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참전 용사들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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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참전 용사들의 고통
  • 보은신문
  • 승인 199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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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약 3천4백여명 추산 군내 20명이 고엽제 증세 진료신청…국가의 적극적인 보상 요구돼
월남전 당시의 고엽제살포로 피해를 입은 파월용사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군내에도 고엽제 피해자로 보이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상당수의 파월용사가 주위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대한 해외참전전우회 보은군 지부(지부장 류관형·사무실 : 보은읍 교사리 410-5)에 따르면 지난 '91년 12월18일 마로면 관기의 윤추야시(사망당시 48세. '65년 맹호부대 소속으로 파월)가 전쟁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와 생활하면서 고엽제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몸이 마르고 신체에 이상증세를 보이는 등 고통을 받다가 원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망했다. 또한 보은읍 월송리의 이상목씨(50세. 백마부대 26연대 소속으로 파월)는 현재 원이 모르게 오른쪽 다리가 썩어들어가고 있으며,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등 고통의 나날을 살아가고 있다. 이밖에도 각종 질병과 이상증세를 보이는 회원들이 20명이나 군지부를 통해 고엽제 후유증이 아닌가 하며 진료신청을 해오고 있어 보훈병원에서 검진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조국의 명예와 자유수호의 십자군이라는 이름아래 '64년∼'73년 종전까지 32만여명이 파월되어 약 1만5천여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약 5천명이 꿈에도 그리던 고국을 보지 못한채 정글 속에서 산화해갔다. 또한 목숨만은 무사히 건져 고국으로 돌아온 장병들 중 일부는 정글에 뿌려진 고엽제에 의해 평생을 고통속에 지내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월남참전의 참의미가 무엇이었나를 눈물속에 되뇌이고 있다. 이러한 고통을 겪는 이들이 전국에 3천4백여명(해외 참전전우회 신고 접수된 인원)이들은 각종 암과 결핵, 신체마비, 정신질환, 손발부패 등으로 서서히 죽음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전국에서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연일 보훈처와 정부쪽에 고통을 호소, 정부는 지난 3월10일 고엽제후유증 환자 진료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기에 이르렀고 국가유공자 예우와 진려를 행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한 상태이다.

한국군이 원남전에서 돌아온지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뒤늦게 제기되고 있는 고엽제는 이름 그대로 나뭇잎을 말라죽이는 강한 독성의 화학약품으로서, 밀림속에 숨은 베트콩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살포되었는데, 무작위적인 다량살포로 인해 이의 피해가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 5∼10년이 지난 후에 발병하는 고엽제 증세는 얼굴과 피부 등 붉은 반점이 생기고 피부와 근육이 종기처럼 부어오르며 기억상실, 호흡장애 등 병명도 알 수 없는 후유증으로 합병증을 유발 사망케되고 2세에까지 기형아를 출산케하는 등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토록 무서운 고엽제 후유증이 한국군에게 고통을 주게된 것은 월남전 당시 미군이 정글지역 작전에서 실패를 거듭하자, 미국방성이 고엽제를 개발, 베트콩 은닉지인 정글에 '62∼'71년까지 10여년간 3만5천드럼을 살포해 그 지역에서 작전중이던 한국군에게도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인다.

이 고엽제에는 다이옥신이 함유돼 있는데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흙속의 다이옥신 함유량 안전기준치를 10억분의 1g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월남전에 사용된 다이옥신은 170kg이나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다이옥신은 1g으로 2만명을 죽일 수 있는 가독성을 지니고 있고 170kg이면 전 세계 인구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양으로서,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가장 독성이 강한 화학약품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치명적 독성을 지닌 고엽제는 주로 월남의 북위 17도선 남북 경계 접전지에 뿌려졌으며 살포본부는 사이공 부근의 탄손누트 공군기지로 알려졌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파월용사들이 정부의 대책과 치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각군본부와 병무청에서는 월남전 참전자의 병적이 제대로 관리된고 있지 않은데다 병적확인서를 첨부해 신고하라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국방부에서 고엽제 피해여부를 정확히 심사할 수 있을지 여부 등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국방부가 한국군 참전자수와 전사자를 최초로 공개할 정도로 정보가 철저히 통제돼온 것 등에 대하여 참전 용사들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66년 백마부대 소속으로 참전했던 류관형 지부장(49. 보은 삼산)은 자신은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지만 회원들의 고통받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면서 "월남전에 참전한 젊은이들의 피 때문에 오늘의 정부가 고엽제 후유증 환자들을 도외시할 수 있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68년 맹호부대 소속으로 참전했던 정상균 사무국장(47. 보은 삼산)도 가끔 정신이 흐려질 때가 있다면서 "그나마 건강한 우리들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고통받는 전우들에게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머나먼 이국땅의 포화속에서도 자유수호와 세계평화를 위하여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정글을 헤쳐나가며 백전백승의 신화를 남기며 빛나는 업적을 남긴 한국 참전용사들이었건만, 오늘날 난데없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수많은 용사들이 고통속에 살아가며 삶을 포기하고 있다. 이젠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의 한많은 세월을 보상해주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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