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유년(癸酉年) - 닭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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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유년(癸酉年) - 닭의 해
  • 보은신문
  • 승인 1993.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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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득한 밝은 새해
93년 새해는 계유년 - 닭의 해이다. 닭은 주역(周易)의 팔괘(八卦)에서 손(巽)에 해당하며 방위는 여명이 시작되는 남동쪽이다. 닭은 희망과 해방을 의미하며 선을 상징하는 서조(瑞鳥)요, 주술적인 힘을 가진 신조(神鳥)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 민족의 해방을 맞던 1945년이 닭띠해였고 신라시대 경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는 달걀 속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또한 제주설화에서는 저승에서 뱀에 감긴 여인이 닭우는 소리를 기다리며 신음한다는 것에서 보듯, 악의 상징인 뱀은 선의 상징인 닭에게 쫓겨간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닭은 울음으로써 새벽을 알리며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존재이다. 예고내용이 빛이기 때문에 '태양의 새' 이기도 하다. 닭은 존재양상의 이중성, 즉 날개를 가지고 있으면서 지상에서 생활해 어둠과 밝음을 경계하는 '새벽의 존재'로서의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다. 동국새시기에 의하면 새해를 맞이한 각 가정에서는 닭이나 호랑이, 용을 그린 그림을 벽에 붙이는가 하면 닭피를 바르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세화의 동물이 악귀를 쫓아 내고 영묘한 힘을 가지고 잇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시간에 홰를 치는 수탉은 특히 조상에 제사를 지낼 때 닭의 울음을 기준으로 뫼를 짓고 제사를 거행하기도 했다. 한편,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으로서 조선시대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사람들이 서재에 닭의 그림을 걸어두기도 했다. 즉 닭 머리 위에 볏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관(冠)을 썼다고 하였는데 관을 썼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정상의 표지이며 벼슬을 하였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통한 것이다. 닭과 함께 맨드라미를 화폭에 옮겨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하는데, 입신출세를 위한 길상적·상징적 표현으로 최고의 입신출세를 의미하기도 했다.

또한 흰닭은 영약(靈藥)으로 써왔는데 이를 잡아 바치고 기도하면 잡병이 낫는다고 생각하였다. 경주의 천마총에 수십개의 달걀이 담긴 단지와 산신제를 지낼 때 산신당에 닭을 매어 두는 풍습에서 닭을 제물로 사용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한편 호남지방에서는 며느리가 닭의 머리를 먹으면 시어머니의 미움을 사게 된다고 하여 꺼렸으며 경기지방에서는 부녀자가 닭의 목이나 발을 먹으면 그릇을 깨뜨리게 된다고 믿었고, 임부가 닭고기를 먹으면 아기의 살갗이 닭살처럼 된다고 하여 금기시 하기도 하였다.

여러 가축중에서 닭이 미친 영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여러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일본에서 고대부터 닭을 가축 중에서 가장 사람과 친근한 것 중 하나로 생각하였다. 해의 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하늘 통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 그가 나와야 할 때를 일깨워 준 것이 닭의 울음소리라 했다. 일본인에게는 닭이 신물(神物), 또는 신의 사자로서 신앙의 대상이다. 프랑스에게 수탉은 자부심의 상징이며 국가의 표상이다. 그래서 화폐의 수탉의 문양을 새겨 놓았다.

또한 북유럽 신화에서는 보초병의 상징이다. 높은 가지에서 적의 침투를 알려 생명의 수호자라는 상징적 의미를 주여받기도 했다. 문학에서도 닭의 울음소리는 희망을 나타낸다. 세익스피어의 햄릿과, 앨리엇의 황무지 5부에 표현되는 닭의 울음소리는, 전자는 요정과 마귀가 물러감을 암시하고 후자는 비의 내림, 즉 풍요의 도래를 암시한다.

심청전에서 닭의 울음소리는 심청의 죽음을 예고했고, 김유정의 동백꽃에서는 사랑의 매개체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닭은 여러 준재 이유를 가지고 잇다. 천상계의 문이 열리게 하는 금계의 울음소리처럼 93년 새해에는 희망과 풍요가 가득한 밝고 건강한 한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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