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읍 지산리 안춘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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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읍 지산리 안춘호씨
  • 보은신문
  • 승인 199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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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꽹과리 가락에 어깨춤 절로
세마치 장단에 맞춰 두드리는 꽹과리의 흥겨운 가락에 어깨 짓이 절로 나고. 장구춤에 땅을 딛는 발길질이 날렵하다. 농악가락이 묻어나는 몸짓 때문에 붙여진 이름 거미상쇠 안춘호옹(82. 보은 지산) 안춘호옹은 정초나 보름 때 하는 지신밝기나 논매기 때 전통 농악놀이에서 늘 상쇠(두레패, 농악대 등에서 꽹과리를 가장 잘 쳐서 전체를 지도하는 사람)를 맡는다.

일단 꽹과리가 들려진 그의 손에서는 23가지나 되는 장단이 농악 판에 맞게 저절로 흘러나오고 돌 모를 눌러쓴 고개 짓은 젊은이 못지 않게 힘차다. 18살이 되던 해 논매기를 하던 중 당시 보은군에서 최고의 상쇠로 알려졌던 고(故) 김순배씨의 눈에 띄어 꽹과리를 배우게 되었는데, 곧 상쇠로 뽑혀 전주나 경북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통농악놀이 대회에 곧잘 출전했다.

영동에 살면 서는 난계 예술제에 출전하려는 각 마을 주민들이 앞다투어 교사로 초빙, 주민들에게 농악놀이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그가 가르친 마을은 언제나 1등을 차지했었다고 한다. 이처럼 상쇠로서의 명성이 알려지자 국무총리 상을 수상했던 백석리 흰돌물다리기 놀이를 지난해 처음 속리축전에서 재현하기 위해 연습하는 보은농공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상쇠선생으로 초청되기도 했었다.

안춘호옹은 "아직 나이 어린 학생들이라서 가르치기는 용이했지만 흰돌물다리기 놀이가 오래도록 전승되기 위해서는 졸업 후 전국 각지로 흩어지는 학생보다는 주민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래서 "내속 백석리와 가까운 상·하·중판, 북암 주민들을 합쳐 흰돌물다리기 놀이를 전수시키는 것이 좋을 듯 싶다"며 "죽기 전에 꼭 상쇠를 맡을 후계자를 지도했으면 한다"고 바램을 말하기도.

망구(望九)를 넘긴 나이에도 안춘호옹은 "지금도 쌀 10말은 넘게 지어 나를 수 있고 아직 20년은 거뜬하다"며 건강을 자랑한다. 젊어서는 씨름선수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했고 곧잘 씨름대회에서 우승해 소를 몰아오곤 했다는 안춘호옹. 내속 하판리가 고향인 안옹은 한 동네에서 결혼한 부인 장옥림여사(80)와 올해로 결혼 60주년이 돼, 가을쯤에는 금강혼식(金剛婚式)을 올린 예정이다.

3남2녀를 두고 있고 보은읍 지산리에서 농사를 짓고있는 안춘호옹은 요즘 지신밟기의 농악놀이나 환갑잔치에서 상쇠솜씨를 유감 없이 발휘하여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금주에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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