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신노조 보은우체국 최원섭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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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신노조 보은우체국 최원섭 분회장
  • 보은신문
  • 승인 1993.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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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체신사업 발전의 견인차, 체신의 날 옥조근정훈장 수상
누구는 어느 마을의 몇 번지에 살고, 어느 집에서 며느리를 보았으며, 또 누구는 병환으로 누웠다든지 하는 웬만한 관내 소식은 모두 최원섭시(57. 보은우체국)의 머릿속에 기억된다. 35년간 집배원 생활을 해오면서 주민 모두와 한가족처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체신의 날 옥조 근정훈장이란 영예로운 수상을 한 최원섭 체신노조 보은우체국 분회장 그가 처음 집배원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58년 스물 둘의 젊은 나이였다. 태어난 곳은 영동이지만, 처음 보은우체국에서 집배원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보은에서 뛰어왔으니 사실상 보은이 고향이나 다름없다.

무거운 우체부가방을 메고 산길을 넘다보면 구두가 오래 버텨내질 못하고, 장마통에 누런 황톳물이 흐르는 개천을 바지를 걷어 부치고 건너면서도 기쁘건 슬프건 그가 건네준 소식이 그때만 해도 유일한 통신수단이었기에 보람 또한 컸었다. 일류대학이나 대기업의 합격 통지서를 배달할 때면 내 자식 일처럼 함께 기뻐했고, 지금도 길에서 만나면 그 아들의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전사통지서 등을 배달할 때면 차라리 그냥 들고 나오고 싶은 심정이 컸다고 한다. "언젠가 산중의 한 집에 전사통지서를 배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시부모는 아들이 아픈 줄 알고 부대로 위문을 떠났고, 어린 아이를 등에 업은 젊은 새댁이 글을 몰라 대신 읽어주었는데, 울며 붙드는 젊은 새댁을 두고 나올 대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쯤은 등에 업혔던 그 아들이 장성했을 텐데……"라며 기억을 더듬는다. 이렇게 인정이 오가던 편지배달도 지금은 배달수단이 도보에서 자전거로, 다시 오토바이로 바뀐 것처럼 전화나 팩스 등 보다 빠른 통신시설로 편지배달의 양이 줄어들고 그 대신 엄청나게 증가한 광고물, 연하장, 청첩장, 선거 철의 홍보물 등이 집배원들을 격무에 시달리게 한다고.

때문에 무성의한 카드나 연하장, 불필요한 홍보물 등은 자제해 주는 것이 그를 비롯한 집배원 모두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최원섭씨는 처음 체신노조가 결성될 당시 체신 노조 지부장을 맡아 현재 3대째 지부장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노사간의 긴밀한 대화로 건의사항이나 불편한 점을 해결해 화목한 직장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집배원들의 근무여건 향상노력 외에도 체신예금이나 체신보험, 특산물 등의 적극적인 유치로 체신사업발전에 이바지, 그 공적을 인정받아 이번 훈장을 받게 된 것. 또한, 각종 공과금을 대납해주는 등 주민편의를 봐주고 있어 주민들로부터도 친절한 집배원으로 통한다.

하루종일 쉴새없이 걸어도 관할구역 배달을 마치지 못 했던 예전보다는 근무조건이 나아졌으나 아직도 집배원들이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린다며, 명확한 주소기재, 우편수취함 달기 등의 작은 실천이 체신업무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니 만큼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부인 이수현씨(54)와의 사이에 3남을 두고 보은읍 교사리에서 다복한 삶을 살고 있는 최원섭 지부장은 오늘도 새로운 정보나 애경사 소식을 가득 싣고 떠나는 집배원들을 북돋고 격려하기에 여념이 없다.


<금주에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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