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부면 평각리 구명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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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부면 평각리 구명서씨
  • 보은신문
  • 승인 199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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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극복…부농의 꿈 이뤄
"양쪽 손 다 있는 사람들은 한 시간 일하면 저는 두시간 세시간을 일하는 노력으로 정상인과 똑같은 자신감을 갖고 살아갑니다. 왼손을 잃어버려 의수에 의지하고 있지만 구명서씨(49. 탄부 평각)는 그 누구보다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자세로 삶을 일관해 오고 있다. 정상인들이 장애인을 생각하면 폐쇄성과 어둠 같은 선입견이 떠오르는데 구명서씨의 경우는 정반대로 농촌지도자 탄부면 연합회장과 축협이사를 맡고 있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구명서씨는 아버지가 정미소를 운영하고, 일꾼을 두 명이나 두고, 농사를 지을 정도로 유복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영특해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가 항상 따라다닐 정도였고 당시, 평각마을에서는 아주 드물게 청주상업고등학교를 진학해 반에서 2,3등을 다퉈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을 정도로 남들이 인정한 수재였다.

당시 화이트칼라의 대표적인 은행에 입사하기로 자신의 미래상을 정했으나 마음 한구석에는 장남으로서 건강이 좋지 않은 부친의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자리잡고 있어 가끔 도서관에서 농업관련 서적을 찾아 읽기도 했다. 구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동기들이 은행이나 기업체로 취업해 나갈 때 구명서씨는 자신의 꿈이었던 은행원을 포기하고 잘 될 거라는 보장도 없는 정미소를 운영하며 농사를 짓는 것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그가 은행에 입사 할 수 있는 기회도 마다하고 농사를 짓겠다고 말했을 때 담임교사는 그의 실력이 아까워 뺨까지 때렸다고 한다. 그는 어린 나이에 막연하나마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어든 일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당하고 만다. 정미소에 설치되어 있는 기계벨트에 왼손이 절단되는 불운을 겪고 만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처음에는 혼자서만 괴로워했죠" 세상을 품고도 남았을 열아홉의 나이에 한쪽 손만이 아니라 미래의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는 손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자신을 굳건히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새마을지도자를 13년 간 맡고 이장을 5년이나 역임하면서 동네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왔다고 한다. 자신이 선택한 농업에도 열성적이어서 부친이 물려준 농토에 삼천여평이나 더 늘려 현재는 논밭 합쳐서 일만사천여평을 경작하고 있고 한우 24두를 기르고 있다.

스스로도 너무 바쁘게 산다고 말할 정도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년 간 조수입이 삼천여만원에 이르는 부농이 되었다. 또한 자식들의 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2남2녀의 자녀 중 딸 둘은 대학교까지 마쳐 제 몫을 다하는 사회인으로 성장시켰고 아들 둘도 각각 학원과 고등학교에 재학시키고 있다.

연세가 많아 노환을 앓으시는 노부모를 모시고 부인 석정숙씨(48)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어려운 상태에 비관하지 말고 가능한 일을 찾아내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며 다른 장애인들에게 자신이 살아오면서 깨달은 바를 잊지 않고 일러주었다.


<금주에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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