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 전문서적 출판만 二十년
’93년 책의 해를 맞아 유난히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은 인물이 있다. 그 자신이 유명인사도 아니고, 그가 출판한 책이 유명한 것도 아니건만, 유난히 여론의 주목을 받은 까닭은 그가 반평생을 ‘안팔리는 책’만 발행해온 때문이다. 사실 민속과 관련된 서적들은 일반인보다는 학자들 사이에서 더 많이 많이 읽혀지기 때문에 많은 발행부수가 필요치 않다. 때문에 도서출판 민속원을 경영하는 홍기원 사장(62. 보은 삼산)은 항간에 널리 알려지기보다는 민속학자들 사이에서 더 인정받는 출판인이다. 그동안 2백여종의 민속관련 도서를 발간해온 그는 최대발행부수 5백권, 최대판매부수 3백권의 진기록을 세웠다. 그러다 보니 책을 출판하여 흑자를 보기보다 적자만 내는게 일쑤지만, 그는‘민속관련 서적 전문출판’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외곬 출판인이다. <산림경제>의 저자 홍만선, <동국세시기>의 저자 홍석모 등을 선조로 둔 탓인지, 또 자신이 민속학회 회원인 때문인지, 홍기원 사장은 ’72년 출판업을 시작하면서 민속학 관련분야를 출판의 주종목으로 선택했다.
이후 20년간 홍기원 사장이 발간해온 책들은 모두 학계에 귀한 자료로 제공되었으며, 민족문화의 흐름을 바로잡는데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마구 쏟아져 나오는 대중문화서적 속에서 도서출판 민속원이 펴내는 한권 한권의 책들은 모두가 홍기원 사장의 돋보기 안경아래 수집된 자료로 엮어지는 것이며, 그렇기에 그는 요즈음의 세태에 귀감이 되고있는 것이다.
그가 출판한 <읍혈록(泣血錄)>은 우리나라 3대 궁중문학중의 하나인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원전(原典)이름이‘읍혈록’임을 밝혀 고전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책이며, <조선족 구비문학 총서> 21권은 중국에서 연구 발국된 국문학, 민속, 설화, 민요 등 50여년의 한국학 문헌을 모은 방대한 출판물이고, <조선왕릉 석물지>는 홍기원 사장이 직접 전국의 왕릉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사진촬영을 하는 등 각고 끝에 출판하나 책으로, 모든 책마다 그의 노력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특히 <제주도 무가 본풀이사전>은 홍기원 사장이 가장 자랑하는 책으로 유·불·선의 의식이 응축된 제주문화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이번 제32회 한국출판문화상에 선정된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민속학계에 도움을 주고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 민속관련 자료의 수집이나 서적출판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주도되길 기대한다"고 말하는 홍기원 사장. 부인 김안자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서울 시흥동에서 거주하고 있는 홍기원 사장의 하루는 언제나 묵은 책먼지 속에서 빛나고 민속학 서적출판에 대한 소명의식은 항상 그의 삶 저변을 차지한다.
<금주에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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