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지 않는 4남매 기르기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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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지 않는 4남매 기르기 7년
  • 보은신문
  • 승인 199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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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속리면 김봉수 김순이씨 부부
'내가 죽는 날까지 아주머니 사랑을 기억하며, 언제나 매사에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정순태양(보은상고1년)이 BBS연맹 주최로 지난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 모범 청소년 생활 수기 발표'에서 입사한 '오월의 소묘' 마지막 부분이다.

'죽는 날까지' 기억해야 할 사랑이 평범한 청소년의 경우 부모가 되겠지만 청수태양에게는 안타깝게도 부모가 없다. 어머니의 가출에 이은 아버지의 사별로 정순태양을 비롯한 4남매는 고모 손에 맡겨졌다가 얼마 후 고모마저 떠나고 만다.

삼촌과 고모 등을 비롯한 혈육들은 돌보지 않는 4남매를 고아원에 보내자는 이웃사람들을 제치고 나선 것이 정양 아버지와 생전에 절친하게 지냈던 김봉수(62. 내속 사내)김순이씨 부부 "고아원에 가면 뿔뿔이 흩어질 것 아네요 우리 사는 형편대로 그냥 밥이나 먹여 주고 재워준다고 고아원에 못보내게 했죠" 4남매를 맡은 김씨 부부는 넉넉한 살림살이가 아니었다.

김봉수씨는 목수이고, 김순이씨는 행상으로 가계에 보탬을 주고 있었다. 집도 없이 전세를 살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김씨 부부는 정양남매가 사는 전셋집으로 먹거리와 옷을 장만해 날랐다.

"빨래를 하다보면 손목이 못할 지경이었어요" 친아들 경남군(17 청주기계공고 1년)을 포함해 세식구 뒷바라지를 하다가 하루아침에 일곱식구로 늘어난 살림살이를 김순이씨는 억척스럽게 해냈다. 그냥 뒷바라지만 한 것이 아니었다. 행실이 올바르지 못하면 사정없이 매를 들었다는 것.

이웃사람들이 부모 없는 자식 설움 준다는 눈치를 보일 때도 김순이씨는 "못된 버릇을 똑바로 잡아 올바로 키워야지 뒷바라지만 해준다고 키우는 것이 아니잖느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4남매를 맡은지 7년여가 지난 요즘에 김씨네 부부는 조금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 2월에 집을 마련하고, 방한칸이 모자라는 것은 김봉수씨가 목수 기술을 발휘해 뒤켠에 반듯하게 지었다. 그래서 그동안 힘들었던 두 집살림을 청산하고 함께 살게 되었다.

김씨 부부가 친자식처럼 길러온 정순태양 남매도 많이 자라 첫째 순조양(20세)은 대전에 취직해 일하면서 공부해 산업체 부설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둘째 현수군(18세)은 보은농공고 3년에 재학 중이다. 그리고 넷째 복순양(14세)속리중학교 일학년에 재학 중이다.

"저 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공부시키고 싶은데 집이 넉넉하질 못해 뒷바라지를 다 못할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 고혈압으로 오래 서 있지도 못하면서 요즘도 행상을 계속하고 있는 김순이씨의 걱정이 푸르른 속리산 자락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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