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扇)에 담긴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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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扇)에 담긴 뜻은
  • 보은신문
  • 승인 199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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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보은 지산, 경기상고 교사)
춘·하·추·동의 4계절 중에서 봄과 가을은 만끽하기도 전에 지나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봄과 가을은 생할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기후때문이고 여름과 겨울은 냉방이나 난방을 하지 않으면 생활에 불편이 많기 때문일게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겨울보다는 차라리 여름이 견디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여름이 겨울과 같이 방한복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많은 난방비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그저 잠방이나 입고 밀짚모자나 눌러 쓰고 나무그늘 밑에서 부채질이나 하면 더위를 식힐 수 있으니까 여름은 서민들의 계절이라고 했는가 보다. 요즈음이니까 '선풍기'다 '에어컨'이다 하고 호들갑을 떨지만 보릿고개를 겪던 30여년전만 해도 이것들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더위를 이기려고 생각하기보다는 더위를 피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바캉스'다 '해수욕'이다 피서(避暑)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볼 때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덩달아 매스컴에서도 피서인파가 어떻고 하면서 관심을 높이다 보니 산업현장에서의 근무의욕이 떨어지게 되고 일부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꼴이 아닌지 자성(自省)해 볼 일이다. 얼마전에 서예학원을 경영하는 분이 합죽선을 보내 주었다. 손수 동관한기(東觀漢記)에 나오는 '선침온피(扇枕溫被)'의 묵서(墨書)를 부채에 담아 주었기에 고마움 또한 더한 것이었다 '선침온피'란 '여름에는 베개를 부채질하여 시원하고, 겨울에는 제몸을 잠자리를 따뜻하게 한다'는 뜻으로, 효심(孝心)을 일깨워 주는 것같아 고마움이 더한 것이다.

옛 속담에 '단오 선물은 부채요, 동지 선물은 책력(冊曆)이라는 말이 있다. 여름에 정성스런 선물중의 하나는 부체ㅐ인 것이다. 선풍기난 에어컨으로 더위를 식히기보다는 땀흘려 일하고 나서 따끈한 숭늉 한 사발을 마시고 나무 그늘에서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이기는 여유도 한번쯤 자져 봄이 어떨까. 그리고 보니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 하면 어떠리'라고 하였던 옛 어른들의 유유자적(悠悠自適)한 모습이 더욱 그리워 진다.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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