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 소녀소녀가장 세대를 가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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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 소녀소녀가장 세대를 가다<2>
  • 보은신문
  • 승인 199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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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도 웃으면서 살래요", 보은읍 죽전리 박희영·희숙·세복 삼남매
중학교 1학년인 박희영양(13. 보은여중 1학년)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할머니를 도와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도시락도 싸주고 설거지도 한다. 그리고 동생들 학교 준비물과 숙제도 하나하나 챙겨줘야 한다. 또 학교에 갔다와서는 빨래도 해야 하고 동생한테 청소도 시키고 저녁준비를 한다. 소녀가장 희영이가 이렇게 바쁜 하루 일과를 보내며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어머니,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온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보은읍 죽전리의 단칸셋방에서 고령에다 노환인 할머니(75)를 모시고 희영과 희숙(11. 삼산국교 4학년) 세복(9. 삼산국교 2년)산남매가 어려운 삶을 살게된 것은 삼남매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닥쳐온 엄청난 시련이었다. 3년여동안 갑자기 들이닥친 정신적·경제적 불행을 감당하기엔 너무 어리고 벅찼지만 삼남매는 희망도 잃지 않고 누구보다도 밝게 살아가려 애쓰고 있다.

다행히 고모들이 부모역할을 해주며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고 삼남매의 밝고 활달한 성격 때문에 이들에게서는 부모없는 그늘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희영이가 국민학교 2학년때, 희숙이 6살, 막내 세복이 4살되던 해에 어머니가 병환으로 세상을 등지면서 이들의 고난은 시작되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고 살림을 돌보기가 어려워지자 아버지는 그 이듬해 서둘러 재혼, 막내 여동생(희경)까지 얻었지만 아버지마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3년도 안된 '91년에 갑자기 돌아가시고 말았다. 새어머니까지 막내 여동생을 데리고 얼마있지 않은 재산마저 가지고 나가버려 어린 삼남매는 어느날 갑자기 오갈데 없는 고아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이들 삼남매는 고모들이 어렵게 마련해준 전세금으로 죽전리의 단칸셋방에 세들어 할머니를 모시고 소년소녀가장 세대에 지원되는 지원금과 후원금, 그리고 고모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직 부모가 없는 외로움이 뭐지도 모르고 천방지축 뛰노는 어린 세복이와, 부모님이 병으로 돌아가신 때문인지 약사가 꿈이라는 희숙이가 '부모없는 아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하기위해 그리고 고령인 할머니의 병환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은 희영양.

생활비와 학비는 물론 김치 등 밑반찬을 챙겨주시는 고모님과, 또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기죽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동네분들의 애정어린 격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듯하고 훌륭하게 성장하고자 오늘도 남산의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어린 삼남매는 서로 희망을 붇돋운다. 더불어 우리는 물질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위안이 될 수 있는 따뜻한 사랑으로 이들 삼남매를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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