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비료이자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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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비료이자 영양제
  • 보은신문
  • 승인 199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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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이용 합리적인 양돈관리 내속리면 북암리 김정열씨
각각의 농가는 하나의'작은 기업'이다. 자본이 투입되고 농가와 농기계 둥 생산설비가 동원되어 농산물을 생산한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생산 인력이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농이든 축산농이든 재배 사육 유통에 있어서 기업가적인 많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 판단에는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판단 과정도 세부적으로 따지면 매우 복잡하다.

생산과 판매 과정을 되도록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 컴퓨터와 여러 정보는 요즘 추세에서 거의 필수요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에 실리는 기획기고는 보은 지역에서 컴퓨터와 정보를 가장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양축 농가의 글이다. 이 기고가 보은에 소재하고 있는 각 농가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 주>

소값 파동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 나 자신도 그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보은농업고등학교 축산과를 졸업하고 83년도 축산후계자로 선정된 나는 일곱 마리의 한우를 구입해 그때부터 우리 보은 지역에서 제일 가는 축산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한우 사육에 열의를 다했다.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실패로 끝났고, 85년도 초겨울 어느 날, 술좌석에서 농담 끝에 인근 농장에서 돼지 한 마리를 구입해 한우와 병행해서 호기심으로 돼지를 길렀다. 처음에는 별다른 계획도 없이 시작된 양돈사업은 지금 나를 있게 했고, 현재 1천두의 돼지를 기르고 있다.

지금의 농장은 갖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양돈에 대한 한치의 상식과 지식도 없이 시작하고 보니 답답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87년 가을 본격적으로 양돈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동안 기르던 한우를 몽땅 처분한 나는 나름대로 앞서가는 양돈업자를 찾아 배우고 틈나는 대로 양돈 서적을 구입해 공부를 했다.

그런 가운데 사육 규모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체계적인 사양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길을 찾게 되었다. 그런 내게 절호의 기회가 왔다. 농협 중앙회에서 주관하는 새 농민 기술대학이 바로 그것이다. 자비를 들여 새 농민 기술대학에 입교했고 그 다음 해에도 다시 새 농민 기술대학에 입교해 두 번에 걸쳐 양돈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아왔다.

그곳에서 놀랍게도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앞서 가는 전국의 양돈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었다. 특히 교육과정에 들어있는 전문강사진의 강의 내용과 분임토의 시간은 우리나라 각지의 양돈 흐름을 알게 했고 내 직업에 대한 정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양돈업자들과 비교하면 내 자신은 규모 자체도 초라했고 특히 사양기술과 정보의 미숙은 그들에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보은지역의 사양기술과 규모, 정보 교환 방식은 다른 지역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내 자신이 그 당시 사용하고 있던 종돈의 자가생산 방식과 사육시설 개념은 타 지역에 비해 창피할 정도였다.

계획도 상식도 없이 주먹구구식의 시작이 첫 번째 시행착오를 가져왔고 그것은 다름 아닌 정보에 민감하지 못했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새 농민 기술대학 교육을 마치고 귀가한 나는 한달 후 돼지의 품종개량에 착수했고 그동안 자체 생산해서 늘려온 모돈의 2회에 걸쳐 유럽계 개량종으로 교체했다.

그때만 해도 생활이 어려운 때라서 경제적인 고통은 대단했었다. 고충은 컸지만 내 지역에서만큼은 최고의 양돈인이 되리라는 각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 당시만 해도 보은 지역의 양돈인들은 규모도 영세했고 외부 종돈장에서의 종돈 구입은 한두 농가만이 실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심지어는 종돈을 외부에서 구입하는 것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양돈인들도 있었으니 4∼5년전 그 당시 보은지역 양돈인들의 미래에 대한 양돈 정보의 상식은 타 지역에 비해 얼마전 낙후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어찌됐든 그 후 92년도 양돈전업농가로 선정된 내가 수원 농촌 진흥청 농민회관에서 양돈전업농가 연수교육을 받을 때의 일이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유능한 양돈인들이 한 자리에 앉아 교육을 받았다. 그 당시 나는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과 마주치게 됐다. 돼지사육에 있어서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사양 관리를 함으로서 생산성과 경영의 합리화를 이루고 있는 양돈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규모 있는 농장에서는 컴퓨터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곳이 다른 지역에서는 어려 군데 있지만 그때만 해도 나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 바로 그것이었다.

컴퓨터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양돈인고의 대화는 정보의 중요성과 컴퓨터를 이용한 농장운용에 관심을 갖게 했고 지금 내 자신의 농장에 컴퓨터를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되어 주었다. 작년 초 설래임으로 컴퓨터와 프린터를 구입했고 양돈관리 시스템인 돈컴을 손에 넣게 되었다.

돈컴은 모사료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종돈관리와 양돈장, 회계관리를 한꺼번에 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머저 입력을 위한 각각의 카드가 있다. 종돈과 종모 돈 개체 및 혈통 현황, 종부, 분만, 이유현황, 돼지 이동 및 사료입출고 현황 그리고 양돈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일작업 지시서와 방역 프로그램 등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농장은 크게 "모돈사" "분만도사" "자돈사" "육서비육돈자"로 구별되어 있는데 일반관리라 할 수 있는 특수관리인<예방접종> <종부> <분만> <이유> <돼지의 이동> 등을 입력과 분석으로 체계화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돼지의 이동카드는 이동 돈사명과 옮긴 돼지의 신상 그리고 두수 등이 기록된다.

이것을 가지고 종돈과 비육돈 현황을 입력시킨다. 그러면 종돈 부문에서는 개체끼리의 번식능력 분석이 가능하고 산유능력 등의 평가를 집계할 수 있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라 비육돈출하와 사료 입출고 현황을 이용하면 양돈장 경영상태가 분석된다 이 모든 각각의 현황을 모체로 농자의 관리 현황이 나오고 농장의 운영상태가 파악되어진다.

또한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내 농장은 천두 가까운 돼지를 아내와 둘이서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 프로그램 활용에 어려움이 많다. 아직은 컴퓨터 체계도 잘 모를 뿐 아니라 매일매일 작업 내용을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양돈기록관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닌가가 아는 회의도 느껴진다.

그러나 컴퓨터가 제공하는 일일 작업 지시서를 들고 농장을 관리할 때면 일관된 작업과 능률이 오르는 기쁨도 있다. 가끔 시간이 남을 때면 기분 전환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재미도 맛볼 수 있어 좋다. 정보는 우리의 미래를 좀 더 나은 삶으로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삶으로 컴퓨터에 장착된 모뎀을 통해서 각종 농업통계, 농축산물 정보를 입수해서 본격적으로 퍼스컴 농장경영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은 컴퓨터 운용이 완전한 괘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운용 전과 비교하면 편리하고 농장경영에 많은 전진이 있다고 자부한다.

한편으로 농장경영에 있어서 농업 소프트웨어에 너무 의지하고 과신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농업 소프트웨어는 단지 우리 농업경영에 있어서 농장주의 보조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보는 농업경영에 관한한 최우선의 비료요 영양제라 생각된다. 앞으로는 우리 보은 지역 농민들도 컴퓨터를 이용하는 농장 경영주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본다.

농업에 있어서도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 시대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농업경영에 주어진 가난은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보다 가나해지는 것은 더 할 수 없는 수치일 것이다. 우리 보은 지역의 농민들도 정보 시스템을 이용한 영농으로 현재보다 좀더 체계적이고 타 지역 농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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