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자비와 만나는 하불감, 속리산 사람 전통 문화재 조각인
그저 나무 한 토막도 백팔번뇌를 뒤로한 하명석씨(36. 내속 사내 문화재기능보유 1138호, 백상 불교조각원)의 세심한 손놀림에 자비롭고 인자한 불성으로 모셔진다. 손에 들어진 조각도 하나면 무(無)에서 유(有)가 탄생하고 번뇌도 자비로 바꾸어 놓는 하명석씨는 이름보다는 하불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불감의 목불이나 목탱화등이 모셔진 곳은 합천 해인사 안양 한마음 선원지리산의 칠불암 등 전국 유명사철에 부지기수이다. 하물감은 지금까지도 전통문화재 조각회원이 30여명이 불과한데 지난 88년 2천6백여명이 응시한 문화재관리국의 전통문화재조각시험에서 2명의 합격자 중 한 명으로 뽑혀 문화재기능보유 1138호로 지정되었다.
물론 문화재기능보유자로 지정된 것이 명성도를 더하긴 했지만 하불감의 전통문화재조각기능은 웬만한 사찰스님에게는 익히 인정받고 있는 터였다. 우연히 방학숙제로 만든<소가 쟁기를 끄는 모습> 목조각이 경남도내에서 최고상을 받았고 그렇게 목조각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 당시 만들었던 조각품 중 말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데 다시 보아도 "살아서 뛰어가는 것 같다"고 한다. 중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는 고모님이 계시던 범어사에 자주 들려 그때 스님이 만들던 목불전을 보고 만들게 된 것이 목각으로 만든 불상이었다. 이때 만든 목불은 일본 수출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아르바이트로 학교를 마치고 이를 계기로 전통문화재 조각인으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군대시절 병환 중이던 아버지를 돌아가실 때까지 3개월간 모시다 보니 탈영으로 이어지고 자연 일찍 군생활을 마치게 되어 공백기간을 보내기 위해 지리산 찰불함을 찾게 된다. 이때 사찰에 화재가 나 목불고 칠불탱화를 복원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6년 동안이나 절집 생활을 했다. 칠불암을 나온 선방에서 공부했던 법주사 재무를 보던 각원스님이 인연이 되어 속리산을 찾게 된 것이 지금껏 속리산에 머물게 된 것이다.
아니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불감은 스스로 속리산 사람이라 칭한다. 속리산에 있으면 문화재기능보유자로 지정되었고 조각원을 개원했고 결혼을 해 자식도 얻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속리산에서 전통문화재 조각인으로서의 길을 걷겠다는 하불감은 "내가 하는 일이 비록 보은지역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내가 속리산 사람으로 사는 이상 지역 일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이처럼 지역 일에 관심이 많다보니 속리산 번영회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BBS활동도 했었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자유롭게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이 꿈이라는 하불감은 오늘도 산에서 들에서 저수지에서 거리에서 때론 술잔 앞에서도 욕심과 집착을 버리는 번뇌를 계속한다. 동양자수를 하는 부인 김영하씨(34세)와 보람, 지웅 남매를 두고 백상불교 조각원에서 후계자와 함께 전통문화재 조각인으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금주에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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