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言의 倫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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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言의 倫理
  • 보은신문
  • 승인 199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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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춘<보은읍 삼산리>
우리는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늘 배워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실로 무모한 설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타를 기만하기도 하고 또는 연민의 정과 비열한 마음에서 부득이 허언을 토하기도 하며 자신을 곤란한 지경에서 보다 간단히 구하기 위해 또는, 다른 사람에게 욕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어느 때는 자기의 활발한 공상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사회생활속에 예의가 되는 사교적 입장에서 직언을 피하고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이와같이 거짓말은 우리 현실속에 필요악이 될 경우도 있으나 그 거짓말이 타인을 즐겁고 손해보지 않는 한도의 정도라면 긍정적이랄 수 있다. 그러나 공인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하는 거짓말은 인간신뢰의 파괴라는 엄청난 파문을 가져오기에 우리는 그들의 거짓말을 늘 감시하고 질책해야만 한다. 흔히 우리 국민은 근세사의 수많은 정치적 격동속에서 많은 정치인들의 거짓말속에 깊은 상처를 입어 '정치는 있으나 진실된 정치는 실종된 지경'이라는 타성에 젖게 되었다. 이런 암울한 속에 지방정치시대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기대를 한몸에 담고 출발한지 3년이 되어가고 잇다.

고향과 자기의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민의 바램을 충족시키겠다고 그들은 많은지역의 이웃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자기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열변과 약속을 했다. 한 예로 한 후보자는 다방면에서 침체되어 있는 우리 지역의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며 선친의 명예와 함께 대학유치라는 큰 약속을 우리 이웃에게 선물하므로써 우리도 그를 큰 바위의 얼굴로 지적했었다. 정치인의 파괴된 신뢰는 잊어버리고 그 사람만은 늘 우리곁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사람이기에 더욱 우리를 들뜨게 했었다.

우리지역도 많은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과 늘어나는 이웃들, 경제의 활발함 등을 기대하며 참으로 살맛나는 분위기였다. 이제 임기의 절반이상을 넘긴 그들은 과연 지금 어는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며 그들의 약속을 감추고 변명하기 위해서 또 어떤 단어들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하는 것보다 잠시 분위기 혹은 당선되기 위해 좋은 말로 허언(虛言)을 했다고 자위도 해보고 싶지만, 분명 허언에도 윤리가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하기야 오래전에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거짓말을 배제할 수 없음을 간파하고 "이 현실의 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하면 살기위해서 거짓말이 우리에겐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이들은 니체의 이말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우리는 간절히 기원하고 싶다. 이웃의 사랑과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 줄 것을…….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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