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과 정직으로 사는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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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과 정직으로 사는 가정
  • 보은신문
  • 승인 199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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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가 함께 사는 송락헌씨 집
서로의 높낮이를 자랑하며 길게 펼쳐진 금적산을 병품처럼 뒤로하고 시원하게 펼쳐진 너른 들판과 과수원의 사과나무를 내려다보는 삼승면 서원1리. 마을 앞에 펼쳐진 과수원 사이의 길을 따라 마을에 들어서면 대문도 없이 나지막히 앉아있는 송락헌씨 집 마다이 보인다. 84세의 할머니에서 유치원생 아이까지 4대의 가족 여덟명이 행복을 공유하며 살고 있는 송락헌씨 집(60) 10대조인 우암 송시열 선생의 후손으로 송락헌씨가 현재 5대째 이 마을 같은 집터에서 살아오고 있다. 송락헌씨 집의 가족간 화목과 형제간의 우애는 그 어느 집보다도 돋보인다. 특히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어른에 대한 공경심은 자자손손 내려오는 집안의 전통이라고 송락헌씨는 자랑한다.

84세의 유봉석 할머니, 81세의 고모, 60세의 송락헌씨, 동갑내기인 부인 최삼영씨, 장남 송재덕씨(39), 며느리 궈녁ㅇ순씨(33), 국민학교 2학년인 손자 일호군, 유치원생인 손년 선호양, 이들이 송씨네의 가족 구성원. 송락헌씨의 아버지는 지난 '73년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어머니인 유봉석 할머니는 84세의 나이에도 건강을 자랑하며 호미들고 밖에 나가 잡초를 뽑는 등 바쁜 하루일과를 보낸다. 송락헌씨는 "어머님이 아버님 몫까지 살아주시며 건강하셔서, 부디 자식들의 효도를 마음껏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효심어린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송씨에겐 어른이 또 한사람 있다. 바로 송씨의 고모인데 일찍이 결혼했지만 말을 못하는 관계로 다시 친정으로 돌아와 81세인 지금까지 생활을 함께 하면서 외로움을 덜고 있어, 오히려 두 노인을 함께 모시는 것이 송락헌씨는 기쁘기만 하다고.

송락헌씨는 3형제 중 장남으로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배워왔다. 삼승국교(22회)를 졸업하고 천산의 청산중학교(2회)에 진학을 포기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당시는 무엇보다도 한끼의 밥을 배불리 먹는 것이 중요했어요. 땀 흘리며 논밭을 일구어 가족의 허기를 채우려 노력하다 보니 농사일이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어 아직도 거뜬히 일하죠"라며 고난과 역경의 지난 세월을 되새긴다.

20세기가 되던 해에는 옥천이 고향인 부인 최삼영씨와 결혼해 2남2녀를 두었다. 대전에서 금방을 경영하는 동생과, 서울의 모 기업체에 상무로 있는 동생과 함께 서로의 우애를 다지며 연로한 어머니의 여생을 보살피는데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송락헌씨- 논농사는 물론 1천여평의 과수원에서 유명한 삼승사과를 생산하고 있는 그는 마을 이장을 지내기도 했고, 삼승초등학교 장학회장과 바르게 실기 삼승면 협의회장, 유림회원으로 있는 등 사회활동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활동가이다.

송씨의 장남인 재덕씨(39)는 부모님의 끈질긴 권유를 마다하고 대학진학을 포기, 아버지 밑에서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농사일에 전념했다. 6천평의 논밭을 옥토로 가꾸는데 힘쓴 송재덕씨는 10년전 부인 권경순씨와 결혼해 이 집에서 할머니, 고모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자리잡았다. 재덕씨 부부는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어른들을 착실히 모시면서 불편한 내색 한번 하지 않으며 효행을 다하고 있다. 현재는 국교 2학년인 일호와 유치원생 선호, 1남1녀를 두고 저녁이면 아이들의 자상한 어버이로, 어른들의 친근한 말벗으로 웃음꽃을 피운다. 부인인 권경숙씨도 송락헌씨의 도움으로 농촌지도소의 생활 개선부에서 주관하는 면 생활개선사업의 일을 밭아보면서 관내 젊은 부인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활동해, 칭찬이 자자하다.

송락헌씨는 "사회활동을 하더라도 자만심을 가지지 않고, 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적극 후원해 주고있다"며 며느리 자랑을 한다. 송락헌씨 부부에게는 대학에 다니던 둘째 아들이 있었는데, 군대에 있던 중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는 바람에 쓰라린 아픔도 겪었지만, 재덕씨와 대전과 일본에 있는 큰딸 등 삼남매의 효행으로 다복한 사람을 누리고 있다. 지난 '78년에는 오랫동안 살아 온 고가를 헐고 다시 깔끔하게 새집을 지었는데, 마을에서는 처음으로 4백만원을 투자해 집 전체에 보일러를 시공하는 등 어른들과 자식들이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1백가마의 추곡을 출하와 함께 1천여만원의 수익을 목표로 사과 판매에 힘쓰고 있는 송락헌씨의 논밭에는 화목의 씨앗이 뿌려져 계속 풍년을 맞고 있다. "어른을 모시고 사니까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란 말을 우리 아이들에겐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며 "식사를 할 때에도 할머니께서 수저를 들기 전엔 절대로 함부로 하지 않고 예절도 깍듯하다"고 귀여운 손주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직하게 살자'는 것이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가훈이라는 송락헌씨 가정. 서원1리 34-1번지에서 벼농사 4천평과 과수원, 밭 2천평의 농토에서 오늘도 보람을 일구며 4대가 함께 사는 가정으로서 화목함을 자랑하며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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