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다이아를 캐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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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다이아를 캐는 사람들
  • 보은신문
  • 승인 199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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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상사 마로광업소를 찾아서
블랙 다이아몬드-그들은 그들의 피와 땀이 어린 무연탄을 이렇게 불렀다. 그만큼 소중하고 한이 서려있기 때문이지만 우리가 가볍게 마셔서 없애버리는 커피가 1잔에 7백원에서 1천원 이상의 값어치가 매겨지고 껌 한통에 2백원에서 3백원까지 하는 현실에서 지하1미터, 2백미터 이상 깊이 들어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캐어낸 연탄 1장을 소비자인 우리는 2백50원이면 살 수 있다. 그러면서 그 가격조차도 비싸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름대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원료공급 제조의 어려움도 있을 텐데 어떻게 표피적으로만 가격의 비교를 할 수 있는가 하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블랙 다이아몬드에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즉 갱도가 무너져 산소도 공급되지 않는 굴속에 갇혀 죽음과 싸우는 광산사고를 당하면서도 언제나처럼 그들은 지하 속의 블랙 다이아몬드를 캐고있으니… 거기에는 단순히 값으로 매길 수 없는 피와 땀이 배어 있으며 목숨과도 바꾼 눈물이 서려있다 하겠다. 그 귀중한 가치를 우리는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우리에게 따뜻한 기온을 제공해주는 연탄… 이 소중한 연탄을 캐고있는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흑연광 성하상사 마로 광업소(소장 홍흥기) 마로광업소는 한일합방으로 주권이 상실된 1914년10월 소유주인 하세가와가 광업권 설정을 등록함으로써 채광이 시작되었고 해방되기 얼마전인 1945년 2월 동척광업 주식회사로 광업권이 이전 등록되었다가 '62년10월 다시 한일 흑연주식화사로 소유권이 옮겨졌으며 2년 뒤인 1964년 3월 성하상사에서 인수한 이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마로면 원정리 산 일대에 분포돼 지금까지 5개 광구 총 3백64ha에 이르고 있고 총 매장량만해도 3백10만톤으로 현재 잔여분 1백30만톤이 매장되어 있는데 이는 앞으로 20년정도를 채탄할 수 있는 양이고 특히 지난해 하반기 또 하나의 광맥을 발견, 탐탄중에 있어 가 채광량은 50∼70만톤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이곳에서 채탄되고 있는 것은 토사흑연과 무연탄으로 질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일반 연탄의 열량이 4천3백에서 4천5백Kcal 정도인데 비해 마로광업소에서 채탄된 무연탄은 6천5백Kcal의 열량을 낼 정도로 고품질이다.

채탄 종사자는 총 1백53명으로 생산성 향상, 안전작업 구축, 노사화합의 구현이라는 사훈아래 대화로 쟁의의 소지를 풀어나가고 있고 '항상 참는다(忍)를 가슴에 새겨 공동체를 위한 생각을 먼저 가지며, 자발적으로 한 삽 더 뜨기 운동 등을 벌여 애사(愛社)정신이 정착된 단계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밤 12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3교대로 근무하고 있고 한달에 6천5백톤을 채탄하고 있다.

채탄한 무연탄은 수출용, 민수용, 산업용으로 전량 판매돼 일본으로 수출되거나 포항제철, 원자력발전소 등으로 판매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체 채탄량의 2/3정도를 수출해 왔으나 작년에는 20%정도만 수출했는데, 광업소 관계자는 열량이 매우 높은 이곳 연탄을 직접 제조 가공해서 수출하면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지만 아직 시설이 없어 애석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력자원부에서 조사한 '92년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 연료소비 현황을 보면 석유가 57%, 무연탄 5%, 전력11%, 유연탄(수입용)14%, 그 외 기타로 나타났다. 이는 '91년 같은 기간에 무연탄이 21%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급격한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

마로 광업소의 한달 평균 판매액도 3억5천만원∼4억원 선으로 매년 감소추세에 있으며, 무연탄 사용량이 최고조에 달했던 70년대를 지나 80년대부터 수입단가가 싼 석유의 수입이 늘고 생활패턴도 석유에 의존하는 추세로 기울어지면서 무연탄 소비량은 급감했던 것이다.

또한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말미암아 많은 탄광이 폐광돼 석탄산업의 앞날은 더욱 막막하기만 하다. 석탄공사에서 20년간 근무해 우리나라 광산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성하상사 미로 광업소 홍흥기 소장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연탄이 사양화되면서 정부에서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강원도에서는 이미 폐광된 곳이 많은데 무연탄은 우리나라가 갖고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이고, 기간산업인 광산업이 국가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는 만큼 정보의 많은 보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정부의 합리화 정책으로 인해 폐광된 광산을 원상태로 복구시키는 데에는 두세배 정도의 더 많은 출혈이 있어야 된다"면서 국가적으로 키워야 할 산업임을 역설한다. 탄광일은 어느 직종보다도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에너지소모가 많아 매우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는 요즘 노동자들의 성향에 편승해 마로 광업소도 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자동화 시설을 도입, 채탄된 연탄을 현재 무인자동화로 운반하고 있고 나무로 지주목을 설치했던 갱도도 현재 철쉬로 교체중에 있어 안전을 더욱 다지게 되었다. 마로광업소는 또한 사원들의 복지대책 마련에 대단한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갖추고 있는 마로면 관기리의 22동, 원정리 40동의 사원주택 외에 앞으로 독신자 합숙소도 건립할 방안을 갖추고 있고 생활물자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연쇄점과 식당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로광업소에서 갖고있는 획기적인 복안은 광업소 노동자들의 부인들에 대한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마련에 있다. 우선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고 가계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군내의 견실한 가공업체를 선정해서 사원부인들에게 취직을 알선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섭외중이다.

그리고 작업장에서 남편들이 어렵게 채탄하는 광경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작업장 견학을 시도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렇게 마로광업소는 국내 유일한 에너지원인 무연탄을 채탄하는 긍지와 더불어, 비록 막장의 인생이지만 내가 캐낸 탄으로 이 겨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다는 사원들의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으며, 비록 연탄소비량이 점점 줄고 있으나 나름대로 회생 방안을 찾으면서 또 다른 광맥을 발견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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