 제조방법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누룩 제조 공정 및 밑 술 만드는 방법 등이 있는데 밑 술 만드법도 봄철에 빚는 방법이 따로 있고 그 외의 계절에 담는 방법이 따로 있다. 우선 누룩은 보면 밀을 재료로 사용하는데 밀 한 말을 껍질 째 가루를 내고 녹두 5홉을 물에 불리어 풀매(맷돌)에 갈아 녹두 물을 만든다. 껍질 째 가루를 낸 밀가루와 녹두 물을 합해 빚어 베 보자기에 싸서 누룩 틀에 밟아 일정한 형태로 된 누룩을 만드는데 두께 2∼3cm, 넓이 15cm의 둥근 누룩이 만들어지면 삼 잎과 도꼬마리 잎에 싸서 그늘진 곳에 놓아두면 40∼50일 만에 누룩이 완성된다. 술을 빚기 위해서는 먼저 삼해주를 빚어야 한다.

삼해주 만드는 방법은 멥쌀 한 말을 물에 담갔다가 하루만에 가루 내어 죽을 쑤어 누룩가루 4되를 섞어 더운 곳에 놓아둔다. 여름이면 하루 내지 이틀, 겨울이면 열흘 내지 열 이틀, 봄가을에는 사나흘이면 밑술이 완성된다.

달콤 쌉쌀한 밑술이 완성되었다고 생각되면 쌀 두말을 지에밥(일명 고두밥)을 지어 누룩가루 2되와 섞어 물을 끓여 차게 식혀 함께 빚어 여름이면 서늘한 곳, 겨울이면 따뜻한 곳에 놓는다. 여름이면 일주일 또는 열흘, 겨울이면 열흘 또는 열이틀만에 쌀 두말을 지에밥을 지어 누룩 한되와 섞어 술을 빚어 백일 동안 묻어 두었다가 술이 완성되면 청주를 떠낸다. 이것을 삼해주라 하고 청주를 떠내고 남은 지게미를 다시 독 속에 넣는다.

다음은 송로주를 만드는 순서이다. 우선 솔옹이를 생률치듯 깎는다.
멥쌀로 지에밥을 지어 식힌 후 솔옹이와 섞는데 쌀과 옹이를 20 : 1로 한다. 그리고 거른 삼해주 지게미를 독속에 담아 술 밑을 삼는다.
지에밥과 솔옹이 섞인 것을 삼해주 지게미와 섞고 물을 알맞게 붓고 보자기로 덮는다.

여름이면 일주일 겨울이면 열흘 또는 보름이면 술이 익는다. 체로 받쳐 1차로 지게미를 버린 후 솥에 앉힌다. 고조리를 솥 위에 올려놓고 시루 본을 만들어 붙인다. 은근한 불로 증류하면 송로주가 만들어진다. 송로주는 삽입 및 발효공정에 따라 2가지로 분류된다.

한 가지는 쌀을 물에 담갔다가 시루에 쪄서 지에밥(일명 고두밥)을 만들어 차게 식히고 누룩을 빻아 가루를 만들어 잘 비빈 다음 솔옹이를 생률치듯해 술을 약으로 쓸 때는 쌀을 20∼30%를 넣으나 보통 마실 때는 5%의 솔옹이 가루를 넣고 복령가루와 엿기름을 주모 위에 넣고 물을 부어 잘 저은 후 7일 동안 발효시키면 16∼18%의 숙성된 술을 얻게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쌀의 양과 지에 밥을 짓는 방법까지는 모두 동일하나 삼해주를 음력 정월에 빚어 음력 4월에 삼해주를 떠낸 다음 그 술지게미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때의 술은 알코올 농도가 18∼20% 정도 된다.

이렇게 숙성된 술을 가는 베에 넣고 짜서 그 술을 솥위에 소줏고리를 올려놓고 찬 물을 소줏고리 위에 부어가며 은근히 불을 지피면 소주가 얻어 알콜농도는 48%까지로 매우 진하다.

송로주 설 대목노려
98년 8월 고신형철 할머니의 송로주 제조 기능을 전수한 자로 지정(98년 8월11일)받은 내속리면 구병리 임경순씨는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상표등록을 하지 않은 송로주라는 이름을 두산 백화양조에서 제품화 하지 않은 채 송로주(松露酒)를 상표등록을 해놓아 자칫 탄생 자체가 불투명했었다. 결국 임경순씨는 99년 5월15일 상표등록 취소 심판을 청구해 7월19일 권리 이전을 받았다.

이후 임경순씨는 송로주 병 디자인에서부터 포장재·상표 디자인까지 충북 도청 디자인실 등을 쫓아다니며 디자인을 확보하고 군청 관계자들의 자문도 받아가며 가장 좋은 것을 확보했다. 현재 상표 다지인에서부터 병 다지인까지 모두 나와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아직 대리점 및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번 설에는 송로주를 본격 판매키 위해 동분 서주하고 있다. 200㎖는 1만원, 400㎖는 2만5000원, 400㎖는 3만5000원에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목로주점 설치해 송로주 홍보
93년부터 송로주와 인연을 맺은 송로주 제조 기능 전수자 임경순씨는 그동안 엄청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도중에 송로주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 장인 정신이다. 또 하나 있다면 송로주를 계기로 속리산과 구병산 등 충북 알프스 관광객이 늘어나고 송로주의 고장을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 관광수입이 늘어나길 기대하는 것.

송로주는 있었지만 제품으로 포장이 되지 않아 세상 사람들에게 선을 보이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이 맛을 보지 못했으나 약 9년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송로주를 시음했고 특히 지난해 10월경 보은 공설 운동장에서 열린 전국 게이트 볼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송로주를 시음하고는 알콜 농도가 진해 독하지만 누룩 냄새가 나지 않고 솔향이 배어 있어 참 좋다라고 호평했다.

또 마시고 난 후 머리가 아프지 않고 속도 편안하다고 평하면서 전통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안동소주보다도 훨씬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호평하고 있는 송로주를 가장 으뜸의 명주로 만들고 앞으로 송로주 제조장 입구에 마을과 어울리는 초가집 목로주점을 설치할 계획도 갖고 있다.

등산객이 휴식도 취하고 시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소주고리 등 옛날 소주 만드는 기구를 설치해 직접 송로주 제조하는 과정을 등산객들이 볼 수 있도록 관광상품화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20세기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송로주가 21세기 첫해인 올해는 어쨌든 명주로 그 이름을 전국에 알리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문의처 : ☎ 043)542-0774, 543-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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