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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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선택
  • 보은신문
  • 승인 199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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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자(농촌지도소 생활개선계장)
밖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식후 가족 끼리나 손님대접용으로 많이 마시는 차는 커피인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식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커피는 한국인의 기호음료로서 일상생활 깊이 스며들고 있다. 그렇게 흔히 마시는 커피! 한번쯤 생각해 보고 마시면 어떨까? 우리는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고 한다.

커피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매년 마시는 양이 늘어남에 따라 외화소비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매년 커피소비율이 20%씩 증가되어 국민 1인당 일주일에 마시는 커피 양이 '77년 반잔이던 것이 최근 '90년에는 10잔반으로 늘었고 국민 1인당 원두커피 소비향도 '77년에 64g이던 것이 `90년에 1천1백99g으로 '90년 한해 외화소비가 7천2백만불에 달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커피열매는 처음 식용되어 질 때 식품으로서 열매 그대로 또는 부수어 기름과 섞어서 먹었다고 하는데 지방질이 낳은 양식을 하고 난 후에는 커피가 좋다고 할 수 있으나, 곡류와 채식을 하는 우리네 식습관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자기 토양에서 난 음식을 먹어라'라고 가르친 인도의 석가모니나 '신토불이'를 주장한 중국의 의성 화타의 말씀이 있듯이 차도 우리의 몸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식품으로 만든 차가 맞는다고 본다. 군내 S농협의 조합장님은 의식적으로 손님접대용이나 본인이 거의 커피를 이용하지 않는 걸 보았다. 그분 말고 축협에 갔을 때도 우유를 대접받은 적이 몇 번 있다.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위해 일하고 있고 진정 농산물 수입개방화를 반대하면서도 생각없이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농축산물을 솔선하여 이용하는 걸보고 농촌을 아끼고 농민을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그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느껴졌다. 직장생활을 병행한 주부입장에서 가사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식품이나 음식을 사회화 시켜야겠지만, 나는 인스턴트화된 식품을 잘 선택하지 않는다. 차도 시장에 갔을 때 그 계절에 나는 식품을 사다가 제조하여 마시곤 한다.

계절별로 차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은 무한정 많다. 곡류, 과실류, 약초류, 채소류 등 그 재료들을 끓이거나 우리거나 쪄보기도 하고 설탕에 재워 보기도 하고 서로 재료들을 조합하여 만들면 좋은 차가 된다. 시간 관계상 차 제조를 할 수 없다면 인스턴트화된 차도 우리의 차를 준비하여 마시면 좋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차마시기를 생활화한다면 외화도 절약되고 건강증진에도 기여하리라 본다.

아무리 영양가가 높은 차일지라도 맛, 향기, 빛깔이 자기 기호에 맞지 않으면 마시지 않게 되는만큼 차의 선택에 대해 그 누구도 강요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식품이나 음료에서 기호성이란 것은 습관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마시는 차 하나에도 재료 생산지가 어느 곳인가 생각하고 건전한 쪽으로 배려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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