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술년 개띠해 충직하고 영리한 동물로 사랑 받아
쌀쌀한 바람에 나뭇가지도 어깨를 움츠리는 겨울밤. 검은 하늘아래 멍-멍- 개 짖는 소리가 농촌의 밤을 더욱 깊게 한다. 새해는 갑술년(甲戌年) 개띠 해 개는 우리주변에서 늘 우리와 함께 하며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친근한 가축으로 존재해 왔다. 어린이들의 동무로서, 집과 가축을 지키는 수문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영리하고 의로운 동물이면서도 천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짓는 소리는 재난을 경고하고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 邪)의 소리라고 일컬어도 과언이 아니다. 개는 후각 동물 중에서 후각이 가장 예민하고 사람의 청각에 비해 다섯 배나 청각이 예민하다. 4백 년 전 임진왜란 때 왜군의 침입을 제일 먼저 알고 경고해준 것고 개였고, 불에 타죽을 위기에 처한 주인을 위해 제 몸으로 불을 끄고 살신성인(殺身成仁)한 것도 개다. 임진왜란 때 남해안의 개들은 우리 음식냄새를 내지 않는 왜군의 바다에서 육지로 습격해 오면 십리 가까이 오기도 전에 먼저 냄새로 알아채고는 멍멍 짖었다고 한다.
이때 왜군에 의해서 아사한 개들도 많았고, 일본으로 끌려가 현재 일본의 명견이라 일컬어지는 아키타 개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 전해지는 유래에 의하면 이때의 남해안개가 진돗개가 아니었겠느냐는 설. 일반 민담에서 전해지는 전북 임실군 오수 리의 의견설화(義犬說話)는 대표적이다.
어느 날 김개인(金蓋仁)이란 사람이 잔치 집에서 만취한 채 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다 풀밭에서 잠이 들고 말았는데, 마침 입에 물고있던 담뱃불이 풀밭으로 번져 불에 타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주인의 위기를 알게된 개가 아무리 주인을 깨워도 인사불성이자 마침내 개울에서 제 몸을 적셔 불을 끄기를 계속하다 주인을 살리고 자신은 불에 타 죽게 되었다는 것.
무사히 집에 돌아온 주인이 개의 충성심을 기려 무덤을 만들면서 비석대신 나무를 심으니, 이 나무를 일컬어 개 오(獒), 나무 수(樹), 즉 오수리라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개는 충직하고 의로운 동물이다. 예로부터 개는 집 지키기, 사냥, 맹인안내, 호신 등의 역할은 물론 잡귀, 병도깨비, 요귀 등을 물리친다고 전해 온다.
털 색깔에 따라 흰 개는 벽사( 邪)능력이 뛰어나고 누런 개는 다산(多産)을 상징하고 우리민족은 믿어 왔다. 또한 기르고 먹기까지 했던 것이 가축이었던 만큼, 우리민족은<동국세시기>나 <동의보감>에서 뒷받침하듯 삼복더위에 원기회복을 보신으로 개고기를 먹어 왔으며 너무 우리의 삶과 가까웠던 탓인지 개를 빗댄 욕지거리와 개판, 개망신, 개꿈 등의 속어에 표현되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토종개로는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 제주개, 해남개, 등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 53호인 진돗개는 용맹성, 강한 귀소본능, 뛰어난 사냥 감각을 갖춘 대표적인 토종개로 지금까지 보존, 사육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 368호인 삽살개는 특히 벽사( 邪)에 능한 개로 사랑을 받아왔는데, 대문이나 광의 문에 붙여 귀신을 막는 문배동에서도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수호동물로 존재해 왔다.
또한 최근 북한으로부터 반입돼 화제가 되기도 한 풍산 개는 백두산 고원지대에서 사냥꾼이나 화전민에 의해 길들여져 진돗개 못지 않은 용맹성을 가진 개로 알려져 있다. 제주 개와 해남개, 거제 개도 정평 있는 사냥개였으나 현재는 멸종되고 찾아볼 수 없다. 한해의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띠 동물…. 새해 갑술년 개의 해에는 모쪼록 개처럼 충직하고 의로운 한 해를 보내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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